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실장 바뀌어도 리스트 업데이트 됐으니 누가 개입했겠나”…영장으로 압박할 듯
‘문화계 블랙리스트’ 파문이 조윤선 문체부 장관을 조여 오고 있다. 지난 12월 28일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 참석한 조 장관. 사진=박은숙 기자
특검팀은 2013년 3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국민소통비서관을 지내고, 이후 곧바로 정무비서관으로 옮긴 신 아무개 전 비서관을 어제(7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신 전 비서관의 후임인 정 아무개 전 국민소통비서관도 같은 시간 소환했다.
정 전 비서관은 쏟아지는 취재진 질문에 전혀 답하지 않았다. 특검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과정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실 산하 국민소통비서관실이 작성을 주도했다고 보고, 이들을 상대로 블랙리스트 작성 과정과 배후를 집중 추궁했다.
특검팀은 신 전 비서관과 정 전 비서관이 실무진이라면, 당시 이를 주도한 것은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인 것으로 보고 있다. 김기춘 비서실장의 지시를 받은, 또 다른 ‘몸통’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이 두 비서관에게 블랙리스트 작성·관리를 지시했다는 게 특검팀의 판단.
특히 문화계 블랙리스트관련 조윤선 당시 수석의 지시는 허 아무개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에게도 내려졌다. 허 행정관은 어버이연합에 ‘관제 데모’를 지시한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기도 하다.
몸통이 김기춘·조윤선이었다면 블랙리스트 작성 최종 배경으로 특검팀은 박근혜 대통령를 지목하고 있다. 김기춘-이병기로 이어지는 비서실장 교체 상황에서도 정무수석실이 주도하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관리가 꾸준히 이어져온 것은 대통령의 지시나 묵인 없이 불가능 하다는 게 특검팀이 세운 시나리오.
검찰 관계자는 “국민적 분노까지 감안할 때 김기춘 전 실장에 대한 영장 청구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지난 12월 7일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 참석한 김기춘 전 실장.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특검팀 관계자는 “비서실장이 주도했다면, 김기춘에서 이병기로 비서실장이 바뀐 뒤 관련 리스트가 업데이트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박 대통령은 뇌물죄 외에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한 혐의로 형사 처벌하는 안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청문회에서 “잘 모른다”고 했던 조윤선 장관은 처벌(기소)이 불가피한 상황. 특히 특검팀은 조 장관이 ‘블랙리스트’ 파문과 관련해 문체부 전·현직 간부들을 회유하기 위해서 입막음용 인사 지시를 내린 사실도 확인했다. 특검은 유동훈 문체부 제2차관이 지난 12월 말, 조 장관에게 당시 문체부 기획조정실장이던 송수근 문체부 1차관을 거론하며 “아는 게 많고 등 돌릴 우려가 있어 승진시켜야 한다”고 건의한 증거를 확보했다.
유 차관은 특검 조사에서 “지난해 12월 26일,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의 사표가 수리되자 조윤선 장관이 송수근 문체부 기획조정실장 등에 대한 인사를 먼저 지시했고 적임자라고 판단해 보고를 올렸다”고 진술했다. 송 차관은 문체부 기조실장 당시 ‘건전콘텐츠 테스크포스’ 팀장을 맡아 블랙리스트 업무를 총괄한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
당장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조윤선 장관의 소환조사가 불가피한 상황.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도 거론된다. 특검팀 수사 흐름에 밝은 검찰 관계자는 “김 전 실장의 경우,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 외에도 세월호 7시간 박 대통령의 행적 수사, 검찰 주요 수사 관여 의혹들이 있기 때문에 특검팀 입장에서는 진술을 받아내기 위한 압박용 구속이 필요하다”며 “국민적 분노까지 감안할 때 영장 청구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국회에서 조윤선 장관을 위증 혐의로 고발하면서 특검팀이 영장에 포함할 수 있는 혐의가 여러 개로 늘어나지 않았느냐”며 “서로 블랙리스트 작성에 대한 책임을 떠넘기다보면 입증이 어려울 수 있지만, 반대로 둘의 관여성을 입증하는 핵심 진술 증거를 확보했다면 오히려 거짓 해명이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이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윤하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