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천(왼쪽) 박희태 의원 | ||
정대철 민주당 대표가 윤창렬 굿모닝시티 회장으로부터 4억2천만원의 자금을 수수한 사실이 밝혀져 대표직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높아지자, 정치권의 한 인사가 탄식처럼 내뱉은 말이다.
이 인사는 “민주당 당헌 당규상 정 대표가 사퇴하게 되면, 자연 지난해 전당대회 차순위 득표자인 박상천 최고위원이 대표직을 승계하게 돼 있다”며 “박희태 의원이 한나라당 전당대회 직전에 두 달짜리 대표를 역임하더니, 이번에는 ‘맞수’인 박상천 최고위원이 몇 달짜리 당 대표를 역임하게 생겼다”고 말했다.
흔히 ‘닮은꼴’로 통하는 박상천 민주당 최고위원과 박희태 한나라당 전 대표가 걸어온 정치적 궤적이 또 다시 일치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실제로 두 사람은 이미 오래 전부터 ‘영원한 맞수’로 불려 왔다. 두 사람 모두 38년생으로 동년배인 데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고시 13회 동기라는 공통점이 있다. 정치권에서의 경력도 비슷하다.
두 ‘박’ 의원은 88년 13대 국회를 통해 정치권에 입문했다. 박희태 전 대표는 민정당 후보로, 박상천 최고위원은 평민당 공천을 받아 국회에 입성했다. 정치권에 입문한 이후 내리 4선을 기록한 두 사람은 여야로 갈려 대변인·원내총무를 역임했고, YS정권과 DJ정권에서 각각 법무부 장관을 지냈다.
2000년 한나라당 전당대회를 통해 처음 부총재로 지도부에 진입한 박희태 전 대표는 2002년 5월 최고위원에 당선됐고, 대선 이후 올 1월부터 5월까지 대표권한대행을 거쳐, 지난 5월13일부터 6월26일까지 대표를 역임했다.
박상천 최고위원 역시 지난 2000년 8월 전당대회를 통해 최고위원에 당선됨으로써 민주당 지도부에 입성했고, 지난해 4월 또 다시 최고위원에 당선, 현재에 이르고 있다. 맞수인 박 전 대표와 다른 점은 ‘대표’ 경력이 없다는 점 정도. 대선 이후 구주류로 몰려 인적청산 대상으로까지 거론됐던 박상천 최고위원이 ‘구당파’의 수장으로 부활한데 이어, 민주당 대표직까지 승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