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 이력 불구 정치신인 가산점”…여론조사 경선 결과와 반대로 새누리당 공천받아
국회 청문회에 출석한 우병우 전 민정수석. 사진 공동취재단.
우 전 수석의 처가에서 사실상 집사 역할을 하고 있는 이정국 기흥컨트리클럽 전무는 현재 고령향우회 부회장직을 맡고 있다. 이 전무는 우 전 수석 장인의 사촌동생이다. 이 전무는 현재 정강건설(주) 대표이사, (주)도시비전 대표이사, 기흥컨트리클럽 전무이사, 삼남개발 전무 등 우 전 수석 처가가 운영하고 있는 여러 회사에서 요직을 맡고 있다. 고 이 전 회장의 6주기 추모사에서 “이 전무가 김장자 회장님을 잘 보필하고 있다”는 구절이 등장했을 정도로 이 전무는 우 전 수석 처가와 매우 밀접한 관계다.
이 전무는 우 전 수석과도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이 전무는 우 전 수석이 초임 검사 시절 우 전 수석과 2억 원대 부동산을 공동구매한 사실이 드러나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고, 지난 12월 22일 우 전 수석이 국회 청문회에 출석했을 때는 우 전 수석을 수행하기 위해 국회에 함께 오기도 했다. 이 전무는 논란이 됐던 우 전 수석 처가의 강남역 땅을 넥슨과 거래한 당사자다.
이 전무는 지난 총선을 앞두고 고령향우회 게시판에 정 전 후보의 선거를 도와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남겼다. 이 전무는 정 전 후보의 선거사무실 개소식은 물론이고 선거 유세현장을 직접 찾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정 전 후보는 지난 총선 당시 새누리당 후보 경선 과정에서 수상한 특혜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은 지난 총선 경선 과정에서 정치 신인에게 10%의 가산점을 부과하기로 했다. 그런데 당시 정 전 후보는 새누리당 당협위원장을 2차례나 지내고 국회의원 비례대표 후보, 금천구청장 후보 등으로 출마한 이력이 있었지만 정치 신인 가산점을 받아 경선 결과가 뒤집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역에서는 정 전 후보가 우 전 수석 처가 쪽 친인척이라는 소문도 돌았으나 이는 사실무근인 것으로 확인됐다.
새누리당은 당시 1차 경선을 통해 2명의 후보를 가려내고 2차 결선 경선에서 최종 후보를 선출했다. 정 전 후보는 1차 경선에서는 정치 신인 가산점을 받지 못했지만 2차 최종 경선에서 정치 신인 가산점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당시 출마했던 경쟁 후보 측 관계자는 “경선이 끝난 후 중앙당에서는 경선 결과를 전혀 알려주지 않았다. 경선 직전까지 우리 후보가 정 전 후보를 여론조사에서 크게 앞서고 있었기 때문에 경선 결과를 인정할 수가 없었다”면서 “경선이 끝난 후 당 관계자들을 통해 알아보니 원래 결선 여론조사에서 우리 후보가 1위를 했는데 1차 여론조사 경선에서 적용되지 않았던 정치신인 가산점 10%가 2차 경선 여론조사에 적용되면서 단 몇 표 차이로 결과가 뒤집어졌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금천구청장 선거에 출마한 이력이 있고 당협위원장을 2차례나 역임한 사람을 정치 신인으로 분류해 가산점을 주는 것은 말도 안 되기 때문에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 등에 재심을 요구했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거부당했다”면서 “새누리당 공천 매뉴얼에는 공천을 신청했던 사람은 정치신인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분명히 적혀 있었다. 정말 이해할 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경선을 하기 전 다른 후보들에게 정치 신인 가산점이 적용되는지 여부가 중요한 쟁점이었기 때문에 중앙당에 문의를 했다. 그때는 분명히 정 전 후보가 정치 신인 가산점이 부과되지 않는다고 설명을 했었는데 중앙당이 최종 경선에서 말을 바꿨다”면서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 실무자인 당 기조국의 고 아무개 차장도 후보자 룰미팅을 할 때 분명히 ‘정 전 후보는 정치신인이 아니다’라고 말한 바가 있고, 다른 실무자들에게 문의했을 때 모두 정 전 후보자가 신인이 아니라고 확인해 주었다. 그래놓고 갑자기 정 전 후보에게 신인 가산점을 준 이유를 납득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정 전 후보의 경쟁 후보 지지자들은 경선 결과가 발표된 후 새누리당 당사를 찾아가 정 전 후보의 공천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중앙당은 어떤 해명도 내놓지 않았고 공천도 철회되지 않았다.
당시 선거에 출마했던 또 다른 출마자는 “정 전 후보가 당시 여론조사에서 크게 밀리고 있었는데 자기 선거캠프 사람들에게 ‘공천은 무조건 될 테니까 본선만 신경 써라’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물론 캠프 사람들에게 힘을 내자고 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지금 생각하니 공천 결과를 미리 알고 있었던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고 말했다. 정 전 후보는 본선에서는 낙선했다.
모 지역 당협위원장이었던 정 전 후보는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의 부실 당협위원장으로 지적돼 교체 명단에 오르기도 했지만 자리를 지켜냈다. 당시 조강특위는 ‘자신의 지역에 거주하지 않거나, 거주하더라도 활동이 거의 없는 경우, 혹은 총선출마 의지가 없는 경우’에 해당될 경우 교체 대상 당협위원장으로 지목했다. 당시 조강특위는 전국 97개 원외 당협 중 단 8곳을 교체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정 전 후보는 “이 전무가 선거 사무소 개소식이나 선거 유세 현장에 찾아와 도와줬던 것은 사실이지만 어디까지나 향우회 차원의 도움이었다”면서 “우 전 수석은 만나본 적도 없고 장모인 김 회장도 향우회에는 잘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총선 당시 정치 신인 가산점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그것은 당에서 알아서 한 일이니 나는 알 수가 없는 내용”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우 전 수석이 공천에 개입했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당시 공천 과정이 이상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새누리당은 지금이라도 당시 공천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요신문>은 이 전무 측의 해명도 듣기 위해 이 전무의 회사로 수차례 연락을 해봤지만 끝내 답변이 없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