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승만이 잡음 막는다’ 막판 총공세
▲ 지난 연말 군부대를 방문해 K-3기관단총을 겨누어 보는 이명박 전 시장. 그동안 검증공세에 수세적이던 이 후보 측은 총공세 분위기로 돌아섰다. | ||
이 전 시장 측은 지금까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측의 네거티브 공세에 적극 맞서지 않는 ‘무대응 원칙’을 고수해왔다. ‘이대로만 가면 이길 수 있다’는 ‘관리전술’에 따라 적극적인 전투를 피해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캠프 내부 기류가 바뀌고 있다. 그동안 유지했던 ‘관리전술’로만 경선을 치를 경우 경선이 박빙의 승부로 끝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다. 박빙의 승부로 끝날 경우 당 내에서 경선 결과 불복 등을 제기하면서 심각한 후유증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퍼펙트 승리 전략’으로 방향을 일대 선회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곧 대선 승리 뒤 대대적인 당내 개혁과도 맞물린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이명박 캠프의 퍼펙트 경선 승리 전략을 짚어봤다.
최근 이명박 전 시장 캠프의 박형준 대변인은 박근혜 전 대표를 향해 4가지의 공개 질의를 보내면서 상대 후보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박 대변인은 자신이 제기한 의혹이 앞서 박 전 대표가 한 말을 빗대 ‘천벌을 받을 일’일 정도로 민감한 사안이라고 미리 밝혀둘 만큼 작심하고 박 전 대표의 가장 아픈 곳을 건드렸다.
먼저 박형준 대변인이 건드린 것은 박 전 대표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최태민 목사 관련 내용이었다. 그는 “박 전 대표는 당 검증 청문회에서 영남대 비리 4인방으로 불리고 있던 조순제 씨를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조 씨는 최태민 목사의 다섯 번째 부인 전 남편 아들로 박 전 대표가 이사장과 이사로 재직했던 명지원과 한국문화재단에서 이사로 일하는 등 박 전 대표와 관련된 공·사조직에 빠짐없이 등장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박 대변인은 “이명박 후보 가족 주민등록초본 불법 유출 과정에 간여한 것으로 드러난 박 전 대표 캠프 전문가네트워크 위원장이자 사조직 마포팀장 홍윤식 씨와 최태민 목사의 다섯 번째 부인의 사위 정윤회 씨는 뗄 수 없는 관계라는 믿을 만한 제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지적한 것은 “박 전 대표 의원실의 입법 보좌진인 L 씨와, 또 다른 L, J 씨 등도 최 씨와 친인척 관계라는 믿을 만한 제보가 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박 대변인은 “박 전 대표가 책임자로 있는 정치조직(선거캠프, 국회의원실) 공조직(정수장학회, 육영재단, 기념사업회, 한국문화재단, 명지원, 새마음 병원) 사조직(논현동팀, 마포팀)에는 최태민 목사의 친인척이 빠짐없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이 차지하고 있었거나 차지하고 있는 직책은 조직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인사와 자금 관련 부서의 핵심 지위다. 우연이라면 지나친 우연이고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라고 공격했다.
진수희 공동대변인도 26일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 “1970년대 퍼스트레이디 시절부터 최태민 씨가 사망할 때까지 20년 동안 정수장학회 영남재단 이사장 등으로 있으면서 최 씨 자문을 받고 최 씨 주변 사람들이 일했으며 이는 박 전 대표도 인정한 것”이라며 “박 전 대표가 집권하면 최 씨 일족이 집권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고 거들었다.
정치권에선 박 대변인의 ‘작심 공개 질의’와 이에 이은 진 대변인의 발언에 상당한 함의가 들어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공개질의를 한 박 대변인은 기획위원장에 거론됐을 정도로 이 전 시장 캠프의 대표적 전략통이라는 점에서 캠프의 전략 수정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그것이다. 또한 박 대변인이 건드린 ‘호랑이 코털’은 박 전 대표 측이 가장 언급하기 싫어하는 부분이라는 점에서 박 전 대표 캠프와 정면 승부를 벌이겠다는 일종의 선전포고였다고 본다. 그래서 한나라당 내에서는 “갈 데까지 간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박 전 대표 측은 이 전 시장 측이 돌연 공세를 강화하고 나오자 내심 당황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면서 일단 ‘무대응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이정현 공보특보는 “캠프가 대책회의를 열어 이명박 전 시장 측의 말 같지 않은 흠집내기나 흑색선전에는 일절 대꾸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 전 시장 측의 주장에 대해 명예훼손혐의로 고소 준비를 하는 등 법률 대응을 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이 전 시장 측이 그동안의 ‘관리전술’에서 경선 퍼펙트 승리를 위한 ‘정면대응 전술’로 바꾼 배경은 무엇일까. 먼저 경선에서 압승을 해야만 경선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현실적 판단 때문이다.
사실 이 전 시장 측은 그동안 박 전 대표 측의 네거티브 공세에 ‘무대응 기조’를 유지했다. 이 전 시장 측은 부동산 의혹이 제기되자 적극적으로 해명한 바 있지만 그럴수록 더욱 논란의 늪에 빠져든다는 것을 체감했다. 그리고 검증공방을 거치면서 기존 지지자들이 ‘정말 뭐 있는 것 아닌가’라면서 지지대열에서 이탈하고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그래서 각종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임을 주장하되, 캠프나 후보 본인이 직접 나서는 것을 지양하고 언론이 사실 확인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형태를 취했다. 그동안 적지 않게 불쾌한 반응을 보였던 이 전 시장도 ‘화합’을 외치며 후보 검증 공방에서 한발 물러선 모양새를 취했다.
