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딸 위해 다른 학생들에 “지원 포기하라”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이 사퇴를 발표한 지난해 10월 19일 오후 이화여대 교수들이 서울 이화여대 본관 앞에서 각종 비리를 척결하자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 씨는 딸이 고등학교 3학년이 된 2015년에 여러 대학 수시모집에 지원하게 했다. 그 중 생활기록부 100% 전형이 있는 한 대학교 자연과학계열에 추가합격해 입학했다. 생활기록부 전형은 수능최저학력 기준 없이 생활기록부 점수만으로 합격 여부가 결정되는 전형이다. 이후 A 씨는 동료 교사가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되자 사직서를 냈고, 학교에서는 별다른 조사 없이 사직서를 수리 처리했다. 오히려 학교 측은 같은 해 학업성적관리위원회를 열어 A 씨가 조작한 생활기록부를 기재오류로 인한 정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로써 학교 측이 A 씨의 범죄사실을 은폐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A 씨의 동료교사는 이를 경기도교육청에 제보했고, 교육청 감사 결과 이 내용이 전부 사실이었음이 드러났다. 교육청에서는 A 씨를 경찰에 수사 의뢰하기로 했고, 학교 교장 등 책임자에 대해서는 학교법인에 중징계를 요구할 계획이다. 학교 관계자는 “교육청 감사에서 다 소명해서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A 씨의 남편 역시 학교법인이 소유한 대학교의 교수인 것으로 드러났다. 입학이 결정됐던 대학교 관계자는 “학생의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현재 어떤 상태인지는 말할 수 없다”며 “학사 생활에 해당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학칙에 따라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한 경기도교육청 조사결과 자격이 되지 않는 학생들이 경기도내 외국인학교에 입학한 사실이 적발됐다. 중국어권 학교, 영어권 학교 등의 외국인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부모 중 한 명 이상이 외국인이거나 해외 체류 기간이 3년 이상이어야 한다’는 등의 자격 조건이 있다. 그러나 이번에 적발된 31명의 학생들은 이러한 자격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입학했다.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문제는 지난 2012년 재벌가 자녀들의 부정입학으로 알려지게 됐고 교육청에서 정기조사를 시작하게 됐지만 해마다 적발이 되고 있다.
경기도뿐만 아니라 경남에서도 입시 비리가 드러났다. 경남 소재 고등학교의 B 교감은 지난 2016년 자신의 딸을 입학시켜 경남도교육청의 감사를 받았다. 이 고등학교는 전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모집을 받으며 성적순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학교다. 또 경남교육청에 따르면 입학 상담을 하러 온 상위권 학생 일부에게 ‘입학이 어려울 것 같다’며 지원 포기를 권유하기도 했다. 본인 딸은 이들보다 성적이 훨씬 낮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B 교감과 학교 교무부장은 상담을 받았던 지원자들이 입학을 포기하자 턱걸이 점수로 B 교감의 딸을 합격 조치했다. 그러나 합격자 명단에서 빠진 한 학생이 있었다는 것이 뒤늦게 알려졌고 추가로 인원을 받을 수가 없자 이 학교에서는 B 교감의 딸을 다른 학교로 전학조치했다. 전학을 간 학교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 공식적인 추가 공고를 내지 않고 B 교감의 추가 모집 부탁을 받아들여 전학이 가능하도록 만든 것. 이후에는 B 교감은 다시 딸을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로 전학오도록 한 뒤 영재학급으로 편성했다.
경남교육청은 이에 대해 감사를 진행했고 B 교감의 해임과 교장, 교무부장의 정직을 요구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이 학교가 사립학교이기 때문에 교육청에서 강제로 조치할 수 있는 부분은 없고 학교 이사회에서 사립학교법 등에 따라 조치를 결정해 교육청에 통보하기로 했다. 받아들이지 않을 상황을 대비에 형사고발 조치도 병행됐으며 교육청 차원에서 수차례 해임할 수 있도록 지도할 방침”이라며 “학생에 대해서는 이번 일에 개입됐는지 모르기 때문에 신체, 정신상으로 혼란스러울 수 있기 때문에 다른 학교로 전학갈 수 있게끔 권고 조치만 한 상태”라고 말했다.
입시 비리가 정유라 씨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만연한 문제라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입시를 앞두고 있는 학생들은 수시보다는 점수로 평가되는 정시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해 발표한 ‘2018학년도 대학입학 시행계획’에 따르면 수시모집 비율은 73.7%로 2017학년도 69.9%보다 3.8%포인트 올랐다.
다만 교육부는 ‘2017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특기자전형을 확대하는 대학에 대해 평가 감점폭을 확대하기로 했다. 학생부위주전형 비율 등 단순한 양적 평가를 지양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특검의 수사 결과, 정유라 씨는 2015학년도 이화여대 수시모집 체육특기자 전형에서 특혜를 받고 합격했다. 이에 따라 체육특기자 전형을 포함한 선발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자기소개서와 추천서 표절에 대한 검증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입시 비리에 연루된 대학은 교육부 재정지원사업에 참여할 때 받는 불이익이 확대된다. 이화여대의 경우 재정지원사업의 수혜 제한 기간이 1년이었지만 이번 개정을 통해 2년으로 길어졌다.
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