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삼성…주가는 천정부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2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최준필 기자
최근 두 회사의 주가도 연일 고공행진이다. 두 회사 모두 총수 직접 지배지분이 약한 만큼 이번 사태를 계기로 비(非)지배주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며 회사의 추가적인 주주친화 정책을 유도해낼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현재 특검은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뇌물죄는 물론 횡령·배임 혐의까지 적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인정된다면 최소 5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최태원 회장 역시 청와대와의 사면 거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형사책임을 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특히 최 회장은 이미 전과가 있고, 사면 경력도 있다. 결과를 쉽게 예단할 수 없지만 최악의 경우 두 그룹 모두 또 다시 총수 공백 사태를 맞을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면 실제 경영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일단 주가를 보자. 최근 두 회사의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바탕에는 반도체 호황이 깔려 있다. 이 부회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에 소환된 지난 12일, 삼성전자 주가는 1%가량 오르며 신고가 행진을 이어갔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로 2%가량 하락했다. 엇갈린 점이 눈길을 끌지만 올 들어 이날까지 SK하이닉스의 상승폭(13.2%)이 삼성전자(7.7%)보다 높았던 점을 고려하면 조정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
총수와 관련, 그동안 이 부회장의 사법처리 가능성은 높게 점쳐졌지만 최 회장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 다르다. 즉 새로운 위험요소 부각이 불확실성을 높였을 수 있다.
두 총수가 경영현장에 미치는 영향도 차이가 있다. 최 회장의 경우 이미 지주사 최대주주로서 그룹을 안정적으로 장악하고 있다. 옥중경영 경험도 있다. 반면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전자를 간접지배하고 있지만 연결 고리가 튼튼하지 않다. 삼성생명을 통한 삼성전자 지배구조도 상속과 금산분리 등의 변수들이 남아 불안한 상황이다. 지난해 말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등기임원으로 이사회에 자리를 잡은 것도 위상을 튼튼히 하려는 행보라는 해석이 적지 않다.
삼성과 SK 주주 가운데 가장 큰 세력을 차지하는 외국인들의 움직임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총수의 범죄 사실이 확인돼 대주주로서의 경영참여 명분이 약해지면 외국인 주주들의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다. 주주환원은 물론 배당확대 등의 요구도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저금리 상황에서 배당수익의 매력이 높아진 상황이다. 일반 주주 입장에서 주주권 확대가 부각되면 주가 상승 요인이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이미 50%가 넘으며 국민연금 지분율도 9%를 넘어섰다. 삼성 특수관계인 지분과 자사주 등 33%를 합하면 남는 지분은 10% 미만이다. 그나마도 대부분 국내 기관이 보유하고 있다. 지분의 절대다수가 좀처럼 주식을 내놓지 않는 기관들 손에 있는 셈이다. 추가적인 자사주 매입도 예상된다. 주식이 씨가 말라가고 있는 모양새다. 이 또한 주가 상승 요인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 6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물론 SK하이닉스도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외국인 주주들의 압력이 높아질 여지는 충분하다. SK하이닉스의 최대주주 SK텔레콤의 지분율은 20%에 불과하다. 반면 외국인 지분율은 51%에 달한다. 지난해 이익의 8%를 배당했지만 삼성전자의 절반에 불과한 배당성향이다. 다만 지난해 실적이 전년 대비 부진하고, 최근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다는 점에서 아무리 외국인 주주들이라도 배당압력을 강하게 행사할 상황은 아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신변 문제가 삼성그룹에 큰 악재임에는 분명하지만 주식투자 입장에서 펀더멘털과 수급 등을 보면 지금 삼성전자의 고공행진이 단기간에 꺾일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반면 SK하이닉스는 펀더멘털 측면에서 삼성전자와 차이가 있는 만큼 외부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할 여지가 좀 더 많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증권가 일각에서는 최 회장의 신변 문제가 불거지면서 지주사 SK(주)의 SK하이닉스 자회사 편입 작업에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현재 20%대인 지배력을 크게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열희 언론인
삼성 금융계열사 앞길 오리무중…‘중간금융지주법’ 향방 촉각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지난 12일 귀국하면서 정치권의 대선 경쟁 구도가 뜨거워지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대기업 총수들에 대한 특검 수사도 강화되면서 차기 정부에서 재벌개혁이 화두가 될 전망이다. 특히 대표적인 재벌규제 방안 가운데 금산분리는 재계 1위 삼성의 지배구조·후계구도와 맞물려 있다. 그런데 최근 증시에서 삼성전자 주가의 고공행진이 이어지면서 금산분리 강화와 맞물린 삼성 계열 금융회사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삼성전자의 주요 주주다. 지분율만 따지면 삼성생명이 1위, 삼성화재가 3위다. 재무제표가 공시된 2016년 9월 말 기준으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가진 삼성전자 지분은 전체 자산에서 각각 7%와 4%를 차지한다. 최근 주가 상승으로 현재는 그 비율이 더 높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두 보험사는 삼성전자 지분을 유동자산의 일부로 분류하고 있다. 하지만 그룹 경영권과 직결되는 만큼 그동안 사실상 매도는 불가능했다. 삼성전자의 배당수익률은 국고채 수익률보다 낮다. 돈이 안 되는 자산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주가가 상승하면 그만큼 자본에는 반영된다. 삼성전자 주가가 올라 자본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투자지표인 자기자본수익률(ROE)율 떨어뜨리는 셈이다. 그런데 금산분리가 강화되면 두 보험사는 이들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현행법은 보험사의 계열사의결권한을 지분율 15%까지 허용하고 있지만 이를 강화하는 법안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중간금융지주회사를 불허할 경우 삼성전자가 지주회사로 전환하려면 삼성생명이 보유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그런데 규제가 강화돼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면 두 회사에는 이득이 될 수 있다. 돈 안 되는 자산을 현금화시키면 다양한 투자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운용수익률이 개선되면 두 회사의 보험계약자들은 보험료 인하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으로서는 중간금융지주회사법안이 통과돼 이재용 부회장이 지배하는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물산과 삼성 금융 부문을 동시에 지배하는 방안이 가장 효율적이다. 그런데 중간금융지주회사법안이 무산되고, 금산분리까지 강화되면 엄청난 기회비용을 치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