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푼도 없다더니…’ 월세 3백·보모 월급 5백·특급 변호사 선임까지
박영수 특검팀은 정 씨의 강제 송환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 씨가 송환 결정에 불복해 대법원까지 최대 세 차례 소송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에 정 씨의 국내 송환에는 난항이 따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 씨의 모친인 최순실 씨 역시 특검 소환에 불응하고 있어 국내 상황도 순탄치만은 않다.
앞서 특검은 지난해 12월 말에 인터폴에 정 씨의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적색수배 요청기준은 △살인, 강도, 강간 등 강력범죄 관련사범 △폭력조직 중간보스 이상의 조직폭력사범 △50억 원 이상의 경제사범 △기타 수사관서에서 특별히 적색수배를 요청하는 중요사범 등이다. 정 씨는 50억 원 이상의 경제사범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직 정 씨의 범죄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적용될 혐의에 대해 확정된 것은 없다. 그만큼 정 씨의 국내 송환이 중요하다.
# 정유라 돈 문제 모른다더니?
정 씨가 지난 1월 3일 덴마크 올보르의 한 주택에서 불법 체류 혐의로 체포돼 오는 30일까지 구금이 결정됐다. 당시 인터뷰를 통해 정 씨는 해외 재산도피 혐의에 대해 부인했다. 독일 검찰은 지난해 12월 최 씨와 정 씨 모녀가 독일을 비롯해 영국, 스위스 등지에 엄청난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독일 검찰이 독일 전국에 정 씨를 공개수배하려던 가운데 정 씨가 덴마크에서 검거됐다. 우선 정 씨는 돈세탁에 대해 부인했다. 그는 덴마크 올보르 지방법원의 심리 직후 기자들과 만났을 당시 “아버지(정윤회 씨)의 강원도 땅을 담보로 36만 유로를 대출받았고, 우리 부부 이름으로는 1원 한 장 대출도 안 받았다”며 “나중에 한국에서 돈을 다 갚았고, 독일에선 세금도 다 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후 정 씨가 삼성의 지원을 받아 샀던 말이 있었던 승마장이 덴마크 올보르에 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정 씨가 돈세탁에 개입했다는 의혹은 불거졌다.
또 정 씨가 도피생활을 하던 덴마크 자택에서 보모와 청소 도우미를 고용하면서 풍족한 생활을 해온 것도 드러났다.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자택 월세가 280만 원에 상당하며 정 씨의 아이를 돌봐주고 있는 60대 보모 월급은 500만 원에 육박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덴마크에서 체포된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 유튜브 영상 캡처.
정 씨는 덴마크에서 불법 체류로 체포돼 선임한 변호사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해 비난을 받고 있다. 정 씨는 얀 슈나이더 변호사를 국선 변호사라며 소개했다. 그러나 슈나이더 변호사는 덴마크의 대형 로펌인 TVC 소속으로 확인됐다. TVC는 100여 명의 변호사가 있는 대형 회사였고 슈나이더 변호사는 덴마크에서 유명한 사건 가운데 여러 건을 맡아서 활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본인 스스로 돈이 없다는 정 씨가 어떻게 이런 대형 로펌의 변호사를 선임했는지도 의문으로 남아 있다.
# 이미 이대 입시 업무 방해 혐의 있어
최순실 게이트의 발단은 정 씨의 이대 입시특혜로 수면에 떠올랐다. 2015년 이대에 입학할 당시 정 씨는 체육특기자 입시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고, 입학 이후에도 학점 관리 등의 특혜 의혹이 드러났다. 지난 2016년 12월말 특검은 정 씨의 체포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았다. 정 씨가 이화여대 입시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다.
류철균 이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는 지난 1월 1일 정 씨의 시험 답안을 대신 작성하게 하고 학점을 준 혐의로 긴급체포됐다. 특검은 또 1월 5일 남궁곤 전 이화여대 입학처장을 불러 정 씨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의혹 등을 조사했다. 남궁 전 처장은 2014년 이대 체육특기자전형에 정 씨가 지원했다는 사실을 듣고 선발하라는 지시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정작 당사자인 정 씨는 삼성 승마 지원 특혜와 관련해 이대 입시 부정에 대해 자신은 전혀 모르는 일이고 학점이 잘 나온 이유 역시 알지 못한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독일로 오기 전에 왜 이대 휴학을 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정 씨는 “엄마에게 자퇴를 하겠다고 했는데 처리가 안됐다”며 “학교에 간 적이 없어서 담당 교수가 누군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발언 역시 거짓말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최경희 전 이대 총장을 비롯해 다수의 교수가 지난해 1월 정 씨를 만났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교육부 감사관실에 따르면 최 총장은 2016년 4월께 총장실에서 최 씨와 정 씨 모녀를 만나 “운동을 열심히 하라”고 격려했다.
