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5·18, 6월 항쟁 미국-덩케르크 철수 작전 소재 영화 기대작 꼽혀
# 충무로 민주화를 외치다
올여름 개봉을 목표로 삼고 있는 <택시운전사>는 배우 송강호의 컴백작이다. 국내에서는 진실을 묻으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5·18의 진짜 의미와 참상을 전 세계에게 보도하려 했던 독일 특파원 위르겐 힌츠페터와 그를 곁에 태우고 서울에서 광주까지 택시를 운전했던 실제 택시운전사의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다.
<택시운전사> 포스터
<택시운전사>가 송강호의 복귀작이라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그는 영화 <효자동 이발사>와 <변호인> 등 민주화 운동이 태동하던 시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 자주 출연했다. 특히 <변호인>의 흥행 직후 투자배급사인 NEW와 CJ E&M이 현 정권의 압력을 받았다는 정황이 포착되며 대중의 관심이 더욱 뜨겁다.
6월 항쟁에 초점을 맞춘 영화 <1987>도 제작된다. 장준환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배우 김윤석, 하정우, 강동원 등이 출연할 예정이라 업계와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민주화 운동이 들불처럼 번지는 계기가 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감추려는 이들과 진실을 파헤치려는 이들의 치열한 싸움을 담는다.
CJ E&M이 투자배급을 맡는다는 것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변호인>과 <광해, 왕이 된 남자>를 투자, 배급하며 ‘미운털’이 박혔던 CJ E&M의 당당한 행보라는 것이 업계 평가다. 민감한 소재 때문에 캐스팅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있었지만 장준환 감독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김윤석, 하정우, 강동원 등 티켓파워 강한 배우들이 붙으며 단숨에 최고의 기대작으로 발돋움했다.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은 인권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도 제작 준비 중이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작비를 조달할 계획이라 개봉될 때쯤 대중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절반 가까이 제작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고, <택시운전사> <1987> 등과 한데 묶이며 기대치가 상승하면 인권 영화로서 단순히 의미를 거두는 것 이상의 상업적 성공 역시 내다볼 만하다.
한 영화 제작사 대표는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정치권을 향한 대중의 불신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이번 사태로 인해 민주주의가 크게 퇴보됐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 만큼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부르짖던 시절의 이야기들이 영화로 제작되면 대단한 파급력을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 2차 세계대전 격변기를 돌아보다
2차 세계대전은 그동안 할리우드의 단골 소재였다. 최근 개봉됐던 <퓨리>를 비롯해 <라이언 일병 구하기> <진주만> 등이 사실감 넘치는 전투 장면과 인간미에 초점을 맞추며 관객몰이에 성공했다.
올해는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이 연출한 <얼라이드>가 포문을 열었다. 이 영화는 1942년 모로코 카사블랑카를 배경으로 독일 대사를 암살해야 하는 임무를 맡은 영국의 정보국 장교와 프랑스 비밀요원 마리안 부세주르의 이야기를 그린다. 각본가 스티븐 나이트의 가족이 2차 세계대전 때 겪은 사연을 기반에 뒀다. 톱배우 브래드 피트와 마리앙 꼬띠아르가 주연을 맡았다. 이 영화는 개봉 전부터 세계적인 스타 커플 브란젤리나의 파경을 불렀다는 소문을 통해 더 유명해진 작품이기도 하다.
<얼라이드> 홍보 스틸 컷
멜 깁슨이 오랜만에 메가폰을 잡은 <핵소 고지>는 2차 세계대전, 치열했던 핵소 고지에서 무기 없이 75명의 생명을 구한 기적의 전쟁 실화를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다. 비폭력주의자로 총을 들지 않고 의무병으로 참전 후 훈장까지 받은 전쟁 영웅 데스몬드 도스를 영화 <스파이더맨>으로 유명한 앤드류 가필드가 연기한다.
최고의 기대작은 여름 성수기를 겨냥하고 있는 <덩케르크>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북부 덩케르크 철수 작전을 그린 작품으로 국내에서 1000만 명이 넘은 관객을 모은 <인터스텔라>를 비롯해 <다크 나이트>와 <인셉션> 등을 연출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전 세계적으로 2017년 최고의 화제작으로 꼽히는 영화다.
게다가 놀란 감독은 여름에 강하다. <다크 나이트>와 <인셉션>은 나란히 여름 시장에서 한국의 대작과 맞붙어서도 밀리지 않았다. <덩케르크>는 배우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가 주연을 맡은 <군함도>와 한판 대결을 펼친다.
또 다른 영화계 관계자는 “류승완 감독이 연출한 <군함도> 역시 1000만 관객 돌파가 유력한 기대작이라 두 영화의 경쟁이 볼만할 것”이라며 “서로의 관객층을 뺏기보다는 두 영화 모두 관객의 선택을 받으며 파이를 키우는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