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공포에 잠 못드는 밤
▲ 한독 설립자문위원 명단. | ||
특검팀도 비자금 조성 의혹에 초점을 맞춰 DMC 사건과 관련 당시 실무를 맡았던 서울시 공무원들과 한독 관계자들을 줄소환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혜분양 사건이 자칫 정관계 비자금 사건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검팀이 이 사건 관련자들의 계좌추적 등을 통해 자금 흐름 및 비자금 조성 여부를 철저히 파헤친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독 설립자문위원 명단에 올라 구설수에 오르내린 바 있는 정관계 거물급 인사들이 특검팀의 수사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분위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일요신문>은 DMC 사건이 처음 불거진 2006년 4월 ‘한독 설립자문위원’ 명단 문건을 단독으로 입수해 보도(728호 참조)한 바 있다. 문건 공개 이후 여야 정치권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치열한 정치 공방전을 펼친 바 있고 국정감사 등에서도 논란거리가 됐다.
문건에 적시된 자문위원 명단에는 유력 정치인과 재계, 학계 인사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 문건은 2000년 11월에 작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치권 인사 중에는 당시 중진급 의원이었던 김용환 씨가 고문으로 등재돼 있었고 김문수·오장섭·이용삼·정동영·한화갑 등 현역의원 5명이 자문위원에 포함돼 있었다. 또 새 정부 총리 후보군에 오르내렸던 손병두 서강대 총장과 황우석 당시 서울대 교수도 위원 명단에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끌었다.
한독 측도 2006년 3월 31일 기자의 ‘서면 질의’에 대한 답변을 통해 이들 인사들이 설립자문위원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하지만 명단에 올라 있는 인사들 대부분은 사실 관계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잘 모른다”는 반응을 보였고 일부는 “순수한 취지로 참여하게 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업계 일각에서는 한독 측이 정식 위촉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각계 유력인사들로 서둘러 설립위원회를 구성한 배경에는 이들 인사들의 명성이나 영향력을 사업에 활용하려 한 저의가 깔려 있었을 것이란 의구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DMC 의혹이 비자금 사건으로 비화될 경우 그 불똥은 MB와 서울시는 물론 정관계로 번질 개연성이 없지 않고 이 경우 당시 자문위원 명단에 오른 유력 인사들도 특검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불필요한 오해와 정치 공방전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자문위원회의 설립 과정 및 역할 등에 대해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따라서 자의든 타의든 한독 자문위원 명단에 오른 유력 인사들은 DMC 특혜분양 사건과 맞물린 특검 수사가 끝날 때까지 불편한 겨울밤을 지내야 할지도 모른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