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가 1주택 종부세 최대 2배·양도세 공제 축소키로…강남 3구서 한강벨트·경기 남부로 수요 이동 가능성
[일요신문] 정부가 실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를 높이는 한편 고가 1주택자에게는 이전보다 무거운 세금을 매기기로 했다. 종합부동산세 세율은 현행의 최대 두 배로 조정하고 고령자·장기거주 세액공제와 양도세 장기거주 소득공제(현 장기보유특별공제)에는 금액 한도를 새로 둔다. 실거주 1주택자를 보호하되 초고가주택이 받는 세제 혜택은 줄이겠다는 것이다.
서울 서초구일대 공인중개사에 붙어있는 매물. 사진=연합뉴스세제개편안 발표 뒤 강남 3구와 한강벨트에서는 집을 계속 보유할지 팔거나 증여할지를 두고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시행까지 시간이 남아 당장 매물이 쏟아지지는 않지만 장기간 쌓인 양도차익과 늘어날 보유세를 감당하기 어려운 일부 초고가주택 소유자가 매도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수요가 세 부담이 덜한 한강벨트와 경기 남부 고가주택 등으로 옮겨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50억 원부터 세금 급증
재정경제부가 지난 8월 3일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앞으로 보유 주택 수가 아니라 주택가액에 따라 종부세율이 적용될 전망이다. 고가주택 한 채에 자산을 집중하는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수요를 억제하려는 조치다. 실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는 공시가격 12억 원에서 14억 원으로 높여 시가 약 20억 원까지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지만 주택가격이 높아질수록 세율 인상과 세액공제 한도의 영향이 커진다.
현행 세제개편안에 따른 1·2주택자 종부세율 변화. 사진=챗GPT 생성2028년부터 1·2주택자는 3주택 이상 보유자와 같은 종부세율을 적용받는다. 과세표준 6억 원 초과 구간의 세율이 일제히 오르며 25억~50억 원 구간의 1·2주택자 세율은 현행 1.5%에서 3.0%로, 50억~94억 원 구간은 2.0%에서 4.0%로 최대 2배까지 오른다. 기존에도 같은 세율을 적용받던 3주택 이상 보유자는 변화가 없는 반면 상대적으로 낮은 세율을 적용받았던 1·2주택자의 부담이 커지는 방식이다.
정부가 공시가격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해 60세·10년 거주 1주택자를 계산한 결과 시가 30억 원 수준 주택의 종부세는 현행 91만 원에서 2028년 76만 원으로 줄어든다. 반면 시가 50억 원 수준은 453만 9000원에서 978만 5000원으로, 시가 70억 원 수준은 937만 7000원에서 3295만 7000원으로 늘어난다. 기본공제 인상의 효과는 30억 원 안팎까지 나타나지만 초고가 구간에서는 세율 인상과 공제 한도가 이를 넘어선다.
집값별 1주택자 종부세 변화. 사진=챗GPT 생성초고가주택을 겨냥한 조치는 세율 인상만이 아니다. 현재 1세대 1주택자는 나이와 보유 기간에 따라 종부세 산출세액의 최대 80%를 제한 없이 공제받는다. 개편안은 2027년 보유기간 공제를 줄이고 거주기간 공제를 도입한 뒤 2028년에는 보유기간 공제를 거주기간 공제로 완전히 전환한다. 공제율 합계 상한은 80%로 유지하지만 실제 공제액은 2027년 800만 원, 2028년부터 600만 원까지만 인정한다. 오래 보유해 집값이 많이 오른 고령 1주택자일수록 기존에 받던 공제액이 커 신설된 공제 한도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
주택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도 장기거주 소득공제로 바뀐다. 10년 이상 거주하면 최대 80%의 공제율을 적용하는 틀은 유지하지만 공제액은 2028년 20억 원, 2029년부터 10억 원까지만 인정한다. 정부가 양도가액 75억 원, 취득가액 25억 원인 주택에서 10년간 거주한 사례를 계산한 결과, 양도세 산출세액은 2027년 3억 1600만 원에서 2028년 9억 2300만 원, 2029년 13억 7300만 원으로 증가한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기본공제를 2억 원 높였지만 공시가격 상승분을 고려하면 과세 대상자는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며 “반면 고가 1·2주택자의 세율은 최대 두 배로 오르고 고령자·장기거주와 양도세 세액공제에도 금액 한도가 생긴다. 세율 인상과 공제 한도가 동시에 적용되면 초고가주택 보유자의 세금은 지금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공제 한도 신설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과세 강화가 시작되는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고 평가했다. 최 소장은 “초고가주택 과세가 시가 40억 원을 넘어야 강화되는 것은 기준을 너무 높게 설정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장기거주 소득공제로 바꾸고 10억 원의 한도를 두는 것은 의미 있는 변화다. 1주택자가 주택을 사고팔면서 제한 없이 커진 양도차익에 공제를 적용받던 제도를 손본 것이고 법률 개정 사항이라 이후 쉽게 되돌리기도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당장은 관망세 이어질 듯
