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금 쌓이고 목격담 이어지고…수사대 자처 주갤러들 제보현장 급습하기도
한동안 잠적했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12월 22일 청문회에 참석하기로 했다. 일요신문DB
국회 국조특위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11월 27일 청문회 출석 요구서를 보냈으나 거취가 불분명해 전달하지 못했다. 이에 2차 청문회 당일인 12월 7일 동행명령서를 발부해 국회 입법 조사관과 경위들이 우 전 수석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자택 등을 방문했으나 마찬가지였다. 동행명령서 집행은 무산됐다.
국정조사 증인에겐 출석 요구서가 직접 전달되는 경우에만 효력이 인정된다. 때문에 일각에선 우 전 수석이 이를 알고 의도적으로 출석 요구서를 수령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류여해 수원대 법학과 겸임교수는 “동행명령서를 받고 난 뒤 나가지 않으면 국회 모욕죄다. 하지만 우 전 수석은 직접 받지 않았으므로 법적 책임은 없다. 미꾸라지처럼 빠져 나갔다. 애초 법을 허술하게 만든 것에 대한 반성을 해야 한다. 법은 앞서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은 우 전 수석에게 현상금을 내걸었다. 정봉주 전 통합민주당 의원은 12월 7일 자신의 트위터에 “대한민국 절단내고 국민의 대의 기관인 국회를 능멸한 우병우 일당을 공개 현상 수배 한다”며 현상금 200만 원을 내걸었다. 정 전 의원은 현상금을 500만 원으로 올렸고 여기에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우병우를 찾아달라”며 500만 원을 보탰다.
정 전 의원은 국민들의 요청으로 펀딩 계좌까지 열었다. 그러나 우 전 수석이 청문회에 참석할 의사를 밝힌 뒤 펀딩 계좌는 닫힌 상태다. 정 전 의원은 “우 전 수석이 출석을 밝히며 현상금 계좌를 닫았다. 우 수석의 출석을 확인한 뒤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 국민 행동’에 기부할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12월 13일 오전까지 모금된 현상금은 1800여만 원이다.
국조특위 위원장인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도 12월 8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병우 소재지를 파악하는 네티즌에게 사비로 100만 원을 사례하겠다”고 밝혔다. 정청래 전 민주당 의원도 12월 12일 “우병우 체포에 결정적 역할을 한 사람에게 100만 원을 보태겠다”며 ‘우병우 찾기’에 동참했다.
정치권뿐 아니라 네티즌들도 폭발적인 관심을 보였다.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주식갤러리’ ‘오늘의 유머’ ‘보배드림’ 등의 게시판엔 전국 각지에서 우 전 수석이 나타났다는 목격담이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12월 6일 “우 전 수석이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SNS를 통해 삽시간에 퍼졌다. 12월 12일엔 강원도 인제군 설악산 근처에 우 전 수석의 차량으로 추정되는 흰색 외제차를 봤다는 얘기도 나돌았다. 같은 날 우 전 수석 처가 명의의 건물이 있는 인천 산곡동 주택가에서도 우병우 목격담이 나왔다.
12월 13일 <중앙일보>는 ‘제주도 도피설’을 제기했다. 우 전 수석 사촌 동서인 이 아무개 변호사가 12월 10일 오전 제주로 향해 용무를 마친 뒤 같은 날 오후 서울로 돌아왔다며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서울고검장 출신인 이 변호사는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구속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대표다. 이 변호사는 “우 전 수석이 아닌 지인과 골프를 쳤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디시인사이드 주식갤러리’를 이용하는 네티즌(주갤러) 가운데 일부는 “검찰이 안 나서니 우리가 이러고 있다”며 수사대를 자청했다. 우 전 수석의 은신처와 차량 등을 토대로 소재 파악을 하며 ‘우병우 추적 수사 결과 중간 결과’를 발표하는 모습도 보였다. 주갤러들은 “우 전 수석의 은신처로 제보받은 곳에 자장면과 치킨 등을 배달시켜보고 직접 찾아 가봤지만 부재 중이었다”거나 “급습했다가 놓쳤다”는 등 적극적 모습을 보였다.
우병우 전 수석 자택 앞엔 신문, 광고전단지 등이 쌓여 있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12월 13일 <일요신문>도 오전 우 전 수석의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동 자택을 찾았다. 자택 앞엔 신문, 광고전단지 등 우편물이 쌓여 있었다. 12월 13일자 신문과 국회에서 온 청문회 출석요구서가 눈에 띄었다. 초인종을 눌렀으나 아무런 답이 없었다. 앞에서 기다려봤지만 어떤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파트 주차장에도 우 전 수석 차는 보이지 않았다. 아파트 관계자는 “전엔 오다가다 일하는 아주머니를 봤었는데 요새는 아주머니도 도통 보이질 않는다. 우 전 수석은 못 봤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아파트 관계자는 “가끔 경비원이 와서 신문 등을 수거해 가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번엔 우 전 수석 일가 회사로 알려진 ‘정강’이 있는 서울시 서초구 반포동 빌딩 찾았다. 이 빌딩은 우 전 수석의 처가 명의인 것으로 알려졌다. 빌딩 5층에 위치한 회사를 찾았으나 굳게 닫혀 있었다. 이 법인은 유리문으로 안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구조였는데 불도 모두 꺼져 있고 기척도 없었다. 법인 앞으로 온 우편물도 찾아볼 수 없었다. 주차장에서도 우 전 수석의 자취는 보이지 않았다. 같은 건물에 있는 관계자에게 우 전 수석에 대해 물었으나 “모르겠다”며 답을 피했다. 우 전 수석의 장모 명의로 돼 있는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자택을 찾았으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편 우 전 수석은 12월 22일 5차 청문회에 출석할 전망이다. 우 전 수석은 12월 13일 “청와대 민정수석은 그동안 공개석상에서 업무와 관련한 발언을 하지 않은 관행과 원칙을 지키느라 2차 청문회에 나가지 못했다. 하지만 국회의 거듭된 요구를 존중해 국회 청문회에 참석해 성실히 답하겠다”고 전했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