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탤런트 안재모와 함께한 조일환씨(오른쪽) | ||
김두한에 대한 재조명이 한창인 지금, 조일환의 생애를 다룬 자전적 소설 <후계자>가 관심을 끌고 있다. 국내에선 보기 드물게 ‘야인기자(협객전문기자)’로 통하는 정병철 기자가 조일환과 직접 부대끼며 집필했다.
여기에는 삼성 사카린 밀수 사건, 국회 똥물 사건 등 김두한에 대해 잘못 알려진 진실이 그려지고 있다. 또한 김대중 김영삼씨 암살 계획, 80년 광주민주화운동 때 내려진 깡패 동원령 등 주먹과 권력의 어두운 결탁도 생생하게 증언된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그가 영원한 ‘오야붕’으로 모신 김두한에 대한 변함없는 충성심. 오늘날 배신과 테러가 난무하는 조폭들에게 귀감이 될 만한 내용이다.
대표적인 비화 한 가지가 바로 ‘김두한 납치사건’이다. 1971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김두한은 공화당 후보로 수원에서 출마한 이병희 후보의 찬조연설을 하기로 했다. 이전 선거에서 김두한의 정적이었던 이 후보였으나, 이미 이빨 빠진 호랑이 신세가 되어버린 김두한은 어쩔수 없이 ‘돈’을 위해 독재권력을 잠시나마 돕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를 전해들은 조일환은 “제가 직접 형님을 수원으로 모시겠다”며 차에 태우고는 천안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몰고갔다. 그리고는 오야붕을 집에 ‘감금’해 버렸다. 이 후보측에서는 김두한을 찾기 위해 난리가 났으나, 끝내 조일환은 김두한을 선거가 끝날 때까지 풀어주지 않았다.
결국 김두한도 “조 동지 말이 옳았네. 내가 돈 몇푼 때문에 공화당을 위해 찬조연설을 하려 했다니”라며 후회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