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맨’ 부각 오장섭 사무실 구름떼 인파
반기문 총장의 내년 1월 중순 귀국을 앞두고 반 총장의 최측근 인사들이 심상찮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요신문 DB
반 총장 최측근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반 총장 귀국에 앞서 충청 지역 친박계 의원들과 유력 인사들이 최근 여의도 모처에서 ‘반기문 대통령 만들기’ 결의를 했다는 후문이 들리고 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새누리당 당직자는 “모임에 참석한 오장섭 전 건교부 장관이 ‘내가 반기문 대권캠프의 총책을 맡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오 전 장관은 반 총장하고 꽤 오래전부터 교감해왔다. 오 전 장관이 최근 여의도에 사무실을 냈는데 충청권 전·현직 정치인들이 구름처럼 몰리고 있다. 오 전 장관이 반 총장을 옹립하기 위해 친박 핵심 의원들과 함께 인재영입에 나서고 있다”고 귀띔했다. 오 전 장관이 반기문 대선캠프의 ‘키’를 쥐고 있다는 얘기다.
충청향우회 총재 출신인 오장섭 전 장관은 14·15·16대 의원을 지낸 충청권의 대표 정치인이다. 오 전 장관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후배 정치인들과 이야기를 나눈 것일 뿐이다. 후배 정치인들에게 ‘반 총장이야말로 국가미래적인 난제를 풀 수 있는 지도자’라고 강조했다. 여의도 사무실이 반 총장을 위한 대권캠프는 아니다. 그 사무실은 비즈니스용으로 우리 회사가 있는 장소다. 인재영입을 위해 마련한 곳은 아니다. 유엔에 다녀온 소회를 밝혀달라는 후배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가 와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오 전 장관의 최근 행보는 ‘반기문 대망론’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오 전 장관은 올해 8월경 한국다문화센터 산하 레인보우합창단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한국다문화센터는 반 총장의 팬클럽인 ‘반딧불이’ 김성회 회장이 대표를 맡고 있는 단체로 반 총장을 측면 지원하고 있다. 레인보우합창단의 전임 이사장은 올해 2월 취임한 김종훈 전 의원이었다.
한국다문화센터는 6개월 만에 오 전 장관으로 레인보우합창단 이사장직을 교체했다. 오 전 장관은 취임 직후 김 회장과 함께 유엔이 정한 ‘세계 평화의 날’ 기념식에 다문화 어린이들로 구성된 레인보우 합창단을 이끌고 참석했다. 반 총장은 레인보우 합창단 공연을 지켜봤다. 이 자리에서 오 전 장관과 반 총장이 상당한 교감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반 총장의 지시로 레인보우 합창단 이사장이 갑작스레 교체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흘러나왔다.
이에 대해 한국다문화센터 관계자는 “반 총장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 김 전 이사장은 본인이 사임 의사를 밝혔다. 레인보우 합창단이 뉴욕에서 공연한 것도 김 전 이사장 덕분이다. 김 전 이사장이 원래 외교부 출신이고 오준 주유엔 한국 대표부 대사와도 친해서 신경을 많이 써주셨다. 실제적으로 김 전 이사장이 20대 총선에서 낙선한 직후 의욕도 많이 떨어졌다. 그래서 오 전 장관이 후임 이사장으로 취임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 전 장관 역시 “다문화가족들이 우리나라에 300만이 넘는다. 평소에 관심이 많았는데 요청이 와서 수락했다”고 했다.
오 전 장관이 충청향후회 총재직을 내려놓은 점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그는 뉴욕에 다녀온 뒤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충청향후회 총재직을 내려놨다. 정치권 일각에선 “오 전 장관이 최근 충청향우회 총재직을 내려놓은 것도 반 총장을 돕기 위한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충청권의 한 정치권 인사는 “최근 반 총장의 이름을 빌려서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오 전 장관은 급이 다른 사람이다. 오 전 장관이 반기문 캠프의 총책이 맞다. 충청향우회 총재직 간판을 달고 ‘반기문 대통령 만들기’를 하면 자신의 입장이 애매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유한열 전 의원에게 자리를 넘겨준 것이다. 건강상의 이유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오 전 장관은 “임기 2년을 꽉 채웠는데 대안이 없었다. 체력에 달려서 한계가 왔다고 생각해서 그만뒀다”고 반박했다.
오 전 장관은 여야를 넘나드는 광폭행보도 보이고 있다. 그는 최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스킨십도 늘려가고 있다. 11월 17일 오 전 장관은 이건개 전 의원, 김 전 대표와 함께 분권형 개헌을 주장하는 ‘초당파 안보·민생회의’를 만들었다. 2주일 뒤 초당파 안보·민생회의는 대전 유성에서 지역 포럼 출범식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김 전 대표와 오 전 장관 등 회원 약 100명이 참석했다. 개헌을 위한 첫 지역 포럼이 충청권에서 열린 것이다. 김 전 대표 측은 “반기문과의 연대는 없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여의도 정치권에선 ‘김종인-반기문 연대 시나리오’가 여전히 흘러나오고 있다.
오 전 장관 측은 반 총장과의 인연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반 총장은 서기관 때부터 잘 알고 있는 20년 지기다. 반 총장은 인성이 훌륭한 사람이다. 2001년 건교부 장관 시절 유엔 총회에서 연설했을 당시 반 총장도 동석했다. 반 총장이 대권에 나선다면 적극적으로 운동할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반 총장의 팬클럽 ‘반딧불이’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최근 충북본부의 창립대회를 마친 반딧불이는 교수 변호사 등이 참여하는 ‘글로벌시민포럼’을 출범시킬 예정이다. 김성회 반딧불이 회장은 “반딧불이가 대중조직으로 온라인 팬클럽 형식이라면, 글로벌시민포럼은 전문가 중심의 정책개발 모임이다. 반기문 대선캠프의 싱크탱크 성격은 아니지만 대한민국의 글로벌화에 필요한 정책을 개발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다. 현재 약 100명이 참여하고 있다. 향후 포럼 회원들을 최대 1000명까지 늘려서 창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