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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은 16강에 들지 못할 것이라고 한 ‘애물단지’ 트루시에 감독. | ||
그런데 일본에 대한 이런 기대는 개막전부터 여지 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니가타에서 벌어진 아일랜드 대 카메룬전과 삿포로 경기장의 독일 대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는 1만9천석이나 빈 자리가 나타났고, 이바라키의 아르헨티나 대 나이지리아전에서 7천석, 사이타마에서 열린 잉글랜드 대 스웨덴전마저도 1만1천석이 비었다. 하지만 경기장 밖은 암표를 구하려는 외국인과 일본인들이 뒤섞여 웃지 못할 광경을 연출했다. 이로 인한 일본 축구팬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한 예로 일본의 한 중년부부가 경기 관람을 위해 휴가를 내고 신용카드로 입장권 구매를 완료했지만 티켓이 도착하지 않아 입장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경기 관람은 물론 휴가마저도 망쳤다며 일본조직위원회의 무성의를 비난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세계 각국의 취재진들 사이에서 JAWOC(일본월드컵조직위원회)는 만만치 않은 원성의 대상이다. 이유는 취재진들의 편의를 도모한다는 미디어 센터에 인터넷 시설도 제대로 되어있지 못하다는 점 등이다.
영국의 한 기자는 “한국에서 취재하다 일본으로 왔는데 한국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시설이 열악하다”면서 취재의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러한 ‘삐걱거림’에도 불구하고 일본 현지 언론들은 자국의 16강 진출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특히 첫 상대팀인 벨기에전은 ‘해볼 만하다’는 여론이 비등한 상태.
벨기에전을 앞두고 간판 스트라이커 다카하라가 혈전증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된 일본은 공격 2선의 오노 신지가 맹장염에 걸려 가뜩이나 미덥지 못한 공격력에 구멍이 뚫려 있다. 그러나 일본 여론은 벨기에가 유난히 아시아 지역에 약하다는 평가를 내리며 1차전 승리에 희망을 걸고 있다.
94년 미국월드컵 때는 사우디에게 1-0으로 졌고, 98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벨기에는 1-0으로 앞서던 후반 한국의 유상철에게 뼈아픈 동점골을 허용하며 결국 1-1로 비겨 16강 진출이 좌절됐었다.
이러한 일본팀의 내홍은 부상 외에도 ‘천방지축’ 감독 트루시에가 애물단지로 떠오르고 있다. 월드컵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도 일본 언론은 ‘트루시에를 경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그는 일본 축구를 아시아적 한계에서 벗어나게 해준 감독이라고 평가받고 있지만, 그의 경솔한 행동이 최근 부진한 성적과 맞물려 연일 화젯거리다.
그러나 트루시에 감독에 대한 일본인들의 태도도 일단 벨기에전을 치러봐야 확실하게 결정날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일본인들에게 부러운 것도 있다. 경기를 대하는 태도다. 한국과 가장 큰 차이점은 자국 경기뿐 아니라 외국끼리의 경기도 재미있게 즐긴다는 사실. 특히 응원에 참가하면서 해당 국가의 유니폼을 사 입고 경기장에 입장하는 일본인들을 대할 땐 일본 축구 문화의 한 단면을 보는 듯하다.
대표팀의 16강 진출도 중요하지만 일본인들은 세계적인 축구 축제를 철저히 즐길 줄 아는 프로 정신이 살아 있었다.
전인석 KBS 아나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