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회장 오른쪽 2인 ‘소’ ‘황’ 눈에 띄네
신 회장은 “롯데그룹 정책본부는 계열사를 지원하는 역할 중심으로 축소 재편할 것”이라며 “계열사 스스로 판단을 내리고 실행하는 책임 경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롯데는 정책본부 재편을 위해 외부기관의 경영 컨설팅을 받고 있다.
지난 25일 경영 쇄신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포함한 정책본부 주요 임원, 23개 계열사 대표이사들이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신 회장 바로 오른쪽에 선 소진세 사장과 오른쪽에서 세번째에 선 황각규 사장이 새로운 2인자로 거론되고 있다. 고성준 기자 joonko1@ilyo.co.kr
현재 롯데그룹 정책본부는 개선실, 대외협력단, 비서실, 비전전략실, 운영실, 인사실, 지원실 7개 부서와 롯데재단, 롯데미래전략센터 등 기타 부설 조직으로 구성돼있으며 근무 인원은 약 300명이다. 계열사에 대한 영향력을 축소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정책본부 부서의 통폐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부서 통폐합 방향에 따라 소 사장과 황 사장의 세력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
정책본부 부서 중 계열사 간 업무를 조율하는 운영실, 인수합병(M&A)을 담당하는 비전전략실, 계열사 사장과 임원을 임명하는 인사실 등은 신 회장의 방침에 따라 통폐합 형식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이 부서들 내에는 주로 황각규 사장의 사람들이 포진해 있다. 비전전략실을 이끄는 사람은 임병연 정책본부 비전전략실장(전무)이다. 황 사장과 임 전무는 서울대 화학공학과 선·후배 사이로 과거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에서 같이 일한 바 있다. 같은 서울대 출신의 윤종민 정책본부 인사실장 역시 황 사장 라인으로 알려졌다. 정책본부 재편 후 황 사장 라인의 사람들이 대거 떠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소 사장이 단장을 맡고 있는 대외협력단은 기능이 축소될 가능성이 낮다. 대외협력단은 대외업무와 홍보업무를 할 뿐 계열사 경영과 많은 관련이 없다. 오히려 신 회장이 경영혁신안 발표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데 부족했다”고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만큼 대외협력단의 역할이 지금보다 커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25일 혁신안 발표 현장에서 신 회장 바로 오른쪽에 선 사람은 소 사장이었다. 황 사장은 소 사장과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에 이어 3번째에 위치했다. 만일 신 회장이 서열 순으로 자리배치를 했다면 소 사장이 황 사장보다 높은 서열에 있다는 이야기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연차순으로 배치한 것이지 그룹 내 서열과 아무 상관없다”며 “자리배치로 오해를 살 수 있어서 가장 일반적인 배치를 택했다”고 해명했다.
그렇다고 소 사장이 2인자 자리에 훨씬 가까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신동빈 회장은 그동안 황각규 사장에게 남다른 애정을 보여온 것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1995년 롯데 기획조정실 부사장에 오르면서 당시 호남석유화학 부장이던 황 사장을 데려와 기획조정실 국제부 부장으로 임명했다. 기획조정실 국제부는 정책본부 비전전략실의 모태다. 또 신 회장은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채택됐을 때 출석 전날 황 사장과 같이 예행연습을 하기도 했다.
소 사장 역시 신 회장의 신임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소 사장은 지난해 신 회장과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 당시 신 회장의 입 역할을 한 인물이다. 신 회장으로서는 어느 한 명 편을 들기 어려운 만큼 당분간 소 사장과 황 사장의 공동 2인자 체제를 생각할 수도 있다. 재계 일부에서 대외협력단을 본부로 승격해 소 사장을 대외협력본부장으로 임명하고 황 사장을 정책본부장으로 임명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고성준 기자 joonko1@ilyo.co.kr
인사와 조직개편 수준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시기는 불투명하다. 지난해 롯데그룹 임원인사는 12월 28일에 단행됐으나 올해는 사안이 사안이니만큼 조기 인사설을 점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러나 신 회장이 불구속 기소되면서 조기 인사설에 힘이 빠진 것도 사실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신 회장의 구속을 대비한 비상 경영체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아 조기 인사설이 나왔던 것”이라며 “불구속 기소로 결정된 이상 임원인사도 처음부터 다시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롯데가 현재 외부 컨설팅을 받고 있다는 점도 조기 인사설이 수그러진 한 요인이다. 롯데 측에 따르면 정책본부 관련 컨설팅은 내년 초 마무리된다. 컨설팅이 끝난 후 재편 과정에서 또 한 차례 인사 이동이 있을 수 있어 연말 인사는 소폭에 그칠 수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인사 시기에 대해서는 정해진 게 아무 것도 없고 지금 나오는 이야기들은 대부분 추측에 불과하다”며 “다만 컨설팅 결과를 반영하지 않을 수 없으니 컨설팅 이전에 대대적인 인사 이동이 있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밝혔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