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 인사 의혹 ‘관피아’ 논란으로 확전
중소기업청이 제출한 자료. 이찬열 국회의원실 제공
논란의 발단은 임기가 이달 말까지인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공단) 이일규 이사장의 후임 인선 과정이었다. 중기청의 산하기관 기관장 인사권은 정규직원 500명 이하일 경우 중기청장 소관이다. 500명이 넘을 경우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이에 따라 신임 기관장은 공모를 통해 후보자를 접수해 공단 이사회에서 선임한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가 선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공단 관계자는 중기청이 전형적인 밥그릇 챙기기, 낙하산 인사 등을 자행하기 위해 정규직 직원 수를 제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단 측이 5년간 정규직 등 직원 증원을 지속적으로 요청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단 측은 전문성과 소신운영 등을 위해 기관장인 이사장 선임도 중기청 입김이 아닌 자체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정책 결정 등에서 중기청의 해묵은 ‘갑질’ 논란까지 제기했다.
8일 무소속 이찬열 의원실에서 제출받은 중기청 자료에 따르면, 공단 직원 및 증원 현황에서 정규직 직원은 2012년 433명, 2013~15년 436명이던 것이 2016년에는 472명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2015년과 2016년 공단 측은 130명과 157명의 정규직 증원을 요청한 상태였다. 그런데도 반영 인원은 36명과 43명으로 정규직 요청 인원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었다. 나머지 인원은 무기계약직과 비정규직으로 채워졌다.
이에 공단 측은 지역센터 간 인원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고, 2조 원 규모의 공단기금 운영에 따라 공단의 정책자금을 직접 취급할 인력 규모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공단 일부 관계자들은 중기청이 전문인력 대신 공익근무요원이나 계약직원을 돌려 채용하는 편법을 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기청도 “현재 인력으로 자금운용, 성과평가, 사후관리, 전산시스템 관리 등 정책자금 운용에 필요한 전반적인 업무를 수행하기 어렵다. 특히, 현 지역센터의 대출 취급 이후 사후관리 인력이 전무한 상태로 정책자금의 부실예방 및 건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채권관리 업무 수행도 필요한 상태다”라며 ‘인력난’ 실정을 일부 인정했다.
다만, 공단 측에서 주장하는 이사장 인사나 권한 통제를 위해 정규직 증원을 안했다는 논리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2015년과 2016년도 정규직 증원요청은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인력심의회에서 결정된 사항이기 때문에 자신들과는 무관하다는 주장이다.
중소기업청이 제출한 자료. 이찬열 국회의원실 제공
무엇보다 공단 이사장 선임을 두고 중기청과 공단 노조 등은 서로 엇갈린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공단 노조 측은 중기청이 혼란한 정국과 연말 업무 집중기간에 낙하산 인사를 이미 내정한 뒤 공모나 선정 절차까지 졸속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중기청은 지난 11월 18일 이사회를 통해 공단 임추위 위원을 선임한 뒤 다음날 1차 임추위 모임을 열고 22일부터 12월 2일 18시까지 약 일주일간 이사장 공모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규정 상 최소 기간인 일주일만을 공모기한으로 정한 점과 낙하산 인사 내정 의혹을 받고 있는 현 중기청 서울지방청장인 A 씨가 공모마감일인 12월 2일에야 공모접수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확전되는 형국이다. 또한, 임추위 위원 중 다수가 중기청 출신인 점도 낙하산인사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서류심사와 면접심사 모두 임추위서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중기청은 정부가 현 이사장의 연임을 받아들이지 않아 임박한 임기를 해소하기 위한 정상적인 절차일 뿐 이사장 내정은 있을 수 없다고 해명했다. 임추위 위원 선정과 공모 등은 공단 이사회가 정한 것이란 점도 강조했다. 정규직 직원 500명에 대한 인사권과 이사회 운영 등에 대해선 “2017년 증원을 통해 500명이 넘는 것으로 안다. 오히려 현 이사장 측 인사들이 내년 1월 이후 인사권 등을 유리하도록 하기 위해 갈등을 조장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공방의 책임을 일부 공단 관계자들에게 돌렸다.
이에 공단 노조와 관계자들은 중기청이 이사장을 자기 식구로 선임한 뒤 내년 정규직 증원을 통해 이사회 운영과 인사권을 장악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특히, 소상공인 관련 행사에 참여하거나 관련 업무를 해본 적도 없는 특정인을 정당한 절차를 거쳤다는 이유만으로 내정할 경우 600만 소상공인과 시장상인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찬열 의원은 “정부의 갑질 인사로 인해 이미 곳곳이 병들었다”면서 “‘제 식구’가 아니라 ‘국민’을 먼저 챙겨야 한다. 전문성을 갖고 진정 소상공인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공정한 인사가 이뤄지길 당부한다”고 밝혔다.
한편, 중기청은 지난 국회 국정감사에서 퇴직 간부들의 산하기관 재취업과, 산하기관들의 채용 부정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비난을 받기도 했다. 중기청이 산하 8개 공공기관 중 4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채용 점검에서 최근 3년 동안 총 11건의 채용부정 행위가 적발됐지만, 대부분 ‘주의’ 등에 그쳐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
공공기관장 인사에도 ‘탄핵’ 불똥 튀나…20여 곳 조용한 공모 진행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당장 올 하반기 줄줄이 임기가 만료되는 공공기관장 인사 판도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 이후 한동안 중단됐던 공공기관장 인선이 일부 재개되면서 공모를 통해 인사를 단행할지, 또 다시 낙하산 인사 논란이 재연될지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기관장이 공석이거나 연내 임기 만료를 앞둔 공공기관은 20여 곳에 달한다. 당장 현명관 전 회장의 이임식을 치르고 회장 공모에 들어간 한국마사회와 한국예탁결제원, 한국도로공사와 언론진흥재단이 대상이다. 또한 오는 27일 권선주 행장의 임기종료에 발맞춰 중소기업은행 역시 인선작업에 돌입했다. ‘최순실 게이트’가 장기화되면서 지난 두 달 간 사실상 기관장 인선도 정지 상태였지만 더 이상 기관장 자리를 공석으로 둘 수 없는 기관들은 나름 조용한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박 대통령 탄핵 후폭풍이 정치권은 물론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공공기관장 인사를 둘러싼 잡음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