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 지원 디그니타스 병원 ‘성지’로 부상
트위터 등 SNS에서는 ‘스위스 안락사 이천만 원’이라는 유행어가 돌고 있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스위스 날씨 알고 싶어서 검색했더니 ‘스위스 안락사 이천만원’만 나온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른 사용자는 “여러분 스위스에서 한국으로 시신 보낼 때 시신은 물체로 취급되지만, 무거워서 돈 많이 듭니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다수 SNS와 온라인커뮤니티에도 2013년 제작된 스위스의 조력 자살 영상과 관련 기사들이 게재됐다. 네덜란드는 2002년 세계 최초로 말기 질환자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안락사를 합법화했으며, 최근에는 불치병이나 말기 질환에 고통받지 않더라도 ‘삶을 다 살았다’고 느낀 이가 조력 자살을 할 수 있도록 합법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와 함께 자살방조 논란이 불거졌으나, 해당 기사를 접한 네티즌들은 대부분 이를 부러워하는 반응을 보였다.
스위스 취히리에 위치한 ‘디그니타스’는 스위스의 안락사 지원 전문병원 4곳 가운데 유일하게 외국인을 받아주는 병원이다. 병원의 자체 집계에 따르면 1998년 개원 이후 지난해까지 1967명의 외국인이 디그니타스를 통해 안락사했다. 디그니타스는 스위스 형법과 자체 규정에 따라 의료진료기록과 본인이 죽음을 택한 이유를 자필로 정리한 문서 등을 심사해 의료적으로 자살을 돕는다.
안락사 지원 병원으로 외국인도 받아주는 스위스 디그니타스 건물 전경. 로이터/뉴시스
국내에서도 디그니타스로 향하기 위한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이들의 시도는 ‘원정 안락사’ ‘안락사 여행’으로 불리기도 한다. 한 네티즌은 온라인커뮤니티 게시판을 통해 “병원까지 안내해 줄 단기 아르바이트를 구한다. 통역해 줄 사람을 구한다”는 글을 게재했다. 또다른 네티즌도 포털을 통해 “디그니타스 안락사 도움을 받고 싶다. 절차 등을 알고 싶다. 나 같은 질환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궁금하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에 스위스 여행을 다녀온 한 블로거는 게시물에 “디그니타스 병원 입원 및 통역 문의를 받지 않는다”고 명시하기도 했다.
디그니타스 방문기를 게재한 한 블로거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겨우 찾아간 그곳에서 미묘한 감정을 느끼고 돌아오기까지의 과정을 일기처럼 담아냈다. 그는 게시글을 통해 “친절한 스위스인이 힌트를 줬다. 내가 찾아간 건물은 ‘죽을 만한 가치’가 있는지 상담하는 곳이고, 안락사를 시행하는 곳은 가정집이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한편, 국내에서는 지난 2009년 최초로 연명 치료를 중단한 ‘존엄사’ 인정 판결이 나와 논란이 된 바 있다. 폐종양 조직 검사를 받던 김 아무개 할머니가 뇌 손상을 입고 뇌사상태에 빠진 뒤, 가족들이 김 할머니의 평소 유언대로 연명치료 중단을 요청한 것이다. 하지만 병원은 생명유지 의무를 이유로 이를 반대했고, 가족은 소송에 나섰다. 결국,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김 씨의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라는 판결을 내렸고, 김 할머니는 자가호흡으로 연명하다가 숨졌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