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재난 매뉴얼 ‘도쿄방재’ 화제…광장 대피 어렵다면 신축 건물로 피하라
도쿄도가 2015년 발행한 ‘도쿄방재’. 지진 대처에 매우 유용한 매뉴얼이다.
반면, 이웃나라 일본은 세계에서 지진활동이 가장 활발한 지역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당연히 지진 대비가 철저할 수밖에 없다. 무료로 배포되는 매뉴얼들도 상당히 많은 편. 그중에서도 특히 도쿄도가 2015년 발행한 <도쿄방재>가 큰 화제를 모았다. 재해 시 상황에 따른 행동요령을 일러스트로 알기 쉽게 설명한 책자인데, 지진 대처에 매우 유용하다는 평가다. 다음은 일본 매체 <제이캐스트>가 소개한 지진 관련 상식 퀴즈다. 도쿄방재에 실린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라고 한다. 과연 당신은 지진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퀴즈를 통해 확인해보자.
한국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 사진은 지난 10월 서울 운현초등학교에서 어린이들이 지진대피훈련을 하는 모습.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 지진 대피 요령편
□ 실내에 있을 때 큰 흔들림을 느꼈다. 아직 흔들리고 있는데 취해야 할 행동은?
①가스 확인과 출구 확보를 우선적으로 한다
②테이블 등 아래로 들어가 몸을 피한다
※정답 : ② 지진이 발생하면 천장의 물건이 떨어지고 이동하기에도 위험이 있다. 먼저 테이블 밑으로 대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이외의 행동은 흔들림이 멈춘 후에 신속하게 따르자. 진동이 멈추면, 신발을 신고 머리 위 낙하물을 경계하면서 출구를 확보해야 한다. 또 불이 날 수 있으니 사용 중인 가스레인지나 난로를 끄는 등 안전을 확인한다.
□ 길거리에 서 있는데, 땅이 흔들렸다. 인근에는 공원이나 광장이 보이질 않는다. 어디로 대피할까?
①가까운 곳에 위치한 새 빌딩
②떨어져 있어도 광장으로 향한다
※정답 : ① 야외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공원이나 학교 운동장처럼 낙하물이 없는 넓은 장소로 이동하는 것이 최상이다. 그러나 대피 장소까지 멀다면 내진 설계가 된 철근 콘크리트 건물로 우선 피해야 한다. 특히 번화가에 있을 땐 예측할 수 없는 위험 상황이 가득하므로 조심할 것. 가방과 외투로 머리를 보호한 후 건물 내부로 들어가 안전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 지진 발생 시 엘리베이터 안에 있다. 가장 먼저 취해야 할 행동은?
①인터폰으로 엘리베이터 회사에 연락한다
②모든 층의 버튼을 누른다
※정답 : ② 일단 엘리베이터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급선무다. 인터폰 연락은 갇혔을 경우의 선택 사항. 참고로 지진 발생 시 갇힐 위험이 있으므로 엘리베이터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 지진이 멈추고 진정됐다. 가족과 친구들에게 안부를 전하고 싶은데 어느 쪽이 바람직할까?
①전화한다
②메일이나 SNS를 사용해 안부를 전한다
※정답 : ② 재해지역은 통화량이 급증해 전화연결이 지연되는 등 통신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가급적 구조 요청 전화가 아니라면 삼가는 편이 좋다. 일본에서는 이 같은 상황에 대비해 가족이나 친지끼리 안부를 확인하는 ‘재해용 전언 다이얼’이 운영되고 있다. 국번 없이 171번으로 전화해서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는 음성사서함식 서비스다.
□ 지진 후 밖으로 이동할 때 주의사항은 무엇일까?
①가급적 확 터진 길을 택해서 이동한다
②또 흔들림이 있을지 모르니 쓰러지지 않도록 벽과 담을 따라서 움직인다
※정답 : ① 큰 흔들림이 있을 때 혹은 진동이 멈춘 후라도 벽이나 담벼락에는 접근하지 않는다. 실내에서도 마찬가지. 아무것도 떨어지지 않는 공간에 있는 것이 안전하다. 만약 운전 중이라면 대피로를 만들기 위해 도로 한 쪽에 일단 차를 세우고 안내에 따라 행동한다.
