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이 협회 회원도 아닌데…’ 움츠러든 마주들
렛츠런파크서울에서 경마 경기가 열리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일반적인 마주들은 한국마사회 및 승마선수(또는 훈련생)들에게 말을 빌려주며 수익을 거둔다. 빌려준 말은 경마대회나 승마대회에 참가해 직접 상금을 타기도 하고, 우수한 성적을 거둬 ‘몸값’을 높인다. 즉 말을 빌리는 쪽에선 값비싼 말 구입에 따른 비용 부담을 덜 수 있고, 마주들은 ‘전문가’에게 교육을 위탁해 말의 가치를 높이는 구조다.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유럽의 경우 마주들끼리 말의 몸값을 걸고 자체 경마대회를 여는 등 말산업이 발달돼 있다”며 “반면 아시아권은 거래가 활발하지 않고, 말의 절대적인 숫자도 적다”고 말했다. 더구나 이번 정 씨에 대한 삼성그룹의 명마 제공 의혹이 불거지면서 일부 마주들은 승마 훈련생들에 대한 말 대여마저 꺼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승마업계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마주 가운데는 부유층 및 정·재계 고위 인사가 많다. 이들 대부분은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까닭에 본인 신분 노출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모든 마주가 마주협회 회원으로 등록된 것은 아니며 외부에 말 구입 사실 자체를 숨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 서울마주협회에 따르면 정 씨의 부모인 정윤회 씨와 최순실 씨는 각각 명마를 소유한 마주지만 마주협회 회원으로 등록돼 있지 않다. 마주협회 측은 “(정 씨가 탄) 승마용 말들은 협회 등록 대상이 아니며, ‘경주용 말’에 한해서만 등록을 받고 있다“며 ”경주용 말은 한국마사회에서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말 이름은 물론 소유주 파악이 쉽지 않은 승마용 말과 달리 경주용 말은 상대적으로 소유주 확인이 용이하다. 한국마사회가 공개하는 ‘경마정보’에는 각 마주의 이름이 기재돼 있다. 주로 재계 인사가 많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프로 바둑기사이자 새누리당 소속 의원인 조훈현 씨도 1992년부터 마주로 활동했지만 국회 입성 후에는 보유 말을 처분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한국마사회가 작성한 ‘말평가위원회’ 문건을 보면 경매에 나갈 S급 말의 최저 응찰가는 4300만 원이다. 최순실 일가나 일부 대기업이 보유한 수억 원대 말과 비교하면 저렴한 가격이다.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말의 용도(관상용·경주용·재활용 등)와 혈통, 훈련 정도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무조건 비싼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
연임 불발 현기환 전 마사회장 후임자는 영남대 출신 현명관 전 마사회장. 앞서 검찰은 지난 11월 22일 현 전 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삼성물산 회장 출신이자 박근혜 대통령 자문그룹인 ‘7인회’ 멤버로 알려진 현 전 회장은 그간 삼성과 최 씨의 가교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정 씨의 독일 승마 연수 및 국가대표 발탁을 돕기 위해 마사회 차원의 ‘중장기 로드맵’을 만들었다는 의혹이 핵심이다. 한국마사회 측은 “정 씨 개인을 위한 로드맵 및 예산 편성은 없었다”고 해명하는 상황이다. ‘박근혜의 남자’로 불리기도 한 현 전 회장은 사생활 등을 둘러싼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한때 대통령 비서실장 하마평에 오르는 등 청와대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았다. 마사회장 재직 시에는 삼성 출신답게 ‘타이트한 조직 경영’으로 상반된 평가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측근들을 요직에 포진시켰다는 내부 폭로가 불거지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현 전 회장은 박 대통령이 리더십을 잃으면서 함께 ‘순장’될 운명에 처했다. 연임을 위한 장기적인 포석으로 삼성 출신 인사를 대거 영입했지만 청와대로부터 돌아온 것은 ‘연임불가’ 통보였다. 특히 현 전 회장은 향후 특검에서 추가 소환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특검의 성패는 뇌물죄 적용에 달려 있는데 최순실 일가를 직접 지원한 정황이 있어 피의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 전 회장의 후임으로는 이양호 전 농촌진흥청장이 내정됐다. 당초 마사회 노조는 내부 출신 인사가 마사회장이 돼야 한다는 입장을 냈지만 결과는 이번에도 외부 인사였다. 영남대 출신인 이 전 청장의 발탁은 박근혜 정부가 마사회와 관련한 ‘이권’을 놓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