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박주영 주장 시키는 셈”
▲ 이충상 판사 | ||
주인공은 경기고-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사시24회 출신 서울중앙지방법원 이충상 부장판사(48). 이 부장판사는 지난 7월27일 자신이 직접 작성한 ‘대법원장은 전·현직 대법관 중에서’라는 제목의 문건을 통해 “재야 변호사나 대법원에 몸담은 경험이 없는 판사 출신 가운데 대법원장 적임자를 찾아야 한다”는 재야 법조계의 논리를 일축했다.
이 부장판사는 사법부 내의 일부 입장을 수렴한 듯 이 문건에서 “전·현직 대법관 중에서 대법원장이 임명되지 않는다면 많은 법관들 사이에서 임명 반대 서명운동이 일어날 수도 있으며 필자도 그 권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못 박음으로써 대법원장 인선을 둘러싼 재조·재야 양측의 대립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 부장판사는 여러 가지 사례나 비유를 싸가며 ‘대법관 출신만이 대법원장이 될 수 있다’는 논리에 무게를 실었다. “대법원장을 장관급으로 생각하는 잘못 때문에 대법원장 후보로 평판사 출신 또는 40대 변호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며 글을 시작한 이 부장판사는 “현 국회의장이 6선, 부의장이 5선”이라는 비유를 들며 대법원장은 적절한 나이와 직업적 경력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뒤이어 “대법관 경력 없는 사람을 곧바로 대법원장으로 임명하는 것은 배석판사와 단독판사 경력 없는 변호사를 곧바로 합의부 부장판사로 임명하는 것과 같다”며 대법원장에 요구되는 자격을 설명하던 이 부장판사는 축구스타 박주영 등을 예로 들며 ‘경력’과 ‘코스’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이 부장판사는 “(축구 대표팀은) 박주영 선수를 이른 나이에 청소년대표에서 국가대표로 발탁시켰어도 주장을 맡기지는 않았다”며 “대법원장은 법관 국가대표인 대법원의 주장만이 아니라 감독과 선수를 선발하는 위원장까지도 겸하고 있으므로 대법관 경력 없는 사람을 곧바로 대법원장으로 임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이 부장판사는 경력에 비해 과분하게 대법원장이 되는 사람을 ‘구라이마케’(경력에 비해 과분한 지위에 있어 스스로 힘을 쓰지 못하는 사람)로 비유하면서, 실제 대법관이 아닌 외부에서 대법원장이 선임될 경우 법관들로부터 권위를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이 부장판사는 “삼성그룹은 한 번 삼성그룹을 떠난 사람은 삼성그룹 간부로 복귀시키지 않는다”, “한승헌, 이돈명, 이돈희, 고영구, 박원순 변호사 등 피의자, 피고인의 인권 보장을 위해 큰 활약을 한 법조인도 대법원장으로는 전혀 거론되지 않고 감사원장, 국가정보원장, 대법관으로 임명됐다”는 사례를 들며 재야 법조계에서 힘을 얻고 있는 ‘외부수혈론’, ‘이종교배론’의 실현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부정했다.
그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대법관으로 몸을 담은 인사는 대법원장과 함께 우리 사법사를 왜곡한 공범이기 때문에 대법원장 인사에서 첫번째로 배제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