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용 공영주차장엔 ‘휘발유차’가 버젓이
국내 전기차 보급이 더딘 이유를 찾다 보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은 논란에 빠지곤 한다. 운전자 입장에선 충전기가 먼저 구비되어야 전기차를 살 수 있다. 과연 서울에서 전기차를 사서 운행하는 것이 가능할까. ‘비즈한국’이 서울 도심에서 가장 가까운 전기차 충전소 7곳을 직접 찾아가 현장을 점검했다.
지난 11일 광화문 열린마당 충전소에는 일반 휘발유차가 전기차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가장 최근 오픈한 광화문 열린마당 충전소는 공영주차장 내 4면(베이·Bay)을 전기차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직접 가보니 충전 중인 전기차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 중형차 말리부(한국GM)가 전기차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말리부는 전기차 버전이 없고, 휘발유를 쓰지만 충전도 가능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버전도 없다.
세종로 공영주차장과 종묘 공영주차장은 전기차 자리가 텅텅 비어 있었다. 문제는 둘 다 지하 4층, 지하 6층 등 가장 접근성이 떨어지는 최하층에 위치한다는 점이었다. 전기차뿐 아니라 일반 자동차조차도 거의 없었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최하층인 것도 문제지만, 넓은 주차장 내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에 대한 안내가 별도로 없어 각 층마다 내려 충전기를 찾아야 했다. 이는 지상 주차장인 한강진역 공영주차장과 마포유수지 공영주차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하주차장과 달리 지상에 빽빽하게 주차된 차들 가운데 전기차 자리를 발견하기는 쉽지 않았다.
‘비즈한국’이 찾은 7곳 모두 차를 몰고 진입하든 도보로 들어오든 전기차 충전기 위치에 대한 어떠한 안내도 발견할 수 없었다. 이는 공영주차장뿐 아니라 이마트 마포공덕점과 같은 상업시설이나, 안내 표지판이 잘 갖춰진 동대문 DDP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우종국 비즈한국 기자 xyz@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