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중반 유행처럼 번졌지만 높은 분양가와 소형화 추세로 건설 중단 속출
화성 동탄의 ‘롯데캐슬파티오’ 건설현장. 미분양 여파로 현재 폐허나 다름이 없다.
지난 2007년 입주를 시작한 화성 동탄신도시에서 타운하우스의 몰락은 잘 드러난다. 롯데건설이 화성시 반송동에 추진하던 ‘롯데캐슬파티오’의 경우 미분양 여파로 현재 폐허나 다름이 없다. 2008년 분양에 나섰는데, 분양률이 50%에도 못 미쳐 건설을 중단했다. 공사는 80% 정도 완성돼 내장재와 외벽 마감만 끝내면 된다. 그러나 입주할 사람이 없어 짓다만 채로 방치된 지 5년째다. 문제는 가격. 세대당 면적은 256.59~327.83㎡, 분양가는 15억~20억 원이나 돼 마땅한 입주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사업 추진이 어려워지면서 롯데건설은 현재 모든 매매계약을 취소하고, 사업을 전면 중단한 상태다. 입주를 강력히 희망한 일부 매입자들에게는 위약금까지 물어줬다는 이야기도 흘렀다. 롯데건설은 사업 재개를 위해 시장조사 등 사업타당성 평가를 벌였으나,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롯데건설이 다시 사업을 개시하려는 움직임이지만 최초 분양가보다 30% 이상 할인하지 않으면 판매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디자인 계열 시공사 자드건설이 지은 ‘동탄 인앤인(人&人)’도 대표적인 실패 사례다. 이 타운하우스 역시 202~263㎡의 넓은 면적에 가격도 10억 원 이상으로 비쌌다. 그럼에도 자드건설은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선시공·후분양이라는 무리수를 던졌고, 결국 현금흐름에 어려움을 겪다 부도를 맞았다. 동탄 인앤인은 최초 분양가의 60% 가격으로 헐값 매각됐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최근에는 주택 구입비를 최소화하고 도심의 소형 주택을 선호하는 매매 경향이 뚜렷하다”며 “타운하우스 시장의 단기간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용인 죽전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죽전은 분당과 가깝고 백화점·대형마트·종합병원 등을 끼고 있어 타운하우스 입지에 있어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고 평가받았다. 2000년대 초중반 함께 부동산 개발 붐이 일었던 수지와 동백·구갈·신갈보다도 점수가 좋았다. 이에 10여 개 건설사들이 앞 다투어 블록형 단독주택용지를 사들여 개발을 시작했고, 죽전 보정동 일대에 거대한 타운하우스촌을 형성했다. 당시 타운하우스는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 일종의 틈새 상품이었기에 경쟁이 치열했다.
그러나 건설사 대부분이 분양에 대참패하며 큰 피해를 봤다. 분양률이 대부분 50%에 못 미쳤다. 심한 곳은 20%도 안 되는 곳도 있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국 31개 지구에 조성한 블록형 단독주택 용지 297만 3000㎡(286필지, 2014년 6월 말 기준) 가운데 미분양인 70%(197필지·209만㎡) 대부분이 용인 죽전·서천지구·김포 한강신도시에 포함됐을 정도다.
수요자들은 환금성이 떨어지는 타운하우스보다는 가격 변동이 적고 매매가 활발한 아파트를 선호했다. 또 2007~2008년 부동산 경기가 급속도로 냉각되면서 사려는 사람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건설사들이 3.3㎡(약 1평)당 분양가를 2000만 원 안팎으로 잡는 등 지나치게 욕심을 부린 점도 악수였다. 건설사들은 유럽형 프리미엄 주택을 제공하겠다며 비싼 수입 자재를 들여와 분양가를 부풀렸다.
가장 뜨거웠던 ‘죽전 극동 스타클래스’의 경우 자금 흐름이 막힌 시공사가 부도를 맞았고, 결국 가격을 40%나 깎아 3차례에 걸쳐 분양 행사를 벌였다. 그러나 이마저도 완판에 실패해 아직도 할인 분양을 이어가고 있는 처지다. 영조주택이 짓던 타운하우스 ‘웰리드’의 경우도 분양에 실패해 공사가 중단된 상태로 5년이나 방치됐다. 그나마 지금은 대림 D&I가 이 땅을 인수해 기존의 연립주택을 모두 허물고 단독주택 단지로 탈바꿈해 지난달 분양에 돌입했다.
광교신도시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전원생활과 아파트의 편리성을 갖춘 고급 주택이라는 점은 매력적이지만, 막상 구입하기에는 시세가 워낙 비싸고 도심 접근성도 떨어져 매매로는 잘 이어지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타운하우스의 인기가 사그라지자 소형 타운하우스, 소위 땅콩주택으로 개발을 변경하는 사례도 많다. 가격을 낮춰 미분양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땅콩주택은 한 필지에 두 가구를 지을 수 있어 분양가도 4억 원대로 낮출 수 있다”며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개발 변경에 관심 있는 건설사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동탄 나루고등학교 인근의 타운하우스 단지에는 건설사가 개발을 포기하고 땅콩주택이나 단독주택을 짓는 사례가 지난 2013년께부터 나타났다. 동탄 세인트캐슬의 경우도 세대당 부지를 줄이는 대신 분양가를 4억 5000만 원 수준으로 낮춰 전 세대 분양에 성공했다. 서천지구에서 300여 가구 규모로 지어진 ‘신영통 세인트캐슬 빌리지’의 경우도 분양률 70% 수준으로 순조롭다.
이들 소형 타운하우스는 기존 타운하우스 면적보다 절반 이상 작다. 작은 만큼 값이 싸고 매매 부담이 적다는 점에서 그 나름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파트 시장에서 87~97㎡ 수준의 중소형 매물이 각광을 받고 있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한편 타운하우스의 실패로 체계적인 신도시 개발에 차질을 빚고 있는 정부는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지난 10월부터 타운하우스의 개별 필지별로 땅을 바로 분양할 수 있게 하는 등 대책을 내놓고 있다. 이전까지는 단독주택 지구를 단지로 크게 묶어 개발해왔는데, 지난해부터는 건설업체가 사업성과 단지 관리 등을 따져 필지별로 개발할 수 있게 했다.
LH로서는 건설사에 택지를 빨리 매각해 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입장이다. 다만 건설 경기가 바닥에 깔린 가운데, 대규모 택지를 매입할 만한 현금흐름을 갖춘 건설사가 많지 않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또 부동산 매매 수요가 쪼그라들어 시장 거래가 원활히 이뤄지겠느냐는 비관적 관측도 있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수요자들에게는 여전히 단독주택이 안 좋다는 시각이 있어 시장이 제대로 형성될지 미지수”라며 “분양가를 낮춘 85㎡ 이하의 중소형 물량을 많이 공급해 수요를 이끌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