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전 총재] 일부서 “대선 출마해야”

“나한테 먼저 물어봐”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오는 11월에 대선 출마를 선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보수논객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는 지난 2월 26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이회창 씨가 한나라당 경선에 출마해야 한다는 발상을 하는 이들도 있으나, 그의 출마는 본인의 의지가 아닌 상황의 부름에 따르는 식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올해 11월까지 이회창 씨는 초연한 입장을 견지하다가 한나라당에서 비상사태가 발생할 때 출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상호 검증이 이전투구로 변질돼 두 후보가 공멸할 경우 이 전 총재가 국가와 민족의 부름에 응해 구원투수로 등장해야 한다는 것이 조 전 대표 주장의 요지다.

특히 조 전 대표는 ‘한나라당의 비상사태’에 대해 “박근혜 씨 측의 이명박 씨에 대한 공세가 기폭제가 돼 두 유력 후보의 공방이 이전투구로 발전하면 두 사람의 약점들이 다 터져 나와 공멸할 가능성이 있다. 한나라당이 조정 능력을 상실해 공멸을 막을 수 없다면 보수적 유권자들은 구원투수 감을 외부에서 찾아야 하는데 그런 후보로서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 인물이 이회창 씨”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또한 “후보 등록 마감일 직전에 가서도 한나라당 후보들의 분열이 치유되지 않아 공멸 상태에 빠질 경우, 더 이상 검증이 필요 없는 이회창 씨가 무소속으로 출마해 좌파 후보와 대결해야 한다는 시나리오를 쓰는 호사가들도 있다”고 덧붙이고 있다.

그런데 한나라당 일각에서도 이와 유사한 형태의 시나리오가 돌고 있는 상황이다. 정보기관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회창 전 총재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 대한 X파일을 각종 경로를 통해 상세히 알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전 시장이 낙마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최근까지 정치권 복귀를 준비한 것이다. 하지만 당내 반대에 부딪혀 일단 공개적인 정치활동은 자제하고 있지만 이 전 시장이 지지율 하락과 함께 추락할 경우 당내에서 이 전 총재를 대타로 부를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는 얘기도 계속 나온다. 이 전 총재는 박근혜 전 대표의 경우 아직 여성 대통령은 시기상조라는 여론에 밀려 자신이 유력한 대선 주자가 될 것으로 판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전 총재 측은 이런 시나리오에 대해 “정치를 떠난 입장에 아무런 변화가 없으며 현실정치에도 참여할 생각이 없다고 분명히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좌파정권이 출현하지 않도록 막는 일이 이 전 총재가 가진 소명인 것은 분명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성기노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