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두각시설 담뱃값 인상 배후설 이어 세월호 7시간 의혹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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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씨가 10월 31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됐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지난달 2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71회 경찰의날 기념식’에 참석한 박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온라인상에 난무하는 악성 댓글과 괴담 등 일상 속에서 법질서 경시 풍조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며 “경찰은 사회 전반에 법질서 존중 문화가 뿌리 내리도록 엄격한 법 집행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는 비선실세와 재단법인 미르·K스포츠와 관련한 의혹이 쏟아져 나오면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역대 최저치로 떨어진 상황이었다.
비선실세 의혹이 확산되고 있는 현상에 대해 박 대통령이 강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국정감사와 언론보도를 통해 일부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박 대통령의 바람과 달리 ‘최순실 괴담’은 일파만파로 번졌다.
가장 먼저 수면위로 떠오른 괴담은 최 씨가 ‘주술적 멘토’로서 박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결정했다는 ‘꼭두각시설’이다. 최 씨가 박 대통령의 특수활동비를 운용하고 해외 순방 일정 및 공식행사 일정과 의상을 챙겼으며, 의상 선택 시 주술적 고려를 했다는 내용이다. 해당 설은 TV조선의 보도에 의해 일부는 사실로 밝혀졌다. 지난 2014년 9월 박 대통령의 4박 7일 북미 순방 일정표에는 최 씨의 자필로 추정되는 ‘빨강’ ‘보라’ ‘흰색’ 등의 메모가 적혀 있었으며, 박 대통령은 메모와 동일한 색상의 의상을 입었다. 더불어 최 씨가 박 대통령의 의상을 직접 선정한 정황이 담긴 영상도 공개됐다.
이에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6일 예산결산특위 전체회의에서 “최 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순방표에 자필로 대통령의 옷 색깔을 집어넣었다. 전문가 얘기를 들어보니 대통령 사주와 색의 궁합을 맞춰 색을 지정했다”며 “최 씨가 박 대통령 의상을 선택하는데 주술적 고려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발언의 근거에 관해 김 의원 측은 “여러 역학전문가의 의견을 바탕으로 들은 내용을 확인 차 발언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색상마다 어떠한 의미가 담겼는지 등의 구체적 내용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청와대 측에서 해외순방 일정이 유출된 사실을 확인해줘야 그 이후의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정상회담 등의 대통령 일정이 민간에 유출된 것은 심각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해외순방 일정과 함께 대통령의 연설문 또한 사전 유출됐으며, 최 씨가 이를 직접 검수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박 대통령이 연설 중 ‘하늘의 메시지’ ‘우주의 기운’ ‘혼이 비정상’ 등의 표현을 쓴 배경에 최 씨가 자리하고 있었을 것이란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이 또한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통해 일부 사실로 드러났다. 박 대통령은 사과문에서 “최 씨는 지난 대선 때 주로 연설이나 홍보 등의 분야에서 저의 선거운동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전달됐는지 개인적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했다”며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도 같은 맥락에서 도움을 받은 적 있으며, 취임 후에도 일부 자료에 대해 의견을 들은 적 있다”고 밝혔다.
최 씨의 혐연감정이 담뱃값 폭등을 이끌었다는 황당한 주장도 제기됐다. 최 씨가 정윤회 씨와 이혼한 사유 중 하나가 담배 냄새였으며, 담뱃세 인상 정책에 최 씨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설은 지난해 애연가단체가 펼쳤던 주장을 근거로 확산됐다. 애연가단체 ‘아이러브 스모킹’ 등이 지난해 4월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민·형사 소장을 제출하며 “지난 2014년 9월 열린 코포럼 담배공청회에서 서홍관 금연운동협의회장이 ‘담뱃세 인상은 청와대의 특명으로 결정됐으며, 보건복지부 장관의 소신 추진이 아니다’고 밝혔다”고 주장한 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와대가 주도해 담뱃값 인상을 주도했다는 사실 외에 최 씨 측 개입 정황은 알려진 바가 없다.
