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라응찬 위성호 vs 비라응찬 조용병 ‘파벌싸움’이 좌우
신한금융그룹 본사 전경.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조 행장의 올해 실적도 괜찮은 편이다. 신한은행의 올해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4조 1663억 원으로 전년 대비 6.3% 올랐다. 당기순이익은 1조 5117억 원으로 지난해 1조 2528억 원에 비해 20.7%나 증가했다. 3분기까지 실적 여부에 따라 조 행장과 위 사장의 2파전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었지만 신한은행의 호실적이 조 행장의 입지를 구축하는 힘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2013년 8월 신한카드 사장에 취임한 위성호 사장은 올해 카드수수료 인하라는 악재 속에서도 신한카드의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신한카드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4579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약 4% 증가했다. 업계 2위인 KB국민카드의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감소한 것과 대조된다. 위 사장은 또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 신한카드의 해외 진출도 이뤄냈다.
그러나 위 사장이 차기 회장 후보에 거론되는 또 다른 이유는 신한금융 내부에 그를 지지하는 세력이 많기 때문이다. 2010년 라응찬 전 회장과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이 경영권을 두고 경쟁할 때 위 사장은 라 전 회장을 적극 지지한, ‘라응찬 라인’의 대표 인사로 분류된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내부 파벌에 대해 “6년 전의 일일 뿐 내부에서 파벌 분위기는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신한금융이 내부 파벌이 전혀 없다고 주장하는 중심에는 한 회장이 있다. 조용병 행장이 취임하기 전인 지난해 초 행장 후보로는 조 행장 외에 이성락 전 신한생명 사장, 김형진 신한금융 부사장, 위성호 사장 등이 꼽혔다. 당시 이 전 사장은 신상훈 라인, 김 부사장과 위 사장은 라응찬 라인, 조 행장은 중립적 인물로 알려졌다. 한 회장은 조 행장의 능력을 염두에 두고 행장에 선임했다기보다 특정 라인에 속해 있지 않다는 점을 이용해 파벌을 없애려 했다는 것이 신한금융 안팎의 평가다.
그런데 현재 신한금융 내부를 들여다보면 신상훈 라인의 사람은 대부분 떠난 반면 라응찬 라인의 사람은 대다수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동우 회장이 취임하면서 최상운 전 신한아이타스 대표를 비롯한 대부분 신상훈 라인 인사가 사임하거나 연임에 실패했다. 그나마 남아 있던 이성락 전 사장도 지난 3월 연임에 실패하며 퇴임했다.
반면 라응찬 라인으로 분류되는 위성호 사장, 김형진 부사장,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사장 등은 여전히 신한금융 내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한 회장이 라인을 없애려고 하지만 실적도 좋고 영향력도 높은 인사를 내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결국 현 상황은 주류인 라응찬 라인과 비주류인 나머지 사람들의 싸움”이라고 분석했다.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일요신문 DB
라응찬 라인은 실제 회추위에서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회추위는 한 회장을 포함해 박철·이상경·고부인·히라카와유키·필립 에이브릴 사외이사, 남궁훈 비상무이사, 이상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서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멤버는 신한금융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는 재일교포들의 대표 격인 고부인·히라카와 유키 사외이사다.
신한금융의 재일교포 주주들은 크게 도쿄 주주들과 오사카 주주들로 나뉜다. 도쿄한국상공회의소 부회장 출신인 고부인 사외이사는 도쿄 주주들의 대표성을, 오사카대학 출신인 히라카와 유키 사외이사는 오사카 주주들의 대표성을 띤다. 과거 라응찬-신상훈 사태 당시 도쿄 측 주주들은 라 전 회장을, 오사카 측 주주들은 신 전 사장을 지지했다. 라응찬 라인의 멤버들은 여전히 도쿄 측 재일교포 주주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성호 사장은 지난 8월 사장직 연임이 결정됐을 때도 재일교포 주주들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위 사장은 신한 사태 때 라 전 회장과 직접 일본으로 건너가 재일교포 주주들을 만나 친분을 쌓았다. 그는 당시 교포 주주들의 의견을 신한금융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러한 배경을 보면 위 사장이 유리한 조건으로 보인다.
반면 조 행장은 신상훈 라인이 아닌 탓에 오사카 주주들의 지지를 받을지 불투명하다. 조 행장이 재일교포 주주들과 교류에 나선 건 행장 취임 이후인 지난해 3월부터여서 아직 재일교포 주주들에게 낯설 수밖에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조 행장에게 가장 강력한 우군은 라응찬 라인인 한동우 회장이다. 한 회장이 공식적으로 조 행장에 대한 지지를 표한 적은 없지만 지난 행장 선거에 이어 이번에도 조 행장을 지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 회장 본인도 라응찬 라인 출신이지만 어차피 물러나는 상황에 라인 타파에 힘썼다는 이미지는 마지막까지 가져가고 싶을 것”이라며 “한 회장이 조 행장을 지지한다면 조 행장의 실적도 좋은 만큼 회장으로 선임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전했다.
조 행장이 회장으로 취임한다면 대대적인 인사와 조직 개편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특정 라인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해 회장 자리에 오르는 것이니만큼 신한금융 내 여전한 라응찬 라인의 세력을 약화시키지 못하면 조직 장악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렇다고 위 사장과 오사카 지점장 출신인 김형진 부사장을 내친다면 재일교포 주주들의 거센 항의에 부딪칠 공산이 크다.
반대로 위 사장이 회장으로 선임하면 조 행장 지지층은 비교적 적은 만큼 쉽게 내쳐질 수 있다. 이미 라응찬 라인과 경쟁구도가 생긴 조 행장은 회장 선임뿐 아니라 그 이후를 생각해서라도 재일교포 주주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