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 업계에 ‘백기투항’ 압박 카드 내민 美 트럼프 속내는
트럼프 공장 신축 압박에 중국-유럽은 ‘시큰둥’ 일본만 속타
美 제조업의 꽃 ‘자동차 공장’ 유치로 낙수효과 기대···중국 유럽에 뺏긴 자동차 종주국-최대 시장 자존심 회복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연합뉴스
[일요신문] “미국에 자동차 공장을 지어라, 외국생산 차는 막대한 국경세 부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내 일자리 창출과 내수경기 활성을 위해 자동차 제조업체에 미국 내 공장 신축을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닷새만인 25일(현지시간) 오전 백악관에서 미국 ‘빅3’ 자동차 제조업체 최고경영자(CEO)를 초청해 면담을 가졌다. 이날 참석한 기업은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 피아트크라이슬러 등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후 일자리 창출과 제조업 부활을 위해 미국 기업의 공장 국외 이전을 적극적으로 차단하고 미국 내 신규 투자를 독려했다.
특히, 트럼프는 “미국서 자동차를 팔려면 미국에 공장을 지어야 한다”면서, “외국에서 만들어 미국에 들여오는 제품에는 막대한 국경세를 부과하겠다”고 구체적으로 자동차 업체들을 압박했다. 이날도 미 3사에 대한 규제 완화 등으로 공장신축을 독려하는 동시에 국경세 등을 거론하며, 압박 행보를 이어갔다.
앞서 美 3사를 비롯해 도요타와 혼다, 현대·기아차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줄줄이 일자리 창출과 신규 투자 등을 약속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트럼프 미 대통령의 압박을 의식한 것이라고 일제히 지적했다.
실제로 이달 초 포드는 멕시코에 16억 달러짜리 공장을 건설하는 계획을 취소하고 미시간 공장에 7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고, GM과 피아트크라이슬러도 올해 미국 공장에 10억 달러를 추가 투자를 밝혔다.
국내에선 현대기아차가 신년 외신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존 美 앨라배마 및 조지아 공장을 포함해 현대차그룹 전반적인 투자 성격의 5년간 31억 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현대기아차는 트럼프의 압박에 백기 투항하는 것이 아닌 중국에 이어 두 번째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 대한 시설투자와 신차, 친환경차 개발 등을 위한 연구개발(R&D) 등에 대한 원론적인 투자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내 공장 신축은 현재로선 계획에 없다고 밝혔다.
현대기아차의 자료에 따르면, 2016년도 해외공장 생산규모에서 미국 공장은 71만대로 중국의 226만대에 훨씬 못미치는 수준이다. 유럽 체코 공장의 경우인 66만대와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미 중국 자동차 생산 경쟁력이 미국을 세배 넘게 추월한 상황으로 미국 내 차량 판매 등 수요가 급증하기 전에는 미국 공장 신축은 사실상 불가하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백악관서 美자동차 ‘빅3’ CEO 만나=연합뉴스
한편 트럼프는 제조업의 꽃으로 불리는 자동차 산업을 통해 일자리 창출 및 일종의 경제 낙수효과에 기인한 미국내 경제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자동차 종주국과 생산국 등 세계 최고 자동차 시장으로서의 가치를 통한 금융산업 확대를 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미 세계 자동차 시장이 유럽과 중국의 기세가 높으며, 미국의 고임금 노동자와 트럼프 정부의 정치적 불안요소가 작용하는 현실에서 트럼프 사태가 일종의 불쏘시개로 작용할지 자동차 업계들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최근 트럼프가 멕시코 등의 국경세 정책을 언급하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한 미국의 탈퇴 움직임에 심각한 모습이다. 더구나 일본은 도요타와 혼다 등 미국시장에 대한 투자에 심혈을 기울렸던 만큼 트럼프의 자동차 업계 ‘백기투항’에 가장 민감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