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매입 과정 석달 만에 그린벨트 해제…여, 행정조사 반대에 야, 의원직 사퇴 초강수
강릉시청 청사.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강릉아산병원은 2014년 4월 21일, 강릉시 사천면 미노지구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제안했다. 이유는 병원의 신축 건립에 따라 필요한 주차시설을 포함해 부대시설을 확충하기 위해서였다. 부대시설 확충을 위해선 개발제한 구역으로 묶인 인근 부지를 개발가능 구역(주거형 부지)으로 해제하여 구입해야만 했다. 개발제한 구역으로 묶인 부지는 노송이 빼곡한 온전한 산림지역이었다.
강릉시는 병원의 변경안 제안 3일 만인 4월 24일 변경안을 고시·공고했고, 시의회와 시 공동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2014년 7월 11일 지구단위계획 변경 결정을 고시했다. 이 모든 게 불과 3개월 만에 완료됐다.
이어 강릉아산병원은 개발이 가능하도록 용도가 변경된 인근 부지를 2014년 10월과 2015년 1월에 걸쳐 매입했다. 현재는 계획대로 구입 부지에 주차시설을 비롯한 부대시설을 완공한 상황이다. 강릉아산병원이 만약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통해 해당 부지를 매입하지 못했다면, 신축 건물 지하로 주차시설을 들여야 했다. 물론 이럴 경우 공사비용이 훨씬 많이 들게 된다. 병원은 인근 토지를 매입하게 됨에 따라 공사비용을 절약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강릉시의회 야당 의원들은 강릉시가 병원 측에 어마어마한 특혜를 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세남 더불어민주당 시의회 의원을 비롯한 4명의 야당 의원들은 지난 12월 12일 특혜 의혹과 관련해 행정사무조사를 시의회에 건의했지만 여당 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급기야 12월 19일에는 의원직 사퇴까지 거론하며 기자회견을 개최하기도 했다.
기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이 강릉시-강릉아산병원 사이의 특혜 의혹과 관련해 제기하고 있는 위법 사실 및 의혹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 해당 지구에서 변경되는 토지의 사전 협의 여부다. 지구단위계획수립지침에 따르면 지구단위 변경 계획을 제안하기 위해선 변경 대상 소유자들에게 동의를 얻어야 한다. 쉽게 말해 땅주인들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우선 사유지의 경우는 변경대상 구역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토지 소유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또한 변경 대상 국공유지의 경우 토지 소유 국가기관과의 문서상 협의가 필히 있어야 한다. 하지만 강릉시는 변경 사유지 내 일부 소유주의 동의 조건도 충족하지 못했다. 더불어 변경 대상 국공유지의 소유주였던 도 교육청과 문서상 협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즉 제대로 된 협의와 동의 절차 없이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강릉시가 병원으로부터 지구단위계획 제안서를 받고 단 3일 만에 변경안 고시·공고를 완료했다는 것이다. 졸속 처리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셈이다. 당시 병원 측은 기후변화재해취약성분석 서류를 제출하지 못해 서류보완을 통보받았음에도 강릉시는 변경안을 공고했다. 즉 제안자의 서류보완이 필요했음에도 강릉시는 변경안을 서둘러 공고했다는 의미다. 보완 서류는 한 달 뒤에야 시에 제출됐다. 이는 곧 강릉시가 제대로 된 검토도 없이, 또한 제안자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었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강릉아산병원의 신관 앞 주차 부대시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지구단위계획 수립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한 전문 행정사는 “일반적으로 흘러가는 지구단위계획수립 변경 절차를 비춰보면, 큰 특혜가 의심된다”라며 “특히 변경 대상 토지 소유주의 동의 과정과 국공립지 소유기관과의 문서 상 협의가 없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또한 서류보완이 필요함에도 변경안 공고가 진행되고, 이 모든 변경 결정이 3개월 안에 끝났다는 건 지극히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강릉시 측은 앞서의 특혜 의혹을 두고 일부 절차상 하자는 인정하면서도 계획을 무효화시키는 법적 흠결이나 하자는 아니라고 해명했다. <일요신문>과 통화한 강릉시 관계자는 “변경 구역에 포함된 국유지 소유기관인 교육청과 협의를 안 한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변경 계획에 포함된 사유지의 경우 규제를 강화해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 규제를 해제시키는 거다. 토지 소유주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되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오픈 스페이스 규정 위반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지구단위수립계획지침에는 오픈 스페이스 규정 요건에 약간 충족되지 못하더라도 도시발전 여부를 감안해 시장 재량으로 입안할 수 있다는 별도의 예외 규정이 엄연히 존재한다”며 “또한 2014년 당시 시점에는 오픈 스페이스 규정 요건에 충족되지 못하지만 2015년 도시관리계획 변경으로 현재 기준으로는 확보가 된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강릉시 측은 해명자료를 통해 변경 제안 이후 단 3일 만에 공고가 실시된 배경에 대해 “제안자가 절차 단축을 위해 이미 제안 이전부터 (강릉시 해당 부서의) 사전 방문을 통한 관련법 검토와 협의를 진행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시의회 야당 의원 측은 강릉시의 특혜 의혹과 관련해 행정사무조사를 비롯한 진상파악 절차가 가로막힐 경우, 강릉시에 대한 행정고발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은 상황이어서 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강릉=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