최순실 씨 딸 정유라 씨의 ‘대리시험’ 논란이 있었던 수업을 담당한 류철균 이화여대 교수가 지난 31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긴급체포됐다. 일요신문 DB
법조계에서는 정 씨가 이대 업무 방해 혐의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략적으로 모든 혐의를 엄마인 최 씨에게 떠넘기려고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검에서도 의혹의 당사자인 정 씨가 특혜 사실과 배경을 몰랐을 리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 아이 위하는 모습 역시 계획된 연기?
정 씨는 체포 당시 “아이를 보고 싶다. 아이와 함께할 수 있다면 병원이든 사회시설이든 어느 곳에서라도 특검 조사에 응하겠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또 덴마크 법원에서 30일까지 구금을 결정했을 때 눈물바다를 이루기도 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정 씨는 국정농단으로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장본인인데 이들의 행복을 위해 어떠한 편의를 봐줘서도 안 된다는 입장이 주를 이뤘다.
또한 정 씨의 아이는 19개월로 ‘갓난아이’도 아니고 남편이 있어 아이가 고아가 될 우려는 없어 보인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오히려 남편이었던 신주평 씨는 아이 양육 문제 때문에 정 씨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정 씨는 이전에 독일에서 아동 학대 혐의와 동물 학대 혐의로 조사를 받았던 것이 확인됐다. 지난해 10월 이웃 주민이 정 씨가 아기와 개, 고양이를 좁은 공간에서 함께 키우는 것을 보고 아기의 위생이 걱정돼 보건당국에 신고를 했던 것이었다.
정 씨는 동물학대 혐의를 받아 개를 입양시켰다. JTBC 뉴스 캡처.
한 언론에 따르면 정 씨의 반려견을 입양한 독일인 A 씨는 “정 씨가 개와 고양이 20여 마리를 키우다 동물학대 혐의로 독일 경찰당국에 신고된 뒤 입양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당시 경찰은 정 씨의 개들을 입양조치하라고 했다. 정 씨가 키우던 개들은 당시 겁을 먹었고 야위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만 아니라 이웃 주민 증언에 따르면 정 씨가 독일에서 체류할 당시에도 키우던 개와 고양이에게 밥을 주지 않아 밤마다 울부짖어 경찰이 출동한 정황도 있었다. 또한 정 씨가 개를 국내로 판매하려는 정황도 발견됐다.
특검은 곧 덴마크로 사람을 직접 파견해 정 씨의 자진 귀국을 설득할 계획을 갖고 있다. 정 씨에 대한 조사가 수사의 돌파구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 씨 역시 삼성이 최 씨와 정 씨에게 거액을 지급한 비덱스포츠의 주주였기 때문에 의혹과 아무 관련이 없기는 어려워 보인다.
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
박근혜와 선긋기…증거 사진 뻔히 있는데 아몰랑~ 정유라 씨는 박근혜 대통령을 ‘이모’로 불렀냐는 질문에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이 역시 거짓말일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 씨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박 대통령과 친하냐는 질문은 지난 2일 정 씨가 처음 체포됐을 무렵 기자들이 물어본 것 중 하나였다. 이에 정 씨는 “박근혜 대통령을 뵙긴 했지만 마지막으로 본 것은 아버지가 일하실 때였다”면서 “초등학교 다닐 때 본 게 마지막”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는 거짓된 답변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14년 10월 13일 청와대에서 인천아시안게임 출전 선수단과 박 대통령과의 오찬 행사가 있었을 때 정 씨 역시 승마 국가대표로 참석했다. 사진제공=대한승마협회 정 씨가 사실 여부와는 다르게 박 대통령과 무조건 관련이 없다고 일관하려는 의도가 드러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7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아는 게 있냐고 묻는 질문에도 부정했다. 정 씨는 “그때 임신 중이라 어머니와 완전히 사이가 틀어져서 아예 연락을 안했다. 어머니랑 따로 살 때여서 알 수가 없었다”라고 답했지만 세월호 참사와 정 씨의 임신 시기는 겹치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는 2014년 4월 16일 발생했지만 정 씨가 아이를 임신한 시기는 1년 후인 2015년이다. [최] |
“주사 아줌마 안다” 의도 있나 박 대통령을 잘 모른다고 한 정유라 씨가 이번에는 주사 아줌마는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주사 아줌마로 불리는 이 여성은 지난 2013년 이영선 행정관이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에게 ‘주사(기치료) 아줌마 들어가신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이 드러나며 세상에 알려졌다. 이게 사실이라면 청와대에서부터 불법 의료 행위가 성행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정 씨는 “주사 아줌마 백 실장님이 누군지 알 것 같다”며 특정 인물을 거론했다. 특검은 “주사 아줌마와 기치료 아줌마에 대해 신원을 파악하고 있다“며 ”용의 선상에 여러 명이 올라와 있다“라고 말했다. 아직 신원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 씨의 발언이 수사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특검팀이 소재를 파악 중인 ‘백 실장’의 경우 순천향대병원 간호사 또는 간호조무사 출신으로 오래전부터 서울 강남 일대에서 활동하던 주사 아줌마로 알려졌다. 최순실 씨는 변호인을 통해 “박 대통령에게 ‘주사 아줌마’를 소개해줬다”고 진술했다. [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