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통한 구입비가 전체 구입비 87.4%…시중에서 사면 월 110만 원 절감
[치킨] 프랜차이즈 치킨전문점을 운영하는 A 씨. 계약 당시 광고비는 본사에서 전액 부담한다는 얘기에 마음이 놓였다. 그런데 막상 영업을 시작하고 나니 얘기가 달라졌다. 본사가 가맹점에 공급하는 가공육에 광고비 2000원을 붙여 청구하고 나선 것이다.
황당한 일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주류와 음료, 식용유 폐유업체를 본사가 지정한 대리점과 거래할 것을 강제했다. 수익을 조금이라도 높이려면 매출도 매출이지만 원가를 줄이는 것이 중요한데 본사가 지정한 대리점은 다른 곳보다 납품 가격이 높은 편이었다. 비용을 한 푼이라도 줄이기 위해 납품업체를 바꿨더니 본사로부터 물류공급을 중단한다는 통지서가 날아놨다.
[피자] 프랜차이즈 피자전문점을 운영하는 B 씨. 본사에서 공급받는 스파게티 면과 버팔로윙, 설탕, 식초 등이 시중에서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음을 알게 됐다. 가맹점 상생은커녕 본사가 마진 폭리를 취해왔다는 사실에 황당함을 감추지 못한 그는 계약기간 종료와 동시에 다른 브랜드로 창업을 결심했다. 그러자 본사는 가맹점주에게 계약 종료와 함께 사용 중인 가맹점 전화번호를 해지할 것을 요구해왔다. B 씨가 이를 거부하자 본사는 1일 30만 원에 해당하는 지연 손해금을 청구하고 나섰다.
[김밥] 김밥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는 C 씨. 마진율이 낮아 고민하던 그는 식자재를 조금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던 중 뒷목을 잡고 말았다. 본사에서 5만 600원에 공급받는 쌀(20kg)이 시중에서는 이보다 훨씬 저렴한 3만 2000~3만 5000원에 구매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C 씨는 다른 점주들과 의견을 모아 본부 측에 구조 개선을 요청하고 나섰다.
서울시가 지난해 5월부터 7월까지 서울시 소재 1328개 프랜차이즈 가맹점에 대한 필수구입물품 실태를 조사한 결과 상당수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설탕 식용유 등 시중에서 직접 구매할 수 있는 공산품과 젓가락 등 일회용품까지 필수품목으로 지정, 가맹본부를 통해 구입하도록 강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가맹본부를 통한 원부자재 구입이 전체 구입비용에서 87.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맹점에서 사용하는 물품 10개 중 9개를 가맹본부를 통해 구매해야 하는 것이다. 반면 응답자의 74.7%는 가맹본부로부터 공급받는 필수구입물품 중 공산품과 같이 시중에서 구입하더라도 상품의 동일성을 유지할 수 있는 품목이 있다고 답변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피자전문점의 경우 본사로부터 공급받는 물품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일회용품 82.3%, 치즈 75.4%인 것으로 나타났다. 치킨은 식용유(61.8%)와 음료와 주류(57.4%), 김밥과 분식업종은 쌀(69.1%)과 참기름·식용유(69.1%), 떡볶이는 일회용품(68.5%)과 단호박·고구마(56.5%) 등의 품목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서울시는 “조사대상 가맹본부 대부분이 냅킨, 물티슈, 젓가락 등 일회용품과 설탕, 주류·음료 등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일반 공산품을 필수물품으로 등록하고 있다”며 “가맹사업의 핵심인 맛과 품질 등과 상관없는 이러한 관행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가맹본부로부터 공급받는 필수구입물품의 상당수가 시중가격과 비교해볼 때 저렴하기는커녕 오히려 비싸다는 것이다. 가맹점주 87.5%는 물품가격이 비싸다고 답했고 비슷하거나 싸다는 응답은 각각 10.2%와 2.3%에 불과했다.
실제로 서울시에서 프랜차이즈 피자전문점에서 사용하는 피자박스 포장끈 가격을 비교해봤더니 시중에서 1m에 6~23원이면 구매가 가능한 제품을 E 사는 68.1원에 공급, 1회 포장(약 1.5m)에 102원이 사용돼 타 브랜드 피자와 시중판매 무지 끈보다 34~69%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또 H 가맹본부의 경우 본사에서 공급하는 옻칠나무주걱 가격은 5525원인데 시중에서는 같은 제품을 2200원에 구매가 가능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맹점주의 57.9%는 “현재 본사의 물류공급에 문제가 있다”고 답했는데 조사에 따르면 본사에서 공급하는 상품을 시중에서 직접 구입한다면 월 평균 구매비용을 110만 원 정도 절감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은 이렇지만 대부분의 가맹점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가격의 물품을 공급받을 수밖에 없다. 사입에 나섰다가는 본사로부터 강력한 제재를 받을 수 있고, 재계약 시 불리한 입장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체의 30%에 해당하는 가맹점주가 직접 구매에 나섰다가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인 사례로는 ‘위생 점검을 명목으로 사입을 자주 점검’하거나 ‘경고장 등 내용증명 발송’을 통해 ‘해지 또는 재계약 거절을 위협’하고 최악의 경우 ‘물품공급 중단’을 겪었다고 한다. 본사로부터 경험한 가장 큰 불공정거래행위는 ‘광고·판촉·할인비용의 부당한 전가’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리뉴얼 강요, 영업지역 침해, 밀어내기 순이었다.
서동록 서울시 경제진흥본부장은 “원·부자재 및 물류 공급비용이 투명하지 않은 관행이 프랜차이즈 업계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프랜차이즈 산업의 불공정관행을 개선하고 상생협력을 위해 주기적인 모니터링 실시와 관계 법령을 개선 등에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김미영 비즈한국 창업에디터 may424@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