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11일 오전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2차 공판에서 KT그룹 전인성 희망나눔재단 이사장의 진술조서를 공개했다.
검찰이 공개한 조서를 보면, 전 이사장은 지난 2015년 10월 24일 토요일 오후,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최초로 미르재단과 관련된 전화를 받았다.
전 이사장은 “뜬금없이 전경련 측에서 연락이 와 ‘자세히 설명해 달라‘고 했더니, 전경련 박 아무개 전무가 한류 관련 문화재단을 설립해야 하니 KT도 출연해 달라, 월요일까지 답변해 달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출연금 액수를 물어보니 ’위에서 정해서 내려올 것‘이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이후 1장짜리 재단법인 미르 설립 추진계획안을 받아 이를 근거로 내부보고 문건을 작성한 뒤, 이틀 뒤인 월요일 임원간담회를 거쳐 회장의 승낙을 받아 재단 출연 참여의 뜻을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앞서의 ‘1장짜리’ 재단법인 미르 설립 추진계획안을 증거로 공개했다. 계획안에는 기금 규모 총 500억 원, 18개 기업 참여 등이 간략히 적혀있었다. 구체적인 사업 계획은 해외문화교류 등 주요사업, 향후 일정 등이 두 줄에 걸쳐 기재돼 있었다.
전 이사장은 검찰 조사에서 “이 추진 계획서를 받아보고 나서야 11억 원이 쓰여 있어서 KT 출연금이 11억 원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고 진술했다. 그는 ‘박 전무가 청, 혹은 청 경제수석이라고 말해서 청와대가 미르재단을 추진했다는 것으로 이해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청와대 추진 사업이고, 대다수 다른 기업들이 출연한다고 해 KT만 유별나게 출연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전경련 박모 전무가 ‘청와대가 추진하는 사업’이라는 뉘앙스를 보이는 등 독촉이 심해 어쩔 수 없었다. 임원 회의 등에서도 별다른 반대는 없었다”고 말했다.
전 이사장은 또 K스포츠 재단에 7억 원의 출연금을 낸 것도 청와대 관심 사업으로 이해해 돈을 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는 미르‧케이스포츠 재단 출연이 KT 입장에선 사실상 필요 없는 일이었다고 밝히며 “실상 강요였다”고 설명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