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득·순천 씨 강남 빌딩 등 소유…박 대통령 신당 추진 때 순실 씨 건물 매각 흔적
최순실 규탄집회.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최 씨는 많은 형제자매들 중에서도 동복자매인 순득, 순천 씨와 매우 친밀한 사이다. 육영재단 분규 사태 당시 최태민 일가와 대립했던 한 인사는 “당시 순득, 순천 자매가 육영재단 사태 전면에 나선 것은 아니었다. 최태민 목사와 최 씨만 문제가 됐다”면서도 “당시 최 목사가 부정하게 획득한 돈이 순득, 순천 자매에게도 흘러들어간 것 아닌가 모두 의심은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우선 최 씨 언니인 순득 씨는 삼성동 7층 빌딩을 포함해 재산이 10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순득 씨가 어떤 방식으로 이렇게 많은 재산을 갖게 되었는지는 현재까지 알려진 바가 없다. 순득 씨는 박 대통령의 성심여고 동창이다. 순득 씨는 박 대통령이 명예총재를 지낸 구국봉사단이 운영했던 경노병원 경리과장으로 근무한 경력도 있다.
순득 씨와 최 씨는 친밀한 관계다. 최 씨가 순득 씨 가족과 단골 목욕탕 등에서 자주 목격됐다는 증언도 나온다. 특히 순득 씨는 박 대통령과도 꾸준히 친밀한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이 2006년 커터칼 피습을 당했을 때와 2007년 대선 경선에서 패배했을 때 순득 씨 집에 머물며 심신을 추슬렀다는 것이다.
순득 씨는 현재 강남 도곡동에 위치한 한 고급빌라에 살고 있다. 순득 씨가 살고 있는 빌라는 강남 고급빌라들 중에서도 대형 평형대를 자랑하는 곳이다. 이 빌라는 총 19세대로, 매물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주민들은 박 대통령이 순득 씨 집에 왕래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었다고 증언했다.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순득 씨 집에는 박 대통령이 좋아하는 반찬을 전문으로 하는 가사도우미까지 따로 두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순득 씨 집을 방문해보니 이미 취재진들이 주변에 진을 치고 있었다. 경비원은 “순득 씨 가족이 오래전부터 집에 오지 않고 있다. 해외로 떠났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최 씨와 마찬가지로 순득 씨 역시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후 해외로 도주한 것은 아닌지 의심되는 대목이었다.
순득 씨도 최 씨처럼 성격이 불같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순득 씨는 특히 운전기사를 자주 갈아치웠다. 지금도 순득 씨 남편이 운영하는 회사를 검색하면 ‘사모님 운전기사를 모집한다’는 채용공고가 거의 2달 간격으로 남아있을 정도다. 채용공고는 채용완료로 종료됐지만 곧바로 채용공고가 또 올라왔다. 나중에는 급여도 크게 올렸다. 채용공고를 살펴보면 60대 초반 사모님을 수행할 것이며 강남지리에 밝고 벤츠 차량을 능숙하게 운전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는 내용이다.
순득 씨 딸 장유진 씨는 최순실 게이트의 키맨으로 지목되고 있다. 유진 씨는 지난해 장시호로 개명했다. 유진 씨는 당초 차은택 감독을 최 씨에게 소개해준 인물 정도로만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최 씨 소유의 ‘비덱 스포츠’ 설립과 운영 과정에도 일부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순실 조카 장유진이 이번 사건의 가장 실세이며 최순실의 대리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장유진을 긴급체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최 씨의 딸인 정유라 씨가 중학교 시절 성악을 전공하다 갑자기 승마를 시작하게 된 것도 원래 승마를 했던 유진 씨의 영향 때문일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순득 씨 아들인 장승호 씨는 현재 베트남에서 고급 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승호 씨에게 줄을 대려고 유력 인사들이 줄을 섰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최 씨는 승호 씨를 유독 아꼈다고 한다. 승호 씨의 유치원 운영 노하우도 유치원을 운영했던 경험이 있는 최 씨에게 배운 것으로 알려졌다. 승호 씨가 베트남에서 만난 인물들이 실제로 박근혜정부에서 특혜를 받은 것은 아닌지 조사해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최 씨 동생인 순천 씨도 청담사거리 13층 빌딩 등을 소유하고 있는 1000억 원대 자산가다. 순천 씨의 남편인 서동범 씨도 재력가다. 서 씨는 국내 유명 유아동복업체인 서양네트웍스 대표를 맡고 있다. 서양네트웍스는 한 해 매출액이 1500억 원에 달한다.
순천 씨 부부 역시 최 씨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최 씨 가족은 지난 2002년 압구정 현대아파트로 거주지를 옮겼었는데 이 아파트의 집주인은 서동범 씨의 아버지인 서희원 전 송제교육재단 이사장이었다. 동범 씨는 독립운동가 서재필 박사의 후손인데 서재필기념회 이사장은 박 대통령 원로자문그룹 ‘7인회’의 한 사람인 안병훈 기파랑 대표가 맡고 있다. 동범 씨를 통해 안병훈 대표가 7인회 멤버로 천거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일각에선 최 씨 자매들이 박 대통령의 정치활동을 금전적으로 지원해왔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2년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을 탈당해 신당을 추진할 때는 공교롭게도 최순실 씨가 건물 한 채를 매각한 흔적이 발견되기도 했다. 최 씨 자매들이 모두 수천억 원대 자산가이고 박 대통령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왔던 만큼 자금 흐름을 추적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최순실 게이트의 실체를 파헤치려면 최순실뿐만 아니라 자매들의 자산형성 과정과 자금 흐름, 인맥까지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할 것”이라며 “최태민 일가가 대통령 주변에서 어떤 일들을 벌였는지 이제라도 철저히 조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