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홍두깨를 조심하라’ 사방에서 경고
▲ 지난 29일 여의도 역에서 거리 유세에 나선 이명박 후보가 많은 시민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는 지난 11월 말 KBS 토론회에 참석하러 가는 길에 봉변을 당할 뻔했다. 토론회 시간에 맞춰 KBS 정문 계단을 올라가려던 도중에 한 여성이 욕을 하며 이 후보에게 달려들었다는 것이다. 이 후보 측 경호원들이 그 여성을 제지해 끌고 가는 바람에 별일은 없었지만 ‘테러’ 가능성도 있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수행하는 측근들과 경호원들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는 전언이다.
또한 지난 11월 28일 충남지역을 방문했을 때는 이명박 후보가 온양 재래시장에서 시민들과 사진촬영을 하던 도중 40대로 추정되는 남자가 술에 취해 고함을 지르고 수행원들과 몸싸움을 벌이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다행히 주위에 있던 경호원들이 긴급히 제지해 별다른 사고는 없었다. 또한 이 후보는 서울시장 재직 때 시청 뒷마당에서 승용차를 타러 가다가 흉기를 들고 달려드는 괴한의 위협을 받은 적도 있었다. 당시 단독범의 우발적 범행이었지만 이 후보가 크게 놀랐던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명박 후보에 대한 테러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한 역술인은 최근 이 후보에 대한 테러 가능성을 제기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중앙 일간지에 역술을 연재하고 있는 역술인 A 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후보가 테러를 당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라고 주장하면서 “이분은 올해 고통이 많았다. 이분은 현재 거론되는 후보들 가운데 운으로 봐서는 가장 우세하다. 하지만 중상모략을 조심해야 한다. 또한 달로 봐서는 음력 11월에 선거를 하는데 선거일까지 흉기를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선거일은 이분에게 상당히 좋다. 되기는 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겠다”라고 밝힌 적이 있었다.
이 후보에 대한 테러 가능성은 역술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경고음을 울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지난 9월 말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비서실로 자신을 외국 정보기관 요원이라고 밝힌 한 남자가 찾아왔다고 한다. 그 남자는 요즘 수집한 정보라며 서류 몇 장을 비서실 관계자에게 건넸고, 그 안엔 ‘이 후보에 대한 테러가능성이 농후하니 조심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대선 판도를 뒤집으려는 모종의 세력이 이 후보의 신변에 위협을 가할 수도 있다는 게 골자였다.
BBK 사건 등을 거치면서도 여전히 지지율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이 후보 진영으로서는 ‘대선의 마지막 변수는 테러’라는 말이 괜한 엄살은 아닌 것 같다. 이 후보 측이 보기에 대선 판도가 뒤집어지는 경우는 이 후보의 유고(有故) 뿐이라는 것이다. 특히 후보자가 불의의 사건사고로 사망할 경우 추가등록기간이 마감되는 12월 1일 이후에는 후보교체도 불가능해 져 대선 판도가 일거에 흐트러지고 혼란에 빠져들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후보 경호를 책임지고 있는 경찰에는 초비상이 걸린 상태다.
더욱이 이 후보 측은 “곳곳에서 테러를 경고하는 메시지가 들어오고 있다”라며 걱정하고 있다. 특히 이 후보 측은 계획된 테러 가능성에 대해 매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으로 들어오는 ‘첩보’ 가운데는 북한과 관련된 것도 있다고 한다. 한 당직자는 지난 9월 말 이미 “북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그냥 지켜보지 않겠다는 언론보도도 있었고, 북한 첩보요원이 테러를 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살상용 무기나 약품이 발달해 테러리스트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해를 가할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 10월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북한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내년 초에 남한을 방문해 차기 당선자와도 자연스럽게 만날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남북의 화해무드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에서 이런 ‘소문’은 실현 가능성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
그럼에도 몇 달 전부터 일부 인터넷에선 이명박 후보 당선을 원하지 않는 북한의 일부 강경 세력이 이미 남한에 널리 퍼져있는 특수부대원들에게 지령을 내려, 그들이 ‘독침’을 사용해 이명박 후보에게 위해를 가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떠돌기도 했다. 이런 이야기는 대북 관계에 정통한 소식통에서 흘러나온 믿을 만한 소식으로 포장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명박 후보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출마 선언으로 북한에 의해 테러를 받을 가능성이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재미있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왜냐하면 북한 입장에서는 이명박 후보에게 위해를 가해 ‘스페어 후보’인 이회창 전 총재가 집권한다면 그가 이 후보보다 훨씬 ‘우익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만큼 북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차라리 이 후보를 그대로 ‘살려 두는’(?) 게 나을 수도 있다는 황당한 스토리다. 그리고 이회창 전 총재가 대선 막판에 갑자기 출마해 ‘스페어 후보론’을 주장한 것도 따지고 보면 이 후보에 대한 테러 가능성에 근거했다는 점에서 아이로니컬하기도 하다.
그런데 현재의 이 후보 경호가 너무 느슨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 후보 경호팀은 경찰과 당이 고용한 사설 경호원을 합해 35명이다. 교통사고를 위장한 테러에 대비, 이 후보가 이동할 때는 같은 모양의 차량 3대가 함께 움직이는 것으로 알려진다. 또한 이 후보의 동선과 행사 예정지에는 사전 답사가 이뤄진다. 음식물도 미리 점검한다.
하지만 유권자와 적극적으로 스킨십을 나눠야 하는 대선 후보의 특성상 구멍이 곳곳에 뚫려 있다고 봐야 한다. 한 수행 참모는 이에 대해 “이 후보는 유세를 할 때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 현장 상인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굉장히 싫어한다. 그리고 이 후보는 사람을 가리지 않고 가깝게 스킨십 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이 후보가 갑자기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거나 반대로 사람들이 몰려와도 웬만해선 제지를 하지 못한다. 이 후보는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억지로 사람들을 밀치고 하는 것을 싫어한다. 그런데 한번씩 사람들이 갑자기 튀어나와 악수를 할 때는 등골이 오싹해진다. 만약 나쁜 의도를 가지고 접근했다면 전혀 손을 쓰지 못하는 경우가 하루에도 몇 번씩 발생한다. 경호를 전담하고 있는 경찰도 이런 문제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유력 정당의 후보 유고 시 대선을 한 달가량 연기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추진했지만 실현시키지 못했다. 그래서 이 후보가 갑작스런 테러에 직면할 경우 한나라당은 ‘스페어 후보’ 없이 대선을 맞이해야 하는 불행한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 한나라당의 이명박 사수작전이 어쩌면 이번 대선의 마지막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