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만 바라보고 사업계획 세웠는데…특허 획득 실패로 새 돌파구 찾아야
최창원 부회장은 SK케미칼의 지분을 꾸준히 사들여 현재 지분 17%를 보유한 최대주주에 올라 있다. SK그룹 계열사 중 SK케미칼 지분을 갖고 있는 계열사가 없어 SK케미칼은 사실상 그룹과 지주회사의 지배에서 벗어나 있다. 최창원 부회장이 2016년 3월 SK케미칼의 지분을 14.37%에서 17%로 늘린 것도 계열분리를 위한 포석이라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그러나 SK케미칼 관계자는 “경영권을 확보해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계열분리설을 부인했다.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SK케미칼과 달리 SK네트웍스의 계열분리설은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희박한 쪽에 가깝다. 최 회장의 지분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SK네트웍스의 최대주주마저 39.1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그룹 지주회사 SK㈜다. SK㈜가 지분을 한꺼번에 매각하지 않는 한 사실상 최대주주 지위를 넘볼 수 없는 상태다.
최 회장이 가진 SKC(1.6%), SKC솔믹스(1.19%), SK케미칼(0.07%) 등의 지분을 모두 매각해 자금을 마련하고 이를 SK네트웍스 지분 매입에 쓴다 해도 SK㈜를 뛰어넘기는 불가능하다. SK 관계자는 “사촌지간이라도 공짜로 지분을 증여하면 배임에 해당한다”며 “결국 최신원 회장이 SK네트웍스의 지분을 직접 매입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최 회장의 SK네트웍스에 대한 애정은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평소 기업 경영보다 대외활동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최 회장이지만 SK네트웍스에서는 경영에 적극 참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는 2016년 11월 SK매직(구 동양매직)을 인수했고 12월에는 SK네트웍스의 패션 사업 부문을 현대백화점 계열사인 한섬에 매각했다.
워커힐호텔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고 있다. 2016년 10월 SK네트웍스는 워커힐호텔에 1200억 원을 투자해 2018년 말까지 약 4만㎡(약 1만 2000평) 규모의 ‘워커힐 리조트 스파’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2017년 1~3월 W서울워커힐호텔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최 회장은 워커힐호텔 면세점 특허 획득을 준비하는 이사회에서 “워커힐에서 아차산과 한강을 바라볼 때면 선친께서 이곳을 통해 품으셨던 국가 관광산업 발전의 꿈이 느껴진다”며 “대규모 투자를 통해 차별화된 한류 관광 쇼핑 모델을 만들어 반드시 특허를 획득하겠다”고 말할 정도로 호텔에 대한 애정을 보여줬다.
최 회장이 경영 일선에 나서고 있지만 SK네트웍스의 실적은 좋지 않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2016년 1~3분기 영업이익은 946억 원으로 2015년 1~3분기 1275억 원에 비해 하락했다. 순이익 역시 94억 원으로 627억 원에 비해 대폭 줄었다. SK네트웍스의 주요 사업 부문인 상사 부문과 정보통신 부문 순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318억 원, 205억 원 하락한 게 크게 작용했다. 면세점 특허 획득마저 실패해 실적 개선을 위한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SK네트웍스는 신사업 발굴보다 기존 사업 부문을 발전시키려는 분위기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최근 조직개편에서 상사 부문 내 중동사업부를 신설해 중동지역에서 사업을 강화할 것”이라며 “ICT사업 강화를 위해 정보통신 사업지원실을 사업개발실로 변경해 차별적 서비스 개발 기능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워커힐호텔에 대한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워커힐호텔에 대한 투자가 면세점을 염두에 두고 계획된 만큼 지난 12월 17일 관세청이 발표한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 추가 선정에서 SK네트웍스가 탈락한 것은 최 회장에게 뼈아플 수밖에 없다. 면세점 없이 호텔로만 사업을 진행하기에는 업계 전망이 좋지 않아 좋은 실적을 장담하기 어렵다. 김광수 한국기업평가 평가전문위원은 “비즈니스호텔 공급량 확대 추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총 입국객 증가세가 둔화될 전망”이라며 “호텔사업의 제한적인 실적 개선 가능성을 감안하면 2017년 호텔업계 전반의 수익성은 2016년 대비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 내 위치한 워커힐면세점 전경. 고성준 기자 joonko1@ilyo.co.kr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도 산적해 있다. 면세점 특허 획득에 실패하면서 본부 직원 200여 명, 용역업체와 매장 판촉 직원 700여 명 등 총 900여 명의 직원이 실직 위기에 몰렸다. 워커힐호텔 내부에 있는 1만 6500여㎡(약 5000평) 이상 규모의 면세점 공간 활용 방안에 대해서도 정해진 게 없다. 최 회장은 지분 매입의 명분으로 책임경영을 내건 만큼 뒷수습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SK네트웍스는 2016년 12월 21일 임원인사에서 박상규 SK네트웍스 호텔총괄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SK네트웍스가 박 사장을 두고 “호텔사업에 대한 통찰력과 사업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보아 워커힐호텔에 대한 최 회장의 애정은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호텔 리모델링 공사는 계속 진행하지만 면세점 공간 활용방안이나 향후 투자, 직원들에 대한 계획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워커힐호텔 경영 계획은 추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황금알 낳는 거위, 언젯적 얘기야 면세점 사업은 그동안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지만 신규 면세점 업체의 실적은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11월 신규 선정된 면세점은 대부분 수백억 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2016년 1~3분기 신세계면세점은 372억 원, 갤러리아면세점63은 305억 원, SM면세점은 208억 원, HDC신라면세점은 167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두산의 두타면세점은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하진 않았지만 역시 적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표현이 무색할 지경이다. 면세점의 주요 고객인 중국인 관광객 수가 줄고 있어 향후 전망도 좋지 않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 수는 2016년 8월 87만 명에서 9월 73만 명, 10월 68만 명, 11월 52만 명으로 계속 줄었다. 면세점의 실적이 좋지 않음에도 경쟁사는 늘어나 업계에서는 이제 ‘치킨게임’에 들어갔다고 보고 있다. 최근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탑시티가 서울시내 면세점 특허 획득에 성공하면서 13곳의 면세점이 서울 시내에서 경쟁을 펼칠 수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면세점은 초기 투자비용이 높아 처음 1~2년은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면세점을 두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하지만 결국 경쟁력 있는 업체만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업체는 도태될 것”이라고 전했다. 일부에서는 면세점 허가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면세점 특허를 결정하기보다 기업이 자유롭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신고제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또 특허를 5년마다 갱신해야 한다는 점도 면세점 사업자들에는 불만요소다. 앞의 업계 관계자는 “사업자 입장에서는 5년 후 특허를 잃을 수도 있어 과감한 투자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신고제로 전환해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면세점 서비스의 질도 높아져 해외 관광객 유치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