과거엔 건강식품 사치품 인기…최근엔 저금리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
금괴. 일요신문DB
몰수품은 밀수업자나 여행객 등이 불법 반입하다 적발되거나 관세를 내지 않아 세관에 유치된 뒤 찾아가지 않아 국고에 귀속된 물품을 뜻한다. 일정한 절차를 걸쳐 일반에 판매토록 돼 있다. 몰수품은 귀금속, 의류, 가방, 농산물 등 다양한 물품이 있다.
현재 관세청은 몰수품목을 ‘의류’ ‘시계’ ‘농산물’ ‘화장품’ ‘기타’로 나눠 집계하고 있다. 관세청에서 제공한 최근 5년 몰수품 현황에 따르면 2011년엔 의류 938건, 시계 287건, 농산물 313건, 화장품 140건, 기타 4290건으로 총 1000억여 원대 규모였다. 2015년엔 총 4806건으로 2000억여 원 대에 달했다. 그만큼 국내 불법 반입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눈에 띄는 변화도 있었다. 2012년 시계(480건)와 의류(1379건) 등 사치품은 1859건에 160억여 원이었다. 지속적으로 건수가 감소해 2015년 시계(225건)와 의류(733건) 등 사치품은 958건으로 건수가 줄었지만, 금액은 오히려 1900억여 원으로 약 10배 이상 폭증했다.
이에 대해 세관 공매 27년 경력의 김바울 킹옥션 교수는 “물품 한 개 당 단가가 높아졌다. 또한 몰수 금액에 대한 기준이 변했고 단속이 강화됐다. 단속이 강화된 만큼 밀수업자들이 수익과 직결된 고가의 물품을 들여오기 때문에 건수는 줄어들고 금액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관세청이 판매한 몰수품 분석 결과, 과거 건강식품과 사치품 등에서 최근 금괴와 다이아몬드로 품목이 급격히 바뀌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김현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1년엔 건강식품 및 고급시계가 몰수품 중 높은 가격으로 판매되었으나 2013년 들어 다이아몬드 및 금 선호 현상이 두드러졌다.
2013년 판매 상위 30위 가운데 1위는 다이아몬드(4억 6000여 만원), 2위는 황금 괴(4억 1000여만 원) 등이었다. 같은 해 매각 금액 상위 30위 가운데 14개가 모두 금·보석류로, 총 17억여 원어치가 팔렸다.
2014년엔 금 선호 현상이 더욱 눈에 띄었다. 매각 금액 상위 10위가 모두 금괴일 정도였다. 매각 상위 30위 가운데 1위는 7억 5000여만 원의 금괴였고, 27개가 모두 금·보석류였다. 2014년만 해도 금괴의 중량에 따라 7억 원대부터 2000여만 원까지 가격대는 천차만별이었다. 2014년 한 해만 금·보석류는 총 44억여 원 정도가 판매됐다.
2015년에도 비슷했다. 상위 30위 가운데 22개가 금·보석류로 총 35억여 원이 판매됐다. 이 해의 매각 금액 1위 역시 5억 4000여 만 원에 판매된 금괴였다.
최근 3년간 몰수품 가운데 금·보석류가 100억 원대에 육박할 만큼 판매된 반면 과거엔 건강식품과 손목시계 등 사치품이 매각 금액 상위권을 대부분 차지했다. 2011년 최고급 식재료인 염장해삼은 1억 9000여만 원으로 매각 금액 1위였다. 이 외에도 같은 해 매각 금액 상위 30위권 안에는 상어 지느러미 8400여만 원, 핸드백 2600여만 원, 2000만 원대 손목시계 등 건강식품과 사치품이 15개였다.
김 의원은 “이와 같은 금 판매 증가는 마이너스 금리 시대를 맞아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몰수품 판매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최근엔 단연 ‘짝퉁’이 많이 몰수되고 있다. 다만 관련법에 의해 모든 ‘짝퉁’은 폐기 처리 대상이다”라고 귀띔했다.
한편, 관세법 위반에 따른 몰수품은 각 세관에서 법 절차에 따라 집행하고 있다. 2016년 신규 수탁기관으로 선정된 대한민국상이군경회가 몰수품 및 국고귀속물품을 진열 및 경쟁 입찰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