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촬영 프로그램 이수한 주민 9명이 직접 촬영
- 22일(화) 무한상상 스페이스에서 사진 전달식 개최
[서울=일요신문] 김정훈 기자= 지난 15일(화) 금천구 시흥2동에 위치한 창작 공간 무한상상 스페이스에 뜻밖의 손님들이 찾아왔다. 손님들은 홀몸어르신 전용 주택인 보린주택에 거주하는 어르신 9명으로 무한상상 스페이스에서 마련한 ‘장수사진’을 촬영하러 방문한 것이다.
평소 같으면 3D프린터, 레이저커터 등을 활용해 시제품을 제작하려는 젊은 사람들로 북적였을 이 곳에 어르신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특히 사진 촬영을 맡은 사람들은 무한상상 스페이스에서 사진촬영 프로그램을 이수한 주민들로 그 의미를 더했다.
▲ 어르신들이 사진촬영 프로그램 수강생들의 재능기부로 장수사진을 찍고 있다. 기존의 장수사진 촬영장과는 달리 마치 패션모델의 사진을 찍고 있는 듯 활기가 넘친다
금천구(구청장 차성수)는 오는 22일(화) 오전 10시 무한상상실 스페이스에서 어르신들을 초청해 ‘장수사진 전달식’을 개최한다. 사진은 무한상상 스페이스에서 직접 제작한 액자에 담아 전달한다.
전달식에는 어르신들과 사진 촬영자 등이 참여해 어르신들의 무병장수를 기원한다. 또 우크렐레 자원봉사단을 초청해 레크리에이션도 진행한다.
장수사진 촬영에 참여한 조필형(82) 어르신은 “주위에 장수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보니 모두 긴장되고 딱딱한 분위기여서 이번에도 그럴 거라고 예상했지만, 실제 사진을 찍어보니 내 생애 더 없이 기쁜 날 이었다”고 말했다.
김인택(73) 어르신 역시 “사람들이 흔히 영정사진이라고 찍고는 하는데 경직된 분위기여서 맘이 편치 않을 것 같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나를 향해 카메라를 들고 촬영해 주니 꼭 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장수사진 촬영이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면 무한상상 스페이스에서 마련한 촬영장 분위기는 색달랐다. 일반적인 장수사진 외에도 어르신들이 한껏 멋을 내고 마치 모델처럼 포즈도 취해 자연스러운 분위기의 사진도 찍었기 때문이다.
무한상상 스페이스 관계자는 어르신들의 경직된 분위기를 풀기 위해 노력했다. 촬영 전 어르신들의 머리를 손질하고 화장을 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눴다. 촬영 중에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면서 어르신들을 즐겁게 해 드렸다.
조필형 어르신은 “사진 찍기 전에 머리도 예쁘게 해주고 화장도 받았는데 수십년 전 결혼할 때 눈썹을 붙여 본 이후로 오늘 처음 붙여봤다. 변신한 내 모습을 보니 너무 기분이 좋아 참가하길 잘했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장수사진을 직접 촬영한 9명의 주민들은 지난 10월부터 11월까지 2달간 무한상상 스페이스와 캐논코리아가 함께 진행한 ‘따뜻한 사진 만들기’ 프로그램수강생들이다. 수강생들은 2달 동안 따뜻한 인물 사진촬영법, 카메라 사용법, 촬영 실습 등을 소화했다.
프로그램 수강생 이혜란(39)씨는 “사진찍는 방법을 배울 수 있고 어르신들께는 현재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찍어드릴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며 “특히 촬영 내내 거울을 보시고 아이처럼 좋아하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니 정말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길 잘했다”고 말했다.
▲ 사진 촬영자들과 어르신들이 촬영한 사진을 살펴보고 있다
무한상상 스페이스와 캐논코리아는 이번 보린주택 어르신 장수사진 촬영을 시작으로 향후 관내 재래시장의 생기 넘치는 모습을 사진에 담아 전시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편 금천구 무한상상 스페이스는 지난해 12월 개소했다. 이 공간에서는 예술가, 전문가 등 기존의 제작자가 아닌 일반 주민 누구나 손쉽게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3D프린터나 레이저커터 등 디지털 장비를 이용해서 마음껏 제작할 수 있다.
주요 시설로는 시제품제작실, 목재공방, 봉제공방, 개인창업공간, 미팅룸, 무한상상 스튜디오, 전시실, 휴게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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