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영화보다 내가 먼저”
▲ 조명남 감독 | ||
사실 <간큰가족>은 지난 97년 <우리의 소원은>이라는 제목으로 영화진흥공사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당선된 작품이다. 97년에 당선된 이 시나리오가 영화화되기까지 8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것. 2003년 개봉된 <굿바이 레닌>보다 훨씬 먼저 구상된 작품으로 표절시비와는 거리가 있다.
다만 이 시나리오는 90년대 후반 냉담한 남북 관계로 인해 영화 제작이 어려웠을 뿐이다. “아는 선배가 연출을 맡아 제작 준비에 들어갔지만 3년가량 난항만 거듭하다 결국 덮어버린 영화였다”는 조명남 감독은 “나중에 비슷한 발상의 영화인 <굿바이 레닌>을 보면서 얼마나 아쉬워했는지 모른다”고 당시 심정을 토로한다.
이렇게 <굿바이 레닌>은 조 감독을 가슴 아프게 한 영화지만 반대로 기회이기도 했다. <굿바이 레닌>의 탁월한 발상이 분단국가인 우리에게도 잘 어울린다고 판단한 두사부필름이 판권 구입을 협의하다 국내에 비슷한 발상의 시나리오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시나리오의 원작자인 조 감독을 만난 두사부필름은 그에게 연출을 맡겨 영화제작에 돌입했다. 지난 86년 영화 <깜보>의 스크립터로 시작해 충무로 생활 20년째인 조 감독에게 드디어 입봉의 기회가 주어진 것.
“97년에 당선된 원작 시나리오는 이번 영화보다 다소 얌전한 내용이었다”는 조 감독은 “지난 8년 사이 남북 관계가 많이 달라져 재미난 코미디로 영화를 만들 게 돼 기쁘다”고 얘기한다. 게다가 이 영화는 한국 영화사상 최초로 북한 현지에서 촬영을 감행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