하지만 그 결과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은 조금씩 하락하면서 박 전 대표와의 격차가 좁혀지는 양상이 나타났다. ‘가랑비에 옷 젖는 것’이 현실화된 것.
이 전 시장 측으로서는 다시한번 도약을 위한 ‘모멘텀’이 필요한 것이다. 정치권에선 “계속 떠밀려서 가느니 차라리 앞서서 치고 나가자”라고 주장하는 이명박 캠프 내 소장강경파의 목소리가 점점 세를 얻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이들은 ‘경선 승리는 이미 확실한 것이고 우리는 그 이후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전 시장 측의 전략 사정을 잘 아는 또 다른 관계자는 한발 더 나간 해석을 하고 있다. 최근 이 전 시장의 공세 모드 전환은 경선과 대선 승리 뒤 한나라당의 체질을 대대적으로 개혁하려는 장기적인 포석과도 맞물린다는 것이다. 그는 이에 대해 “이 전 시장 캠프나 박 전 대표 측이나 경선 뒤 양측의 완벽한 화합은 불가능할 것으로 본다. 이 전 시장이 패하면 차라리 손학규 전 경기도 지사 쪽으로 가겠다는 캠프 사람들도 있다. 박 전 대표가 패하면 대선은 팔짱 끼고 보고 일찌감치 총선이나 준비하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렇듯 양측 갈등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 전 시장 측으로서는 어차피 봉합할 수 없는 수준이라면 박 전 대표의 가장 아픈 곳을 건드려 이번 기회에 확실히 갈라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앞서고 있는 이 전 시장 측이 작심하고 최태민 목사 의혹을 직접 제기한 것을 두고 당내에서도 ‘이제 양측은 더 이상 꺼낼 카드가 없을 정도로 막판까지 온 것 같다’라고 이야기한다. 이는 곧 경선 뒤의 피바람 나는 물갈이를 의미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발 더 나간 분석과 전망을 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한나라당은 이회창 전 총재라는 강력한 카리스마가 무너진 뒤 박 전 대표 체제가 들어섰지만 여전히 당내 개혁이 미진한 부분이 많다. 특히 박 전 대표를 둘러싸고 있는 의원들이 강한 보수 성향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남북관계 기류 변화 등 현재의 시대정신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박정희 대통령의 유지를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그들과 나란히 가야 한다. 그런데 이런 결합으로는 한나라당의 미래가 없다. 이 전 시장이 경선에 승리해서 당장 당내 개혁을 위한 대대적인 물갈이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선 승리라는 또 다른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승리한다면 이 전 시장은 경제 회생을 통한 국가 비전 제시와 함께 30년 동안 적폐된 ‘보수당’의 체질 개혁이라는 쌍두마차로 초기 국정 운영을 할 계획인 것으로 이 전 시장의 핵심적인 조언 그룹으로부터 들었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기류는 이 전 시장 측 진수희 대변인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그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 이미 게임은 끝났다. 박 전 대표와의 격차를 더욱 벌려 경선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것이 종반 경선전의 목표”라고 자신감을 표시하고 있다.
이 전 시장이 경선 퍼펙트 승리를 위해 공세 모드로 전환한 또 다른 배경에는 “박근혜 후보도 도덕성 측면에서 그리 나을 게 없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라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 전 시장 측은 최근 실시된 후보검증 청문회에서 박 전 대표가 ‘전두환 정권 6억 원 수수’ 부분이나 ‘신기수 전 경남기업 회장의 신당동 자택 무상 기부’에 대해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처럼 발언한 부분을 주목하고 있다. 청문회 과정에서 박 전 대표가 ‘전두환 돈 6억 원을 받아서 잘 썼다’라고 발언한 부분 등을 두고 ‘박 전 대표가 도덕 불감증에 빠진 것은 아닌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국민들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 전 시장 측은 이런 여론의 틈새를 파고들어 최소한 ‘어차피 둘 다 비슷비슷한 사람들’이라는 물타기 효과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최근 기세를 탄 듯이 보이는 박근혜 전 대표의 기세를 누르는 동시에 경선에서 유권자들이 ‘어차피 약점이 있는 후보라면 능력 있고 본선 경쟁력이 있는 이 전 시장을 뽑자’는 전략적 선택을 할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 전 시장 측은 또한 “박 전 대표로서는 후보검증에 관한 한 더 이상 쓸 실탄이 떨어졌기 때문에 공은 우리에게 넘어왔다”고 보고 있다. 물론 최근의 강공이 또 다른 검증 공방을 불러올 가능성도 있지만 이 전 시장 측은 ‘이제 맞을 만큼 맞았고, 더 나올 것도 없다’는 기류가 더 강하기 때문에 박 전 대표에 관한 새로운 공세를 시작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박 전 대표가 경선 과정 막판에 이 전 시장에 대한 치명적인 폭로전을 전개할 경우를 대비해 미리 최태민 목사 의혹 등을 슬쩍 제기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는 최근의 수비 모드에서 ‘공격이 최상의 방어’라는 캠프 내 기류 변화와도 무관하지 않다.
한나라당의 한 ‘친이’ 의원은 이에 대해 “경선을 퍼펙트하게 승리로 이끌어야 대선 국면에서도 ‘이명박 대세론’이 더욱 힘을 받아 선거를 유리하게 이끌어 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 전 시장 캠프도 이 같은 내부 판단을 내리고 박 전 대표를 향한 총공세를 더욱 강화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