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철강왕은 훌륭했다
생일날 자신의 위인전이 출간된 박 명예회장은 이날 참석한 방문객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고마움’의 인사를 건넸다. 박 명예회장은 기념축사에서 “위인이라는 단어에서 느끼는 부담이 저의 어깨를 누른다”고 소감을 밝혔다. 계속된 기념사에서 그는 “사심 없이 국가를 위해 투신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며 기념사를 마무리했다.
<박태준>의 저자 조정래 씨도 기념사에서 “위인전을 완성하기까지 박태준이라는 인물에 대해 세 번 감동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조 씨는 “대한민국 경제발전에 가장 큰 공을 세운 인물이다. 개인적인 욕심을 버리고 헌신했다는 점에서 위인이라 평가받을 만하다”라며 박 명예회장을 치켜세웠다. 조 씨는 소설 <한강>을 집필하면서 박 명예회장에게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이 말을 들은 박 명예회장은 “지난 과거에 인간적인 실수도 몇 번 있었지만 남은 인생을 위인처럼 잘 마무리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라고 화답했다. 그는 이때 잠시 말을 멈추고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한편 이날 행사장에는 대선후보인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전경련의 조석래 회장 등 정·재계의 많은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한결같이 박 명예회장의 공을 높이 평가했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이 나라를 일으켜 세운 분”이라고 말했고 박준규 전 국회의장은 “일제 강점기에 태어났으면 독립운동에 투신했을 분”이라며 박 명예회장을 칭송했다.
반면 위인전 <박태준>의 출간 소식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있다. 이날 행사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박 명예회장은 아직 역사적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총리에서 왜 물러났는지 벌써 잊었느냐. 그런데 무슨 위인이냐”며 쓴소리를 내뱉었다. 박 명예회장은 지난 2000년 5월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국무총리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