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날 인터뷰]대전 서부경찰서 강력계 2팀 손지은 순경
[대전=일요신문] 박하늘 기자 = 올해 초 전국적인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드라마 ‘시그널’. 시청자들은 근래 공권력에서 체감할 수 없었던 카타르시스를 드라마가 그려낸 ‘정의로운 경찰’의 모습에서 느꼈다.
드라마의 여러 캐릭터 중 가장 압권은 김혜수가 분한 ‘차수현’이었다. 차수현은 여경으로선 드물게 강력계에 배치돼 수많은 사건을 경험하며 점점 어엿한 강력계 형사로 자라난다. 차수현은 강인함, 섬세함, 날카로움, 정의감을 갖춘 가장 이상적인 경찰이다.
2000년대 전까지도 여경은 경찰의 이미지 순화 역할 정도로 여겨져 왔으며 경찰조직의 중심에 설 수 없었다. 편견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여경들의 노력으로 그런 편견들은 깨진 지 오래다. 오히려 특유의 섬세함과 친숙함이 수사의 질을 높여주고 있다. 아직 가야할 길은 먼 게 사실이지만 ‘차수현’을 보더라도 경찰조직에서 여경은 이제 더는 주변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에는 남자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강력계에서 ‘차수현’ 같은 여경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강력계는 살인, 절도, 강도 등 강력범죄를 다루는 다소 거친 임무를 맡는다. 그렇기에 여자는 강력계 임무를 맡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이 일반적이었다. 이제는 구시대적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
올해 2년 차인 손지은 순경(25,사진)도 강력계에서 활약하는 여경 중 하나다. 지난 2월 강력계에 발을 들인 손 순경은 수차례의 강력 사건을 접하며 강력계 형사로 거듭나고 있다. 특유의 공감 능력과 꼼꼼함으로 강력사건 수사에서 자신의 임무를 톡톡히 해내고 있다.
현진 경찰이신 아버지를 보고 꿈을 갖게 됐다는 손 순경은 “여경이 아닌 멋진 강력계 형사가 되고 싶다”며 당당히 포부를 드러냈다.
▶경찰이라는 꿈을 꾼 계기는?
아버지가 포항에서 현직에 계신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가 약자를 돕고 범죄자를 잡으시는 모습을 보고 자랐다. 아버지는 자기 일에 굉장한 보람을 느끼고 계신다. 그 모습을 보고 나도 경찰이 돼야겠다 생각했다.
▶아버지가 험한 직업인 것을 알고 계시기 때문에 반대하셨을 것 같은데?
아니다. 오히려 내가 경찰이 되고 싶다고 말씀드리니 적극적으로 추천해 주셨다. 경찰시험을 준비할 때도 뒤에서 많이 응원해 주셨다.
▶지금 근무하는 강력계에서 어떤 임무를 수행하는지?
살인, 강도, 절도 등 강력범죄를 수사한다. 특히 절도사건을 많이 맡았다.
수사에 들어가면 CCTV를 확인하고 통신자료제공을 요청해 범인의 동선을 파악하고 추적한다. 또 용의자 검거를 위해 잠복수사도 많이 한다.
▶강력계 형사로서 갖춰야 할 덕목이 있다면?
청렴. 모든 경찰의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경찰은 국민과의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체력도 중요하다. 용의자를 검거하기 위해 잠복근무를 하기도 하며 주기적으로 24시간 근무를 서기도 한다. 24시간 근무 시에는 잠도 못 자고 종종 출동하게 되는데 체력이 버텨주지 못하면 정말 힘들다.
가끔 식사를 불규칙하게 할 때도 있지만, 체력유지를 위해 가능하면 식사를 꼭 하도록 한다. 또한, 영양 보충을 위해 틈틈이 초콜릿을 먹는다. 힘들 때 초콜릿을 먹으면 어느 정도 체력이 돌아온다.
체력유지를 위해 운동도 한다. 요즘은 시간이 없어서 자주 못 하지만 짬을 내 조깅을 하거나 등산을 한다. 특히 등산을 좋아한다.
집중력도 좋아야 한다. CCTV를 확인할 때나 잠복근무를 할 때 잠깐이라도 한눈을 팔면 중요한 단서를 놓치게 된다. 수사는 정말 힘들고 예민한 작업이다. 끝까지 집중해야 한다.
피해자를 이해하고 피해자 가족들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임무 수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지난 9월, 절도범을 잡기 위해 잠복수사에 들어갔었다. 혹시나 범인이 있을까 싶어 범행 장소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는데 범인이 길에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처음 있는 일이라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다른 동료들에게 전화로 범인이 있는 장소를 보고했다. 이후 범인의 뒤를 몰래 쫓으며 계속해서 이동 경로를 보고했다. 곧이어 동료 형사들이 뛰어와 함께 범인을 검거할 수 있었다.
당시 며칠 동안 추운 날씨 속에서 밥도 못 먹으며 힘들게 잠복근무를 했었는데 범인을 잡자마자 고생했던 기억들이 모두 사라지며 경찰로서의 큰 보람을 느꼈다. 선배들에게 범인을 잡고 나면 그간 힘들었던 것이 싹 사라지며 보람을 느낀다는 말을 많이 들었었는데 그 기분을 비로소 알게 됐다.
또 다른 건은 얼마 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일명 ‘대전 여대생 가출 사건’이다. 사건이 터지고 선배들과 함께 수사에 착수했다. 그때 통신 수사 등 여러 가지 수사기법을 활용해 단시간에 여대생의 행방을 찾아냈다. 아직 강력계 형사로서 많은 경험이 없던 터라 다양한 수사기법들이 신기했다. 한편으론 경찰의 수사력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경찰 중 롤모델이 있다면?
여성 최초로 강력계 계장에 오르신 서울 강서경찰서 박미옥 경감이다. 그분은 강력계에서 버티면서 갖가지 어려움을 이겨내셨다. 나도 박미옥 경감처럼 강인한 경찰이 되고 싶다. 여경이 아닌 경찰이 되고 싶다.
▶경찰을 꿈꾸는 미래의 후배들에게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노력한다면 좋은 결실을 볼 것이다.
직업으로만이 아니라 정말 애정과 책임감을 갖고 경찰에 입문한다면 다양한 매력과 보람을 느끼며 스스로 경찰이라는 데에 큰 만족감을 얻게 될 것 같다.
끝으로 최근 경찰이 4대악 근절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열심히 하고 있으니 우리 경찰을 믿어주시고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
ilyods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