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고당기기… ‘금배지’ 뺨치네
▲ 지난 7월 16일 대통합 전략과 추진 일정을 밝힌 미래창조연대.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미래창조연대의 김호진 공동대표는 지난달 24일 창준위 발족식에서 “역사상 최초의 시민정당이 출현하는 것이다. 한국 정치사가 새롭게 쓰여졌다”고 신당의 의미를 평가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일부에서는 미래창조연대에 대해 “기존의 정치권 주변에서 일하던 인사가 다수”라며 평가절하하기도 하고, 정계 일각에서는 “열린우리당의 신장개업에 들러리를 서는 격”이라는 소리도 나온다. 창당 준비과정에서 보여준 지분 싸움과 관련, “기존 정치권의 행태를 답습한다“는 비난도 없지 않다.
미래창조연대의 탄생배경은 상당히 복잡하다.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를 표방한 시민단체였던 ‘통합과 번영을 위한 국민운동(통합번영국민운동)’과 ‘창조한국미래구상’이 합쳐져 ‘통합번영미래구상’이란 단체가 탄생했다.
‘창조한국미래구상’은 지난 2007년 1월 30일 ‘진보개혁세력이 동참하는 대연합’ 구축을 목표로 만들어진 독자적인 정치운동단체를 표방한 시민연대다. 이들은 진보성향의 사회단체 활동가와 학자, 전문가들이 주축을 이뤄 결성되었다. 현재 미래창조연대의 오충일 목사와 최열 환경재단 대표, 정대화 상지대 교수, 양길승 녹색병원 원장 등이 창조한국미래구상의 주축을 이루던 인사들이다. 한편 ‘통합번영국민운동’은 지난 3월 최윤 김선택 김지현 씨 등 70~80년대 초반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40~50대 재야 출신이 주축을 이뤄 ‘진보개혁세력의 대선 승리’를 목표로 만들어진 단체다. 여기에는 민병두 열린우리당 의원도 발기인으로 참석했다.
두 단체는 6월 중순까지 신당을 창당하겠다며 지난 5월 ‘통합번영미래구상’이라는 이름으로 통합했으나 이후 노선 갈등으로 일부가 떨어져나가고 지난 7월 초 현재의 미래창조연대로 재탄생했다.
한나라당 강성만 부대변인은 지난 7월 26일 미래창조연대에 대해 “신당 공동창당준비위원장 6명 가운데 시민세력대표 3인이 노무현 정부나 김대중 정부에서 공직을 맡았던 인물”이라고 말한 바 있다. 오충일 목사가 현 정권에서 국정원 과거사진실규명 위원장을 역임했고, 김호진 씨는 김대중 정권 시절 노동부 장관을 지냈으며 김상희 전 여성민우회 상임대표가 대통령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장을 지낸 것을 두고 한 말이다. 강 부대변인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대중 대통령 때부터 신당을 만들기 위해 시민단체를 끌어들이던 것은 현재 여당의 전형적인 수법”이라며 “(미래창조연대는) 이미 정치를 하던 ‘때 묻은 사람들’이 주로 포진해 있는데 그들을 과연 순수한 시민세력으로 봐야 하느냐. 정치를 개혁하겠다는 순수한 시민세력이 아닌 정치를 하고 싶어서 참여한 인물들일 뿐”이라고 의문을 표했다.
실제로 신당 중앙위원 중 절반을 차지하는 미래창조연대 소속 인사들 중에는 시민사회운동을 한 인사들은 물론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 후보를 도왔거나 총선 또는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등 정치권에서 활동했던 인사들도 많이 보인다.
▲ 지난 5일 대통합민주신당이 창당대회를 열었다. 왼쪽에서 세 번째가 미래창조연대 출신의 오충일 대통합민주신당 대표. 연합뉴스 | ||
민주신당 창당 준비 과정에서 미래창조연대가 50%의 지분을 요구했던 것에 대해서도 안팎에서 말들이 많다. 그동안 미래창조연대는 “창당준비위원회에 시민단체인 우리와 정치권의 지분이 1 대 1로 보장되지 않으면 신당에 불참할 수도 있다”고 강하게 주장해 왔다. 이에 대해 민주신당에 참여한 기존 정치세력들은 ‘시민단체가 너무한다. 미래창조연대도 여러 정파의 하나로 봐야 한다’며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래창조연대 관계자는 이러한 비난에 대해 “지분이라는 것 자체가 기득권이 있는 사람들이나 하는 얘기”라며 “현재 지분형태의 싸움으로 보이는 것은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결국 ‘도로 열린우리당’의 색을 벗기 위해서 시민사회세력의 참여가 절실했던 기존정치권은 무릎을 꿇지 않을 수 없었고 지난 7월 31일 민주신당 창준위의 집행위원장을 정치권과 시민사회진영이 1 대 1로 하기로 합의했다. 더 나아가 미래창조연대는 신당 대표를 놓고도 충돌, ‘새로운 인물’을 신당 대표로 해야 한다며 오충일 목사 단독체제를 관철시켰다.
하지만 지분문제는 제 정파와 대선주자들의 이해관계도 얽혀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앞으로 언제든지 불거질 수 있는 상황이다. 최근 손학규 전 지사 측의 선진평화연대가 “미래창조연대는 시민사회 대표가 아닌 문국현 사장 지지그룹 아니냐”며 “왜 기득권을 50%나 요구하고 있느냐”고 비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미래창조연대의 최열 대표가 그동안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의 대선출마를 꾸준히 설득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그런 사람(문 사장)이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받쳐줄 수 있는 세력이 있어야 하고 문 사장이 뛰어들면 인지도를 높이고 그의 지지도를 높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 신당의 역할일 것”이라며 문 사장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히기도 했었다.
미래창조연대가 이러한 우려와 비난을 극복하고 과연 앞으로 순수한 정치개혁 시민연대로서 성공적 정치개혁을 이룬 세력으로 기억될 수 있을지 아니면 범여권에 간판만 빌려준 정치 예비 세력의 하나에 불과한 단체로 평가받을지 주목되고 있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