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직원 “아는 사람만 오는 아지트 같은 업소”
S 빌딩에서 시설과장으로 일했던 A 씨는 “당시 저녁이면 남자 접대부들이 단체로 출근해서 입구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것을 봤다. 그 건물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로 국정농단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 씨가 10월 31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S 빌딩은 유흥가가 아닌 대로변에 위치해 있다. 유동인구도 많은 편은 아니었다. 그런 곳에서 어떻게 호스트바 영업이 가능했던 것일까. A 씨는 “어떤 방식으로 업소가 운영이 됐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업소를 운영하는 사람이 조직폭력배라고 했다”며 “아는 사람들만 찾아오는 아지트 같은 업소였던 것 같다”고 귀띔했다.
S 빌딩에서 근무했던 또 다른 인사는 “대로변에 위치한 건물에서 그런 가게를 운영해도 괜찮은지 궁금했는데 다른 직원이 ‘장 사장(순득 씨의 남편)이 높은 사람들하고 친해서 괜찮다’고 했다”고 했다. A 씨도 “장 씨는 평소 직원들에게 전 경찰 고위 간부와 국정원 관계자가 친구라고 말하고 다녔다. 전 경찰서장이라는 사람은 사무실에도 자주 찾아왔다”고 말했다.
특별한 이력이 없던 장 씨가 어떻게 유력 인사들과 친분을 맺게 됐는지는 의문이다. 장 씨는 과거 박근혜 대통령이 명예총재였던 대한구국봉사단에서 근무했다고 알려져 있다. 일각에선 장 씨가 유력 인사들과 친분을 맺는 데 박 대통령 영향력이 작용했던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순득 씨는 주변인들에게 ‘국회의원들이 한자리 차지하려고 돈 보따리 들고 찾아온다’며 자랑하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줄을 대려고 찾아온 유력 인사들과 친분을 쌓은 순득 씨 부부가 단속을 비켜가는 등 특혜를 받았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순득 씨 부부가 소유한 S 빌딩은 지하 3층~지상 7층, 대지면적 951.5㎡(288평) 규모로 강남 삼성동에 위치해 있다. 시세는 300억 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다른 전 직원은 “최순실 씨 측근인 고영태 씨가 과거 호스트바 출신이라는 보도를 보고 문득 순득 씨 건물에서 호스트바가 운영됐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최 씨가 순득 씨를 통해 호스트바 관련 인물들을 만났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최근엔 최순실 씨는 고영태 씨 외에도 언제 어디서든 부르면 나오는 5명의 전담 남성 접대부가 있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 같은 전 직원들의 증언을 확인해보기 위해 <일요신문>은 직접 순득 씨 빌딩을 찾아가 봤다. 주변 상인들은 “과거에 빌딩 지하에서 술집이 운영됐던 것은 맞다”면서도 “그 술집이 호스트바였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마저도 몇 년 전 없어져 현재 건물 지하는 비어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지하에 내려가 보니 전 직원들이 설명한 것과 매우 비슷한 구조라 증언에 신빙성을 더해줬다.
순득 씨 부부가 직원들에게 갑질을 해왔다는 증언도 나왔다. A 씨의 경우는 점심시간에 자격증 시험 접수를 하고 왔다는 황당한 이유로 해고됐다. A 씨는 “자격증 시험을 접수하기 위해 점심시간에 외출하겠다고 하니 장 씨가 자격증이 왜 필요하냐면서 그런 유능한 사람은 회사에 필요 없으니 내일부터는 나오지 말라고 했다. 처음에는 농담인 줄 알았는데 다음 날 정말 해고됐다”면서 “너무 황당하고 억울해서 한동안 실어증 증세로 병원 치료를 받았을 정도로 충격이 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 직원은 “다른 직원들도 대수롭지 않은 이유로 자주 해고됐다. 무슨 이유로 (순득 씨 부부가) 그렇게 직원들을 자주 해고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들 그 부부가 진상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현재 순득 씨 부부 빌딩에서 근무하고 있는 주차관리원이나 청소원들은 모두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기자가 직접 만나본 직원들은 순득 씨가 최 씨의 언니라는 사실을 알고는 놀라는 눈치였다. 한 직원은 “순득 씨가 최 씨 언니라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며 “경비 아저씨나 저나 다들 채용된 지 한 달도 안됐다”고 말했다.
순득 씨는 운전기사도 자주 교체했다. 지금도 순득 씨 남편이 운영하는 회사를 검색하면 ‘사모님 운전기사를 모집한다’는 채용공고가 거의 2달 간격으로 남아있을 정도다. 채용공고를 살펴보면 60대 초반 사모님을 수행할 것이며 강남지리에 밝고 벤츠 차량을 능숙하게 운전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는 내용이다.
전 직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순득 씨는 운전기사가 다소 비싼 밥을 사먹었다는 이유로 폭언을 쏟아낼 정도로 직원들에 대한 갑질이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요신문>은 이 같은 증언들에 대한 해명을 듣기 위해 빌딩 관리사무소를 찾아갔지만 ‘그런 질문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순득 씨 부부에게 이 같은 내용을 꼭 전달하고 해명을 부탁한다고 말했지만 관리소장이라는 인물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기자를 건물 밖으로 내쫓았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