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협력사에 품질구현시켜놓고 물량은 해외공장에 넘기기도
더 이상 낙수효과는 기대할 수 없는 것일까.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생산공장을 해외이전 하는 가운데 국내 협력업체들의 단물만 빼먹고 버린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고성준 기자
구미공단에 위치한 중소기업 A 사는 휴대폰의 메탈 보디 가공업체다. A 사가 지난해 6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 ‘불공정거래 사례 및 피해 신고’에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생산 과정에서 ①양산을 전제로 기술개발 요청 후 기술만 빼가고 양산은 타 사업장에 맡기기 ②양산 후 단가 후려치기 및 불량에 대한 일방적 페널티 부과 ③LG 등 경쟁사 거래 제한 후 양산 취소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 기술 개발했더니 양산 취소, 해외 공장에 무단 적용
2014년 6~8월 A 사는 삼성전자 갤럭시 알파의 가공공정 개발에 나섰다. 개발 후 양산에 들어갔으나 2개월 만에 삼성전자는 1차 협력사인 A 사의 국내 생산 능력(업계 속어로 ‘캐파’)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K 사의 중국공장에 양산을 맡겼다.
A 사는 이 과정에서 기술개발에 대한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개발 시 삼성전자 구미 사업장 엔지니어들이 A 사에 상주하며 정보를 공유했는데, A 사에서 취득한 정보를 그대로 K 사의 중국 공장에 적용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K 사는 ‘비즈한국’에 보낸 답변서를 통해 “당사 및 발주자인 삼성전자의 현장방문은 전체 개발 진척도 관리의 일환으로 진행된 것이며 그 외의 다른 정보를 취득·취합하지 않았고, 현장 방문 시에도 A 사 직원의 동행 하에 출입했다”며 “갤럭시 알파 형상 가공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에 대해서는 양사 합의 후 비용을 지급해 정산을 모두 완료했다”고 밝혔다.
#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토사구팽’ 심정”
비슷한 일은 삼성전자 갤럭시 A3에서도 동일하게 일어났다. A 사는 2014년 7~9월 공정기술 개발, 2014년 10월~2015년 3월, 2015년 6~10월 양산을 진행했다. 그러나 앞서의 갤럭시 알파 사례와 유사하게 삼성전자와 K 사 엔지니어가 상주하며 기술과 정보를 공유했고, 이 내용이 타 협력사 및 삼성전자 베트남 공장에 그대로 적용됐다.
이에 대해 K 사는 “갤럭시 A3 외장 기술은 당사가 휴대폰 부품을 장기간 생산하면서 확보한 것으로 협력사들에 전수해 준 기술이다. A 사도 국내 생산에 참여했기 때문에 보상이 없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갤럭시 A3는 배터리 교체가 없는 일체형 케이스를 최초로 적용한 모델이다. A 사가 자체 개발한 양산 기술을 삼성전자는 자사 공장 및 타 협력사에 적용했다. A 사는 이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사진=삼성전자
한편 삼성전자가 베트남으로 생산공정을 대거 이전하던 시기 국내 협력사들과의 갈등도 드러났다. 삼성전자는 중국·베트남 등 해외 사업장에서 품질 구현에 실패하면 국내 협력사들에게 개발을 맡기고, 문제가 해결되면 베트남에 적용해 국내 생산 물량을 줄이거나 없앴다.
이후에도 계속 해외공장에 문제가 발생하면 국내 협력사들에 문제 해결을 맡긴 뒤 문제가 해결되면 물량을 다시 해외로 넘겼다. 구미의 중소 협력사들은 “‘갑’의 불공정한 행위에 국내 업체들은 ‘토사구팽’이라는 말이 생각날 정도의 대우밖에 받지 못했다”고 호소하고 있다.
# 무리한 단가 인하 및 페널티 부과
또한 A 사는 삼성전자와 K 사의 무리한 단가 인하 요구와 페널티 부과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갤럭시 A3의 경우 K 사는 양산 종료 후 단가의 30%를 강제로 인하했다. A 사는 “이는 2차 협력사의 투자 회수도 불가능하게 하는 한편 원가 절감 노력의 한계를 넘어서는 단순 단가 인하”라고 말했다.
또한 불량의 출처가 불명확한 경우 생산에 참여한 모든 협력사들에게 동일하게 페널티를 부과한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베트남 공장에서 발생한 품질 불량에 대한 페널티도 국내 협력사에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K 사는 “불량의 원인을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 당사를 포함해 생산에 참여한 모든 업체가 손실을 합리적으로 부담하고 있으며, 그 과정도 협력사들과의 성실한 협의를 통해 진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 LG전자 거래 막고 물량 중단 ‘낙동강 오리알’
2015년 12월~2016년 4월 사이 A 사는 갤럭시J 생산을 위해 인력과 장비를 대기하고 있었다. 당시는 LG전자가 G5 양산을 준비하던 시기다. A 사에게도 G5 생산 의뢰가 들어왔으나, 발주사인 K 사는 기술 유출 및 ‘캐파’ 부족 문제로 LG와의 거래를 막으며 갤럭시J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2016년 3월 갤럭시J 제조 하청업체에서 메탄올 증기를 쐰 노동자 2명이 실명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국내생산이 취소됐다. A 사는 “최장 5개월간 양산을 기대하며 실제 생산에 필요 없는 엔지니어의 고용 유지와 계속되는 개발 요구에 대응하면서 경영손실이 증가했고, LG전자의 제안을 거절하면서 거래선 다변화 기회도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K 사는 “개발 중단 후 A 사에 개발 비용을 지급했고 A 사의 경영상황을 고려해 임대해 준 설비의 임대료도 차감해 주었다. 이후 A 사는 LG전자와 계약을 하고 G5 생산에 참여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1차 협력사인 K 사의 답변을 정리하면, 2차 협력사인 A 사의 문제제기에 걸맞은 보상이 이뤄졌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다른 2차 협력사 관계자는 “원청사로부터 계속 주문을 받아야 하는 하청업체로서는 원청사의 단가 인하 요구 및 페널티 부과에 대해 대놓고 불만을 제기할 수 없으므로, ‘성실한 협의로 이뤄졌다’는 말은 말이 안 된다. 또 개발 비용은 지급했다고 하지만 실제 지출된 비용을 상쇄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얘기하고 있다.
한편 동일한 질의서를 삼성전자에도 보냈으나, 삼성전자는 “문의 내용은 1차 협력사와 2차 협력사 사이의 거래에 대한 것이므로 삼성전자로서는 특별히 할 말은 없다”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우종국 비즈한국 기자 xyz@bizhankook.com
이 기사는 축약본으로, 비즈한국 홈페이지(‘불공정 신고’로 본 삼성전자 협력사 생태계의 민낯)에 가시면 더욱 생생한 스토리를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