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전국장애인 바둑종목통합대회에서 개회사 하는 전명덕 회장
[일요신문] 현명덕 전국장애인바둑협회장은 3년간 중단됐던 대회가 다시 열린 것에 대해 “감개무량하다. 또 시도 대항 단체전이 자리 잡게 돼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현 회장은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어우러질 수 있는 장을 만들기 위해 장애인바둑협회를 창설, 오랜 기간 운영해왔다. 그는 “신체 활동이 많은 다른 스포츠와 달리 바둑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편견과 차별 없이 겨룰 수 있는 종목이다”라며 바둑의 장점을 설명했다.
20년 가까이 장애인바둑협회를 이끌어오고 있는 현 회장에게도 어려움은 많았다. 특히 올해는 전국 장애인체전 종목에서 바둑이 제외되는 시련을 겪었다. 그는 “선수가 적다는 이유로 체전 종목에서 빠지게 됐다”며 “인원이 더 적은 종목도 있는데 바둑이 빠진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심우상 대한바둑협회 사무처장은 이에 대해 “신상철 회장님도 장애인바둑협회의 어려움에 대해 인지하고 협회 차원에서 도울 것이 있으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현 회장의 <일요신문>과의 인터뷰 전문.
전명덕 회장(가운데)
- 이번 2016년 전국장애인바둑종목통합대회는 16개 시·도 선수들의 단체전이 정착되는 등 규모가 확장됐다. 대회를 치르게 된 소감을 말해 달라.
“3년간 열리지 못했던 대회를 다시 열게 돼 감회가 남다르다. 또한 시도 대항 단체전이 이번 대회에서 완전히 자리 잡게 됐다. 보람을 느낀다”
- 바둑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비장애인과 장애인과 어우러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바둑협회를 시작했다. 신체 활동이 많은 다른 스포츠 또는 여행과 달리 바둑은 바둑 자체만을 가지고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편견 없이 겨룰 수 있다.
또 하나 바둑이 장애인들에게 가지는 의미는 ‘수입’이다. 장애인은 취업이 힘들다. 근력이나 활동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바둑은 한 가지 기회가 될 수 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등 바둑 실력을 가지고 다만 용돈이라도 벌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주어진다. 실제 학원이나 학교 방과 후 활동, 기원 등의 경로로 바둑을 가르치는 장애인이 많다.“
- 스포츠로써 바둑이 장애인에게 긍정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바둑이라는 종목이 일반인들에게도 좋지만 장애인들에게 특히나 이로운 점이 많다. 장애인은 다른 사람보다 스포츠에서 선택의 폭이 좁다. 물론 장애인 종목도 다양하지만 특수 장비 등이 필요해서 많은 비용이 든다. 바둑은 장애인이라 하더라도 큰 비용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다. 장애인간의 소통 증가 효과도 볼 수 있다.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이 함께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바둑은 이를 가능케 한다. 시각 장애인을 위한 점자바둑이 있는 덕분이다.”
- 바둑이 올해 장애인체전 종목에서 제외되는 일이 있었다.
“과거 바둑을 체육으로 인정하지 않는 세대가 있었는데 그런 인물들이 현재 장애인 체육을 주도하고 있어 벌어진 일이라고 본다. 장애인체육회에서 참가 선수가 적다는 이유로 종목에서 제외시켰다. 지난해 강원도에서 열린 체전에서 바둑은 7명만이 출전했다. 각 시·도 협회에 참가 요청을 위해 노력했지만 협조가 이뤄지지 않았다. 대회 참가비용을 비롯해 모든 것을 장애인바둑협회가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선수를 내보내지 않았다. 장애인체육회는 자신들의 하부 조직이 협조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선수가 적다며 바둑을 체전 종목에서 빼버렸다. 어떤 종목은 전국을 통틀어 선수가 50명이 안 되는 것도 있지만 정식종목으로 채택되기도 한다.
장애인체육회의 태도가 이해되지 않을 때가 많다. 우리도 체육회에 소속돼 있지만 2013년부터 지원금은 계속 없었다. 지원급이 없어 상근 직원도 두지 못하고 있다. 직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저녁이나 주말에 잠깐씩 나 혼자 하는 일을 도와준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일부 지원금을 받았고 체육회에서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했다.”
- 앞으로의 목표는.
“장애인체육회에 정가맹 단체로 인정받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면 체전 종목 채택도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라 본다. 또한 지원금이 나올 뿐더러 지방 바둑협회들도 입지가 더 넓어지고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올해 체전 일로 강력히 항의했더니 협회에서 전국 규모 바둑대회를 개최해 운영상황 등을 보고 내년 체전 종목 채택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해서 이 대회를 열게 됐다. 대회를 꾸준히 운영하는 것도 중요하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