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서기에는 아직 어리답니다’
구 씨는 지난해 미디어솔루션(범한여행 흡수합병 후 레드캡투어로 상호 변경)을 시작으로 액티패스, 엠피씨 등을 차례로 인수하면서 거의 모든 종목을 상한가로 끌어올렸다. 구 씨가 1년 동안 벌어들인 돈이 1400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때문에 최근 금융감독당국은 구 씨를 조사하기도 했고 지금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렇듯 증권가에 ‘구자만 뜨면 대박’이라며 늘 화제를 몰고 다니는 구 씨는 그러나 LG가 3세라는 것과 1975년생이라는 것 외에 알려진 것이 별로 없다. 공식적인 직함도 없고 얼굴도 ‘유출’된 적이 없다. 구 씨는 범한판토스 등 계열사 내에선 그냥 ‘이사님’으로 불린다.
LG가 가계도에서 구 씨를 찾아보면 그는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둘째 동생인 고 구정회 씨의 손자다. 고 구정회 씨 3남인 고 구자헌 씨가 구 씨의 아버지다. 구본무 LG 회장과는 6촌지간이다. 아버지인 고 구자헌 씨가 창업한 회사가 바로 범한판토스(옛 범한종합물류)다. LG그룹의 물류부문을 맡고 있는 범한판토스는 구 씨(46%)와 구 씨의 어머니인 조금숙 씨(54%)가 지분을 나눠 갖고 있고 레드캡투어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구 씨는 미국 시민권자로 초등학교 때부터 주로 미국과 일본에서 거주한 것으로 알려진다. 경제 관련 전공을 하며 M&A에 관한 공부를 많이 했다고 한다. 아직 미혼인 구 씨는 현재 주로 중국에서 머무르며 경영 구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구본호 씨의 ‘공식 창구’로 통하는 범한판토스의 한 관계자는 “나도 구 씨의 개인적인 부분은 잘 모른다”면서 “어른들이 많은 집안(LG) 가풍이랄까, 본인이 좀 어리다고 생각하는지 나서기를 꺼린다. 지금은 사업다각화를 위해 이것저것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시간이 좀 지나면 공개적으로 비전을 밝힐 때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LG그룹 출신 전문경영인의 합류나 LG그룹 관련 사업 등 범 LG가의 후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구본호 씨의 대박투자행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하다.
이성로 기자 roile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