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호 최대 위기” 2008년 ‘삼성 비자금 특검’ 데자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월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오후 청문회에 참석해 질의응답 중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외에 특검은 최순실의 조카인 장시호 씨에 대한 삼성의 수십억 원대 금품 지원과 관련해 대가성 여부를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은 장 씨가 주도한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 원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의 돈을 썼다”고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진술한 바 있다.
지난 20일 전후 특검은 대한승마협회 회장을 겸직 중인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을 소환조사하는 한편 장충기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급)을 불러 ‘정유라 특혜 지원’의 대가성 여부를 추궁한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 관계자는 “특검이 장 사장에게 처벌 수위에 대한 여러 선택지를 놓고 일종의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재계 안팎에선 그룹 부회장급인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에 대한 소환 조사도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특검은 최 실장은 물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소환 가능성을 열어 놓고 그 시기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전직 검찰 고위 인사를 포함한 초호화 변호인단을 구성해 이 부회장의 형사 처분만큼은 피하겠다는 ‘가이드라인’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측은 “특검 동향과 관련해선 별도 언론 대응 없이 수사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삼성 안팎에선 이번 특검 수사가 지난 2008년 있었던 ‘삼성 비자금 특검’의 ‘데자뷔’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시 삼성 특검에 참여했던 사정기관 관계자는 “3세 경영권 승계를 준비 중인 이재용 부회장에겐 최대 위기로 보인다”라며 “섣불리 예측하긴 어렵지만 장충기 사장 선에서 수사가 마무리되면 (그 결과를) 과연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다른 특검들과 달리) 앞서의 검찰 수사가 잘 됐고, 자료 또한 풍부한 편”이라며 “이번 특검은 결국 JY(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기소 여부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삼성에 대한 특검의 압박이 점차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재계 안팎에선 수사의 파장이 자신들에게까지 미칠까 주시하는 분위기다. 미르·케이스포츠재단에 출연한 한 대기업 관계자는 “특검의 압수수색이 언제 들어올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라며 “주요 대기업들은 물론 일부 국가 기관들도 자료를 파쇄하고 있는 걸로 아는데 특검이 이런 부분을 고려하고 있을지 잘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