세금이 크게 늘어나는 주택은 강남권에서도 일부 초고가주택에 집중된다. 이 가운데 장기간 보유·거주해 양도차익이 많이 쌓인 소유자는 계속 보유할 때의 종부세와 향후 양도세, 시행 전 매도 또는 증여 비용을 비교할 수밖에 없다. 공제 한도가 생기면 오래 보유할수록 절세 혜택이 계속 늘어나던 효과가 사라져 매도 시점을 앞당길 유인도 생긴다.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초고가주택 중에서도 장기 보유·거주해 양도차익이 상대적으로 많이 쌓인 분들을 중심으로 한 번 매도해 세금과 보유 구조를 다시 세팅하는 과정이 있을 수 있다”며 “그 과정에서 일부 매물이 나오고 호가가 상당 부분 조정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과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당시처럼 세금 차이가 수십억 원에 이르는 사례가 일률적으로 나오는 것은 아니다. 보유자마다 늘어나는 세금이 크게 달라 당시보다 호가 인하 폭은 작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서울 서초구일대 공인중개사에 붙어있는 세제개편안 관련 안내문. 사진=연합뉴스실제 매물 출회 규모는 제한적일 수 있다. 공제 한도의 영향을 받는 사람은 실거주 1주택자 전체가 아니라 세액과 양도차익이 큰 초고가 장기보유자로 좁혀진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않았고 종부세는 2027~2028년, 양도세는 2028~2029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바뀌기 때문에 보유자가 당장 집을 내놓기보다 공시가격과 입법 과정을 지켜볼 여지도 있다. 정부도 이번 개편이 단기적인 시장 안정 대책이 아니라 과세형평을 조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초고가주택의 갈아타기 주기가 이전보다 빨라질 가능성을 제기했다. 남 연구원은 “과거에는 고가주택일수록 장기 보유·거주에 따른 절세 효과가 커 매물 출회 빈도가 낮았다”며 “앞으로는 보유 비용은 늘고 장기거주소득공제의 상한이 정해져 장기간 보유할 동인이 줄어드는 만큼 상황에 따라 매물이 나오는 주기가 짧아질 수 있다. 다만 새로운 고가주택을 취득하면 그 주택에서 공제 한도가 다시 시작되기 때문에 시세차익이 기대되는 지역으로 갈아타려는 수요는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초고가주택을 판 돈이 부동산시장 밖으로 빠져나갈지는 불확실하다. 강남 초고가주택을 보유할 때의 세금이 급격히 늘면 그보다 한 단계 낮은 가격의 주택으로 수요가 옮겨갈 수 있다. 강남 3구의 일부 주택과 마포·용산·성동구 등 한강벨트, 분당·동탄·용인 등 경기 남부 인기 지역이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세율이 크게 높아지는 과세표준 구간 아래 가격대에서 새로운 심리적 저항선이 형성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남혁우 연구원은 “과세표준 12억 원 초과는 시세로 약 46억 원 수준인데 이 구간부터 세율이 크게 높아진다”며 “이를 밑도는 가격대의 강남 3구 일부와 서울 한강벨트, 경기 남부 주요 인기 지역 주택이 절세가 가능한 ‘덜 똘똘한 한 채’로 새롭게 인식되면서 갈아타기 수요가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요가 이동한 지역의 가격이 오르면 풍선효과가 다시 외곽으로 번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석 교수는 “초고가주택을 피해 한강벨트와 경기 남부 등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지역으로 수요가 몰리면 그 지역도 몇 년 뒤 종부세 부담이 커지는 가격대에 들어갈 수 있다”며 “그때 부담을 견디지 못한 수요가 다시 인접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종부세 부과 지역이 점차 넓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우병탁 전문위원은 “수요가 이동한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계속 오르면 결국 더 높은 과세표준 구간에 들어갈 수 있다”면서도 “다만 30억 원인 주택이 과세표준 12억 원 초과 구간에 진입하려면 시가가 45억~46억 원 수준까지 올라야 한다. 상당한 가격 상승이 필요한 만큼 단기간에 세율이 크게 높아지는 구간에 들어가는 주택이 급격히 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고가주택에서 매물이 나온다고 가격이 곧바로 하락한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세금이 부담스러운 사람은 집을 팔겠지만 그 집을 사는 사람은 세금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일 것”이라며 “현금 10억 원을 가진 사람이 팔고 현금 100억 원을 가진 사람이 사면 소유자가 더 자산이 많은 사람으로 교체될 뿐이다. 초고가주택 가격은 오히려 더 단단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당장 시장에서는 관망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세제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해 본격 시행되기까지 시간이 남아 있어 서둘러 처분할 유인이 크지 않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세제개편안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세율과 공제 한도가 조정될 수 있고 실제 세 부담은 향후 공시가격에도 좌우된다. 강남 진입을 고려하던 수요자 역시 늘어날 고가주택 보유세까지 감안해야 해 거래 결정이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제언했다.
