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와는 정반대, ‘제2의 잡스’ 성격도 야망도 닮아
스냅챗은 다양한 필터를 통해 재미있는 모습을 만들 수 있어 10대, 20대 사이에 인기다. 사진=스냅챗 홈페이지
스냅챗의 이런 차별화된 특성은 사용자수 증가와 기업가치의 상승으로 이어졌다. 현재 18~24세 미국 청년들의 65%가 사용하고 있는 스냅챗의 1일 사용자수는 1억 5000만 명가량이다. 기업 가치는 무려 200억 달러(약 22조 7000억 원)에 달한다. ‘골리앗’ 페이스북의 진정한 도전자로서 ‘다윗’ 스냅챗이 거론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스냅챗의 CEO 에반 스피겔 역시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와 종종 비교된다. 물론 두 사람에게는 공통점도 있다. 대학을 중퇴하고 회사를 설립했다는 점(저커버그는 하버드대 중퇴, 스피겔은 스탠포드대 중퇴), 창립 초기 동료의 아이디어를 훔쳐(?) 회사를 설립했다는 점, 공룡 기업의 인수 제안을 거절했지만 결국에는 성공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페이스북은 야후의 10억 달러를, 스냅챗은 페이스북의 30억 달러를 거절). 하지만 스피겔은 저커버그와 많은 점에서 다르다. 특히 사생활이나 경영 스타일은 정반대다.
스피겔은 상류층 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란 ‘금수저’다. 하버드대와 예일대 출신인 부모는 모두 변호사였으며, 비록 중학교 재학 시절 부모가 이혼하긴 했지만 어린 시절부터 사치스런 생활을 즐겼다. 용돈은 일주일에 250달러(약 28만 원). 16세 때 운전면허를 딴 후부터는 등하교 시 직접 SUV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를 몰고 다녔다. 그것도 모자라 아버지에게 7만 5000달러(약 8000만 원)짜리 BMW 자동차를 사달라고 조르는 등 어린 시절엔 낭비벽으로 아버지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런 사치 습관은 세계 최연소 억만장자가 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포브스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현재 스피겔의 재산은 21억 달러(약 2조 4000억 원)다. 이렇게 쌓은 부를 스피겔은 아낌없이 사용하고 있다. 자신의 드림카였던 페라리와 레인지로버 등을 몰고 다니는가 하면, 직접 헬리콥터를 조종하면서 LA 상공을 날아다니는 것을 취미로 삼고 있다.
제2의 페이스북으로 불리기도 하는 스냅챗의 CEO 에반 스피겔(사진)은 종종 마크 저커버그와 비교된다. 사진=AP/연합뉴스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 슈퍼모델 미란다 커 등 미녀들과 연애를 즐기는 것으로도 유명한 그는 패션과 명품 브랜드에도 관심이 많다. 이탈리아판 <보그>와 화보를 촬영한 것도 이런 관심에서였다. 연예인에 버금가는 행적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자신에 대해 스피겔은 스스로 “나는 젊고, 백인이며, 고등교육을 받았다. 나는 정말 운이 좋다. 인생은 공평하지 않다”고 인정한 바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저커버그는 수수하기 이를 데 없다.
둘의 차이는 실리콘밸리를 대하는 자세에서도 나타난다. 페이스북의 캠퍼스가 실리콘밸리의 상징이 된 것과 달리 스냅챗은 가능한 실리콘밸리와 거리를 두려 한다. 스피겔이 “우리는 LA의 라이프스타일을 더 선호한다. 우리 사무실은 캘리포니아 해변가에 있다”라고 말한 것처럼 스냅챗의 500여 명의 직원들은 거대한 캠퍼스 형태의 사무실이 아닌, 해변가의 몇몇 건물에 흩어져서 근무하고 있다.
또 하나 스피겔이 저커버그를 비롯한 실리콘밸리의 다른 경영자들과 다른 점은 바로 ‘폐쇄성’에 있다. 스냅챗 임직원은 함께 정보를 공유하는 자리는 매우 드물며, 신제품에 대한 의사 결정에 직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다. 때문에 직원들이 스냅챗의 새 서비스를 알게 되는 것은 보통 언론을 통해서다.
사정이 이러니 스냅챗의 직원들은 팀별로 개별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정보들은 필요한 수준에서만 제한적으로 공유한다. 스피겔이 바깥에서 산책하면서 회의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공개 장소이긴 하지만 사람들 틈에서 대화를 할 경우 누군가 엿들을 위험이 그만큼 적어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개방적인 다른 실리콘밸리 기업에 비해 스냅챗은 상당히 폐쇄적인 편이다. 모든 사안은 스피겔을 통해서만 결정되며, 스피겔의 의견이 결국은 최종 결론이 된다. 이런 까닭에 다 성사된 계약이 막판에 뒤집어지는 일도 허다하다. 스피겔의 한 지인은 “스냅챗에서 일하는 것은 바로 스피겔을 위해 일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2014년 2월 10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2013 테크크런치에서 스냅챗이 모바일 앱 어워드 ‘최고의 앱’으로 선정되어 스피겔이 트로피를 받았다. 사진=테크크런치 플리커
사실 스피겔의 이런 고집스런 경영 스타일은 호감형은 아니다. 지난 2년 동안 스냅챗의 최고 임원들 가운데 세 명이 연이어 나간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합류한 에밀리 화이트 COO(사업총괄책임자)는 1년을 조금 넘기고 스냅챗을 떠났으며, 세일즈 담당 마이크 랜달 부사장은 7개월 만에, 그리고 인사 담당이었던 세라 스펄링은 6개월 만에 스냅챗과 결별했다.
이런 점에서 사람들은 종종 스피겔을 스티브 잡스에 비유하곤 한다. 스피겔도 이런 평가를 인정한다. “나는 많은 결정을 내린다. 하지만 자주 바꾸기도 한다. 때로는 내가 내린 결정은 여섯 시간만 유지되는 경우도 있다.” 변덕스런 모습 역시 격렬히 논쟁을 벌이다가도 다음날이면 갑자기 자신이 했던 말을 취소하던 잡스와 상당히 유사하다. 이렇게 보면 현재 스피겔의 사무실에 잡스의 초상화가 걸려 있는 것도 아마 우연은 아닐 것이다.
스냅챗의 큰 그림은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를 넘어선다. 스피겔의 다음 목표는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 애플리케이션의 한 섹션을 ESPN이나 <코스모폴리탄>에 할애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였다. 같은 이유에서 음악 서비스 사업 도입과 음반회사 인수를 검토했고, NFL과 NBC와 스포츠 중계권 계약을 맺었다. 이에 대해 스피겔은 “사람들이 친구의 답장을 기다리면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엔터테인먼트 분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스피겔은 2017년 기업공개를 구상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현재 의견이 분분하다. 어떤 사람들은 2018년이나 그 후가 적절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반면, 또 어떤 사람들은 당장 내일이라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엔터테인먼트 산업과의 관계가 열쇠라는 데에는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 그리고 바로 이런 점에서 스냅챗의 둥지는 스피겔 본인이 말한 것처럼 실리콘밸리가 아닌 할리우드, 즉 LA가 제격인 듯하다.
김민주 외신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