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20km까지 높이면 사고 시 위험…법적 제재수단 없어
부모가 아이들과 친구처럼 놀아주는 ‘프렌디(Friendy)족’의 증가로 승용완구의 인기가 지속되고 있다.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자해 승용완구를 진짜 자동차처럼 개조하는 마니아들도 늘고 있다. 적절한 튜닝은 자기 아이만을 위한 개성 있는 전동차를 만들지만, 일부 과한 튜닝은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비판도 있다.
젊은 아빠들 사이에서 승용완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승용완구 튜닝 시장 역시 성장하고 있다. 사진=KBS ‘아빠 어디가’ 캡처
젊은 아빠들의 키덜트(Kidult·아이 같은 감성을 지닌 어른) 성향은 승용완구 시장 성장의 주요 동력이다. 유아적인 디자인이 대부분이었던 과거의 유아용 전동차와 달리 아빠들의 로망을 반영해 고급 외제차를 그대로 축소해 놓은 승용완구가 인기를 끄는 이유다. 완구제품에 불과하지만 차종, 시트, 표면 재질 등에 따라 최소 20만 원대부터 몇 백만 원대를 호가한다.
일부 아빠들은 승용완구를 진짜 자동차와 비슷한 방식으로 튜닝하기도 한다. 튜닝은 직접 하거나 판매 매장 또는 전문 매장에 의뢰하여 진행한다.
승용완구 튜닝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아빠들의 커뮤니티’도 만들어지고 있다. 2만 3700여 회원을 보유한 한 승용완구 튜닝 카페에서는 전동차 구매와 튜닝에 대한 노하우를 공유하고 구하기 힘든 중고부품을 거래한다. 비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거나 지식이 많은 아빠가 강좌를 진행하기도 한다.
가장 흔한 튜닝은 플라스틱인 전동차 라이트를 LED로 교체하는 작업이다. 나아가 범퍼 아래나 전동차 바닥에 LED를 달아 차량 전체에 화려한 색상의 빛이 나게도 한다. 크기가 작은 승용완구가 야간에 눈에 잘 띄도록 하고 가장 시각적으로 극적인 변화를 주는 방식이라 인기가 높다. A 승용완구 업체에 튜닝 가격을 묻자 “보통 10만~15만 원선”이라고 답했다.
이외에도 아이가 탄 승용완구를 조종하는 무선 리모컨을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빠르게 반응할 수 있도록 개조하거나, 블루투스 오디오를 장착하기도 한다. 오래 타 싫증난 전동차를 시트지, 페인트, 차량용 래커로 도색해 새로운 분위기를 내기도 한다.
B 업체 관계자는 “승용완구를 산 아빠 중 상당수가 과거에 RC카를 다뤘던 경험이 있어 구동, 튜닝 등에 대해 아는 게 많다”며 “아빠들끼리 정보를 공유하다 보니 튜닝 키트를 당연히 서비스로 요구해 곤혹스러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헤드램프 및 하부조명 등 LED 튜닝은 가장 인기있는 승용완구 튜닝 중 하나다. 사진=유튜브 캡처
문제는 일부 튜닝의 경우 안전에 문제의 소지가 있음에도 별다른 제재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속도를 빠르게 하거나 충전 시간 단축, 주행 시간 증가를 목적으로 하는 배터리 튜닝이 가장 대표적인 경우다. 일반적인 승용완구에 장착된 납축전지는 가격이 저렴하고 비교적 안정적이나, 무겁고 완전 충전에 8~10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또 사용 기간이 길어질수록 속도가 점점 느려지고 완충 상태로도 최대 2시간까지밖에 운영할 수 없다.
이러한 이유로 일부 아빠들은 주로 RC카에 사용되는 리튬폴리머 배터리를 구매해 튜닝을 시도한다. 한국소비자원의 한 연구원은 “안전 규정에는 전지에 대해 언급되어 있지 않지만, 납축전지를 주로 쓰는 이유는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 외에도 무게중심을 잡아 급정차 시에도 아이가 크게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목적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일명 ‘볼트업’이라고 불리는 속도 높이기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어린이제품 안전 특별법은 승용완구에 허용되는 최대 속도를 시속 8km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제조업체에 적용되는 기준일 뿐 완구로 분류되는 승용완구는 구매 이후 사용자와 판매자가 속도 튜닝을 하더라도 제재할 방법은 없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이 인지도 높은 승용완구 제품 12개를 대상으로 진행한 안전검사에서 전 제품이 1~6km/h로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고 발표했지만, 현실과 거리가 멀다.
A 업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6~12V짜리 배터리와 모터가 들어있는데 이를 24V짜리로 높이는 경우도 많다”며 “튜닝을 하면 최대 20km/h까지 나오는데 30만 원 정도는 예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꽤 빠르게 달리는 자전거 속도와 비슷한 정도로 유·아동에게는 위협적일 수 있다. 또 전동차가 일정 범위를 벗어나면 리모컨이 오작동할 때도 많아 위험하다.
사용자 입장에서 볼트업은 재미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B 업체 관계자는 “승용완구는 최대 35kg 체중까지 수용 가능해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도 타는데, 규정 속도로는 너무 느려 도저히 즐길 수 없다”며 “배터리를 오래 쓸수록 속도가 느려지고 아이들이 무거워질수록 제 속도를 내기 힘들다는 점도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혜리 비즈한국 기자 ssssch333@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