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노한 김승연 회장과 꼬여버린 한화그룹 승계 시나리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일요신문DB
[일요신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인 김동선 씨의 술집 난동으로 한화 승계 구도가 꼬여버렸다. 김 씨는 소동의 책임을 지고 한화건설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김 씨는 한화그룹 계열사 중 건설부문과 신사업부문 승계가 예상되었던 만큼 한화그룹 승계 시나리오의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1일 한화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김 씨는 사직 의향을 밝히고, 지난 9일 변호사를 통해 한화건설에 사직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그룹차원에서 사실상 퇴사 절차가 진행되는 것으로 전했다. 김 씨는 2014년 한화건설 과장으로 그룹에 입사한 뒤 지난해 차장으로 승진하며 신성장전략팀장을 맡아왔다.
김 씨가 한화건설의 미래 먹거리 사업과 동시에 한화가 새롭게 진출한 한화갤러리아의 면세점사업 관련 태스크포스팀(TFT)에 관여하면서, 김 회장의 경영권 승계 시 김 씨가 한화그룹의 건설과 리조트, 백화점, 면세점사업 등을 물려받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관측됐다.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와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는 현재 각각 한화그룹의 태양광사업과 핀테크사업을 맡아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한화 3남 김동선 “너무나 죄송” 한화 3남 김동선 “너무나 죄송” 만취한 상태로 술집 종업원을 폭행하고 순찰차를 파손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3남 김동선 씨가 지난 7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던 중 취재진의 질문에 “너무나 죄송하다”고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동관 전무에게 그룹 내 방산계열사를 포함한 태양광과 화학계열사를 경영하도록 하고 김동원 상무에게는 한화생명 등 금융계열사를, 김 씨에게 건설 등 나머지 계열사를 각각 나눠 경영하는 시나리오가 재계에선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였다.
한화건설의 경우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에서 11위를 기록했지만, 현재 계약규모가 101억 달러에 이르는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사업 등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었다. 또한, 면세점사업은 한화그룹이 처음 뛰어들었지만, 그룹차원에서 지속적인 지원이 예상되는 등 발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김 씨가 술집난동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키며, 이런 한화그룹의 후계구도가 꼬일 대로 꼬인 형국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김 회장이 김 씨의 난동소식에 크게 분노하며, 김 씨에게 “주어진 벌을 받고 반성과 자숙의 시간을 가지라”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씨는 이번 청담동 술집 난동 사건으로 구속되기 전인 2010년에도 용산구의 한 호텔 주점서 만취한 채로 여종업원 성추행과 직원 폭행 등으로 입건되었다. 김 씨가 물의를 빚은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어서 당분간 경영에 나서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결국 그룹차원의 승계 시나리오 수정이 불가피한 만큼 김 씨의 소동으로 촉발된 한화그룹 후계구도 변화가 계속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