새누리당과 관련된 괴담도 있다. 새누리당이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와 깊은 연관이 있다는 설이다. 당명인 ‘새누리’가 신천지의 순한글 표기이며, 새누리당의 로고가 신천지 교리에 등장하는 ‘붉은 말’의 안장을 표현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에게 서신을 보내 협조를 요청했다는 설도 제기됐다. 지난 2012년 이후 재등장한 ‘박근혜 신천지설’은 당시 박 대통령이 이만희 총회장에게 보낸 서신 사진과 함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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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서신과 함께 알려진 ‘신천지 대외활동 협조안내’ 문서에는 ‘한나라당 특별당원으로 한시적 가입해 준비하고자 한다’는 내용과 함께 한나라당 당원 가입에 대한 설명이 담겼다. 하지만 지난 대선 당시 박 대통령 측은 이를 완강히 부인한 바 있으며, 신천지 측 또한 최근 포털 등을 통해 의혹을 부인하는 게시물을 대량으로 게재하고 있다.
더불어 박 대통령의 잦은 울산 방문이 울산에 위치한 신천지 교회 때문이라는 설도 제기됐다. 자신을 울산대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라고 소개한 한 누리꾼은 “박 대통령이 울산에서 가장 큰 신천지교회를 방문하기 위해 울산대 부근을 자주 방문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해당 게시글은 울산대와 신천지울산교회 부근의 지도, 건물 사진 등과 함께 온라인상에 공유됐다. 신천지울산교회는 울산대 바로 옆 700m도 채 되지 않는 곳에 위치해 있었다. 기자는 더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게시글을 최초 작성한 누리꾼에게 연락했으나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최순실 괴담’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지며 누리꾼들을 경악하게 한 것은 ‘세월호 인신공양설’이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900일이 넘도록 진상규명이 요원한 가운데, 참사 발생 직후 박 대통령의 행적이 묘연했던 ‘세월호 7시간’ 의혹이 최태민 목사의 영생교와 함께 재조명되고 있다. 해당 음모론은 박 대통령의 행방이 불분명했던 7시간 동안 최 목사 사망 20주기 천도재를 지냈으며, 천도재를 지내기 위해 세월호 참사의 피해자들이 희생됐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세월호 7시간’ 의혹을 주장하는 이들은 △해경이 구조보다 희생자 숫자에 연연했던 점 △사고 하루 전 선원법 시행령이 개정된 점 △단원고 계약 선박이 바뀐 점 △청해진해운 직원의 수첩 속에 ‘세타의 경고’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는 점 △당시 기상악화로 인해 세월호를 제외한 여객선의 운항이 취소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또한,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이후 대국민 담화문에서 “고귀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대한민국이 다시 태어나는 계기로 만들겠다”고 밝힌 것 또한 문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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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 등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음모론이 급속도로 퍼지자 황교안 국무총리는 “박 대통령은 당시 청와대에서 사고에 대한 대처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고, 그것이 객관적 사실에 부합할 것이라고 본다”고 해명했으나, 세월호 7시간 의혹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지는 못했다.
이에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은 지난 1일 오전 광화문에서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 가족과 국민은 세간에 도는 세월호 참사 연루설에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현 국정파괴 사태가 세월호 참사와 연결돼 있다는 의혹에 대해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들어 근거가 미약하거나 전무함에도 불구하고 갖가지 버전으로 번지는 ‘최순실 괴담’의 원인을 국정농단 의혹의 전모가 밝혀지지 않은 혼란스러운 현 정국에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윤상우 동아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가나 검찰에 의해 갖가지 의혹에 대한 실체 규명이 진행 중이지만 여전히 완벽한 진상규명은 되지 않고 있다. 언론에서는 전체 국정농단 의혹 가운데 확인된 부분만 기사화하기 때문에 부분적인 팩트는 존재하지만 전체 그림은 완성되지 않았다. 때문에 이 부분적인 팩트를 엮는 과정에서 일종의 소설이 만들어질 수 있다. 검찰 조사나 공식적인 정보를 통해 언론보도 내용들이 어떻게 관련성이 있으며 어떤 순으로 진행됐는지 밝혀져야 하는데, 아직 전모가 드러나지 않다 보니 추측이나 추정이 그런 공백을 메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