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담보로 돈 빌려줬는데 창고에 가보니 고기가 없어 2800억 손실 위기
육류담보대출 시장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공격적 경영에 나섰던 동양생명이 최근 육류담보대출 사건과 관련해 큰 손해가 예상되고 있다. 박정훈 기자
[일요신문] 육류담보대출 부실 문제가 불거지면서 동양생명이 최대 2800억 원가량 손실을 볼 위기에 처했다. 동양생명은 육류담보대출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문제의 원인은 안방보험에 매각되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동양생명은 2011년부터 사모펀드인 보고펀드의 투자가 시작된다. 2013년 말에는 동양그룹에서 계열분리되며 보고펀드가 경영을 책임지기 시작한다.
2013년 말 동양생명의 경영실적은 매출액(영업수익) 3조 4000억 원, 영업이익 990억 원이다. 2014년에는 매출액 4조 3000억 원, 영업이익 1200억 원을 넘어서고 2015년에는 매출액 4조 7000여억 원, 영업이익 2122억 원으로 불어난다. 2016년에는 1월부터 9월까지 매출액이 6조 원에 달하고 영업이익은 2500억 원에 육박한다. 그야말로 급성장이다.
동양생명의 이 같은 가파른 성장은 공격적인 영업 덕분이다. 동양생명은 시중금리가 1%대로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2% 중반의 금리를 주는 보험을 공격적으로 판매했다. 자산운용에서도 안정을 중시하는 보험업계와 달리 수익 중심 전략을 폈다.
금융권에서 가장 고수익을 내는 운용처는 대출이다. 안정적인 마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담보가 완전하지 않은 대출은 더 많은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육류담보대출도 연 8%의 고수익이 가능하다.
동양생명 대출금 운용내역(2016년 9월 말 기준)을 보면 4조 5000억 원 가운데 절반인 2조 2522억 원이 중소기업대출이다. 또 약관대출이나 부동산담보대출, 지급보증대출금 등 비교적 안전한 대출은 2조 1000여억 원 정도다.
같은 28조 원대 자산 규모의 미래에셋생명의 대출금 운용규모는 2조 원으로 동양의 절반가량이다. 그나마도 중소기업대출 비율은 25%인 5300억 원 수준이다. 그 결과 미래에셋생명의 경영실적(2016년 9월 말)은 매출 3조 2000여억 원, 영업이익 650억 원 정도다. 동양과 비교해 매출은 절반, 이익은 3분의 1도 안 된다.
2015년 보고펀드는 동양생명을 1조 1000억 원에 매각했다. 주당 1만 7880원으로 당시 주가 1만 1000원에 50%가 넘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이다. 동양생명 주가는 2015년 1만 5250원까지 상승했지만 이후 내리막을 걸어 현재 1만 100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고펀드가 결국 회사를 안방보험에 비싸게 팔기 위해 공격적인 영업활동을 한 게 아닌가 여겨진다”고 풀이했다.
육류담보대출은 육류수입업자와 유통업자가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유통업자가 보관료를 주고 창고업자에게 물건을 맡긴 후 담보확인증을 받아 금융사에 대출을 신청하는 것이다. 대출기한은 보통 3개월이며 고기를 처분한 후 대출금을 갚는다. 동양생명은 2007년 이 시장에 진출했고, 2013년 이후 대출 규모를 급격히 늘려왔다.
그런데 육류업자나 유통업자들이 담보가 없는 상태거나 중복된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사실이 드러났다. 고기를 담보로 돈을 빌려줬는데 창고에 가보니 고기가 없는 셈이다. 이번 ‘육류담보대출 사건’의 핵심이다. 이번 사태의 피해액은 동양생명이 2800억 원가량이며 10여 개 금융사들이 수백억 원씩의 연체를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