집주인 실거주 늘면 세입자는 어디로…전월세 불안 우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박정훈 기자이번 세제개편으로 거주 여부에 따라 1주택자의 종부세와 양도세 공제 혜택은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실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는 공시가격 12억 원에서 14억 원으로 높이는 반면 비거주 1주택자는 9억 원만 공제한다. 장기간 소유하면 받을 수 있었던 종부세 보유기간 세액공제도 거주기간 공제로 바꾸고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역시 장기거주 소득공제로 전환한다. 보유한 주택을 임대하고 다른 곳에 살던 1주택자는 이전보다 공제 혜택이 크게 줄어드는 셈이다.
정부가 공시가격 20억 원, 시가 약 30억 원인 주택을 기준으로 계산한 결과 60세·10년 거주 1주택자의 2028년 종부세는 76만 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주택이라도 직접 거주하지 않으면 세액은 424만 7000원으로 5배를 넘는다. 비거주 1주택자로서는 세금을 더 내고 임대를 계속할지, 임차인을 내보내고 직접 들어갈지를 다시 계산해야 하는 상황이다.
집주인이 실입주를 택하면 해당 주택은 전월세시장에서 빠진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대인은 본인이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세 매물이 부족한 서울 핵심지역에서 비거주 1주택자의 실입주가 늘면 임대 물량이 추가로 줄어 전세 매물 품귀가 심해질 수 있다. 기존 계약을 갱신하지 못한 세입자가 동시에 신규 전월세시장으로 나오면 높아진 전셋값을 감당하거나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역으로 이동해야 하는 수요도 늘어난다. 전셋값 상승과 전세난이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지난 5월 10일부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재개한 정부가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 부담을 2028년까지 한시적으로 일부 완화했지만 매물 출회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뾰족한 공급대책이 없기 때문에 2029년에 다시 중과 완화가 예고돼 있는 셈이나 다름없다. 정부 생각이 다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시장 참여자들도 알 것”이라며 “그러면 지금 팔지 않고 버티게 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임대차시장 부담을 덜기 위해 월세 세액공제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공제 대상 월세 한도를 연 1000만 원에서 1200만 원으로 높이고 15~34세 청년에게는 소득구간에 따른 차등 없이 17%의 공제율을 적용한다. 그러나 월세 세액공제는 이미 낸 임대료의 일부를 세금에서 돌려주는 방식이다. 집주인의 실입주로 사라진 전월세 물량을 늘리지는 못하고 공급이 부족한 지역에서 임대료가 빠르게 오르면 공제 확대만으로 상승분을 상쇄하기도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석병훈 교수는 “전월세 가격이 급등한다면 집주인들이 실거주를 위해 들어가는 핵심지역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며 “그런데 월세 세액공제가 적용되는 주택은 이런 핵심지역과 가격대가 다르다. 세액공제 확대가 당장 그 지역의 임대차 불안을 덜어주는 대책이 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월세 세액공제가 임대료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세액공제를 받으면 세입자의 실질적인 월세 부담이 줄어드는 만큼 집주인이 월세를 조금 더 올리거나 세입자가 더 나은 주택으로 이동할 여력이 생길 수 있다”며 “그 수요가 해당 주택의 월세를 다시 끌어올리고 결국 주택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필요한 지원이지만 정책의 양면성을 함께 봐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