2011년 3월 11일 규모 9.0의 대지진이 일본 동북부를 강타했다. 사진은 폐허로 변한 미야기현 게센누마. 교도/연합뉴스
# 지진 관련 상식편
□ 다음 건축물 가운데 지진에 가장 취약한 집은?
①기와집 ②네모난 집 ③1층보다 2층 면적이 넓은 집(오버행 구조)
※정답 : ③ 기와집은 지붕 기와들이 무너지기 쉬우므로 지진에 취약하다는 이미지가 있다. 그러나 최근 일본의 경우 기와의 개량, 내진설계 적용 등으로 기와집의 단점이 거의 보완됐다(어디까지나 일본에 한해서다). 반면 사각형 집은 건축 구조에 치우침이 없고, 지진의 흔들림이 분산되기 때문에 비교적 지진에 강하다. 가장 취약한 집은 오버행 구조다. 1층의 한 구석을 차고로 쓰기 위해 비워뒀다거나 튼튼한 기둥 없이 2층 면적이 1층보다 넓은 구조라면 지진에 상당히 위험하다. 지진에 끄떡없는 집을 짓고 싶다면, 겉치레는 배제하고 되도록 심플하게 짓는 것이 이상적이다.
□내진설계를 말할 때 ‘면진(免震)’이라는 말을 자주 접하게 된다. 면진의 의미는 뭘까?
①지진이 발생해도 건물이 파괴되지 않는 것
②지진 에너지를 분산시킴으로써 건물이 무너지지 않는 것
③지진 에너지 자체를 상쇄시키는 것
※정답 : ②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내진설계’는 내진(耐震), 면진(免震), 제진(制震) 세 가지로 구분된다. 먼저 내진은 지진을 받아도 파괴되지 않는다는 의미, 즉 건물 자체를 튼튼하게 짓는 걸 뜻이다. 면진은 지반과 건축물 사이에 탄성체를 삽입해 지진의 진동을 분산시키는 것이다. 가령 땅이 심하게 흔들리더라도 건물이 받게 되는 진동이 적기 때문에 손상을 줄일 수 있다. 끝으로 제진은 지진의 진동과 반대 방향으로 힘을 줘 충격을 상쇄시키는 방법이다. 대표적으로 건물 꼭대기에 추 같은 쇳덩이를 달아놓아 건물이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는다.
□ 매그니튜드(지진의 규모·M)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은?
①지진의 규모가 클수록 진도도 커진다
②규모가 3.0이하면 진도는 관측되지 않는다
③규모 6.0의 지진은 규모 4.0보다 900배 세다
※정답 : ③ 매그니튜드는 지진의 규모를 뜻하며, 기호 M으로 표시한다. 반면 진도는 지진이 일어났을 때 ‘얼마나 강하게 흔들렸는가’ 하는 강도를 말한다. 다만 규모와 진도는 정비례하지 않는다. 같은 규모일지라도 진원지의 거리, 깊이 등에 따라 진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진원지가 깊으면 깊을수록 진도는 작아지게 된다. 2011년 3월 11일에 일어난 동일본대지진을 예로 들자면 규모는 9.0이었고, 진도는 7이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매그니튜드는 미국의 지진학자 리히터가 1935년 고안한 관측방법이다. 그래서 리히터 규모라고도 부른다. 지진 규모 1.0의 강도는 60t 폭약의 힘에 해당되며, 규모가 1.0 증가할 때마다 지진 에너지는 30배씩 늘어난다. 바꿔 말해 규모 6의 지진은 규모 4의 지진보다 900배나 강력한 셈이다.
지진의 강도인 진도에 대해서도 궁금하다. 일본 기상청에서는 다음과 같이 진도를 10개 등급으로 나누고 있다. ▽진도 0: 지진이지만 체감할 수 없음. ▽진도 1: 민감한 사람이라면 느끼는 수준. ▽진도 2: 많은 사람들이 감지한다. ▽진도 3: 움직이고 있지 않으면 거의 느낀다. ▽진도 4: 전등처럼 천정에 매달린 것들이 크게 흔들린다. ▽진도 5약: 책장의 책이 떨어진다. ▽진도 5강: 붙잡지 않으면 걸을 수가 없다. 담벼락이 무너지기도 한다. ▽진도 6약: 서있지 못한다. 유리창이 깨지기도 한다. ▽진도 6강: 목조건물이 무너진다. ▽진도 7: 땅이 매우 심하게 흔들린다. 콘크리트 건물이 무너지기도 한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