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일요신문]주성남 기자= 최근 프랑스에서는 한 권의 책과 이를 원작으로 한 영화가 ‘학교폭력’에 대한 이슈를 만들고 있다. 이로 인해 TV와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는 학교폭력으로 인한 청소년 자살 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교육부는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캠페인을 벌이겠다고 발표했다. 이 모든 변화는 2013년에 학교폭력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마리옹 프레스 사건’ 이후부터 시작됐다.
2013년 2월 13일. 프랑스 보그리뇌즈에 거주하던 열세 살 중학생 소녀 마리옹 프레스가 학교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가족들이 외출한 틈을 타 자신의 방에서 머플러에 목을 매달아 목숨을 끊었다. 평소 모범생이라 불릴 만큼 학교생활과 공부를 잘했고 예쁜 미모로 친구들에게 인기도 많았던 소녀였기에 가족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일간지 기자를 통해 밝혀진 유서에는 그동안 마리옹이 친구들에게 당한 온갖 수모와 모욕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딸을 잃은 슬픔에 빠져 있던 마리옹의 엄마 노라 프레스는 직접 반 아이들과 가해 학생들을 만나고 문자와 페이스북 메시지를 뒤져 마리옹이 학교 안에서 괴롭힘을 당한 사실을 밝혀냈다. 마리옹을 괴롭힌 아이들은 수업시간에 욕을 하며 손가락질을 했고, 심지어 탈의실에서 성추행까지 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일에 그칠 수 있었던, 그것도 2년이나 지난 이 사건에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노라의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노력 덕분이었다. 노라는 직접 겪었던 이 일을 딸에게 쓰는 편지 형식으로 책에 담았고 한국에서는 `열세 살 마리옹,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했다.
이 책은 마리옹이 죽기 전에 남긴 편지를 비롯해 사건을 파헤치며 알게 된 그녀의 살아생전 학교생활, 학교폭력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관계자들의 냉정한 모습들이 생생하게 담겨 있어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해져 온다. 프랑스 독자들은 저자에게 감정 이입돼 학교폭력에 대해 깊게 생각해볼 계기가 됐다는 평을 남겼다. 또한 BBC, 르 몽드 등 해외 유수 언론 매체의 극찬을 받으며 `청소년은 물론 부모와 교사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란 평가를 받았다.
2015년에 출간된 프랑스판은 출간되자마자 프랑스 아마존 인문, 사회, 심리 분야에서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줄리 가예 주연으로 TV영화로 제작돼 다시 한 번 재조명되고 있다. 유튜브와 SNS에서는 마리옹을 추모하는 독자들의 글과 동영상이 엄청나게 많이 올라와 놀라운 조회수를 기록했다.
현재 마리옹의 엄마인 노라 프레스는 ‘마리옹 프레스-손을 내밀어요(Marion Fraisse–La main tendue)’라는 단체를 설립, 학교폭력 근절 정책 마련을 위해 힘쓰고 있다.
애플북스, 288쪽, 1만5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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