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영애 팔아 기업체 돈 뜯어
최태민이 설립한 대한구국선교단 주요 임원의 명단이 입수됐다. 주요 간부 총 30명이 조직적으로 구성돼 있다. 십자군 조직을 빗대 만든 구국십자군에는 ‘장군’ 직급도 보이는 등 다채롭다는 평가다. 대한구국선교단의 일원이었던 한 간부는 “최태민이 박근혜 대통령 이름을 팔아 기업에게 접근했다. 기업에게 ‘박근혜 영애를 소개시켜주겠다’고 알선한 명목으로 돈을 받는 수법을 썼다”고 밝혔다. 그렇게 돈을 건넨 것으로 특정된 기업 가운데에는 현재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회사로 추정되는 곳도 있었다.
대한구국선교단은 최태민이 1975년 4월 만든 종교단체였다. 1974년 8월 육영수 여사가 사망하자 실의에 빠진 박근혜 대통령은 최태민에게 기대기 시작했다. 최태민은 박 대통령의 위세를 짊어지고 구국선교단의 세력을 확장시키기 시작했다. 1976년 ‘구국봉사단’ 이름을 달았다가 1978년 ‘새마음봉사단’으로 명칭을 바꿨다. 대한구국선교단 행사가 열릴 때면 수천 명이 몰렸다. 박근혜 대통령은 행사에도 자주 얼굴을 비추다가 결국 대한구국선교단 명예총재 자리까지 맡았다.
최태민은 곧 총재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새마음운동본부의 비공식 고문으로 전권을 손에 준 뒤 모든 업무를 돌봤다. 대한구국선교단 조직은 여느 대기업과 같은 형태로 기획과 홍보에 이르기까지 명확한 조직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게다가 지역별로 ‘지사장’을 두는가 하면 십자군을 빗대 만든 구국십자단을 꾸려 ‘장군’ 호칭까지 붙이기도 했다. 최태민은 이런 조직적인 힘을 이용하는 한편 박근혜 당시 영애의 이름을 팔아 돈을 챙기기 시작했다. 1977년 중앙정보부의 조사자료에 따르면 한 봉사단 관계자는 “새마음운동본부는 미니 청와대였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대한구국선교단원의 증언도 비슷했다.
익명을 원한 한 대한구국선교단 관계자는 “당시 부자라는 사람들이 최태민 집 문턱이 닳도록 찾아 왔다. 최태민은 거의 소통령 수준이었는데 그 권세가 실로 대단했다. 최태민이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조직을 운영한다는 소리가 퍼지자 다들 한 자리 꿰고 싶어 돈을 갖다바쳤다”며 “각 조직장이 보고사항을 청와대로 직접 보내기까지 했다. 하나씩 생긴 민원이 보고되면 해결되는 기미가 보이자 최태민의 힘이 나날이 커져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태민은 ‘박근혜 영애가 부탁하는 일입니다’라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살았다. 그런 말 들으면 누가 돈을 안 가져올 수 있겠냐”고 했다. 이어 “처음에 나라를 구하자고 모인 기독교 등 종교인은 서서히 민원 해결 단체가 돼가는 대한구국선교단을 보며 떠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진행자가 이 사실을 청와대 경호팀에게 전하며 ‘최태민이 시켰다’고 말하니 경호팀은 아무 말도 없이 그렇게 자리를 배치했다. 다음날 중앙정보부가 ‘왜 자리 배치가 바뀌었냐’고 진행자에게 물었지만 ‘최태민’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B 사장이 최태민에게 청탁조로 큰 돈을 갖다 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한국의 주요 타이어 회사 가운데 부산에서 시작된 타이어 회사로는 A 사와 C 사 두 곳이 유명하다. C 사는 1951년 부산에서 출발한 타이어 제조업체지만 일반인 사이에서 알려지지 않은 대형 공업용 타이어 전문 업체다. 게다가 창립자의 성도 B가 아니다.
현재 A 사의 회장은 관계자가 언급한 B 사장과 성이 같다. A 사 회장은 운수업에 종사하다가 타이어 회사를 인수해 재생 타이어 및 튜브 업계에 발을 들였다. 튜브와 공업용 타이어를 생산하던 이 회사는 나중에 승용차용 타이어 생산업체까지 인수하며 오늘날의 대기업에 이르렀다.
A 사 회장은 최태민과의 관계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A 사 회장 비서실 관계자는 “회장은 최태민이란 사람을 전혀 알지 못한다. 돈을 주고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려 시도했다는 증언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한편 대한구국선교단 단장 가운데 기독교계의 거물 강신명 전 숭실대 총장의 이름도 확인됐다. 강신명 전 총장은 장로교의 상징인 서울 새문안교회에서 25년간 목회한 원로목사였다. 서울 동흥중학교 교장과 숭실대학 재단이사, 계명대학 재단이사, 연세대학교 재단이사 및 이사장, 숭실대학교 이사장 등을 거쳐 1982년 숭실대학교 총장으로 임명된 바 있다. 대한기독교교육협회와 한국기독교선교단체협의회, 한국기독교지도자협의회, 대한예수교장로회 등의 장을 지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