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정책에 도움 돼” vs “왜곡된 정책 낳아”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메가스터디’는 사교육 업계에서 단연 독보적인 곳이다. 지난 2000년 자본금 3억 원으로 출발한 메가스터디는 2004년 코스닥에 상장했다. 회사 창립 16년 만인 2016년 임직원이 2000여 명이 넘는 규모로 성장했다.
메가스터디 창립자이자 스타 강사로 활약한 이범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문재인 전 대표 캠프에 합류했다. 이 전 부원장은 사교육계를 떠난 뒤 서울시 교육청 정책 보좌관으로 활동하면서 정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2012년 안철수 캠프에서 교육 정책 포럼 일원으로 활동하다가 2014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민주연구원에서 당의 교육 정책을 만들어왔다.
이 전 부원장은 문재인 캠프에서 대학 입시에서 면접 비중을 줄이는 등의 교육 정책 공약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전 부원장은 “입시와 관련해서 대책을 다듬고 있는 과정이다. 면접 비중을 줄이는 정책은 논의된 바가 전혀 없다. 황당할 뿐”이라고 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쪽에도 메가스터디 출신 인사가 가세했다. 이 전 부원장과 함께 메가스터디 창립자인 손주은 회장이다. 사교육계 일선에서 활동할 당시 ‘손사탐’이라는 별명으로 강남 사교육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던 인물이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일요신문 DB
지난해 10월 손 회장은 ‘안철수의 미래혁명’에 출연하며 정계에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손 회장은 “지금까지의 교육은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이었다. 미래의 교육은 널려있는 지식을 활용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손 회장은 안 전 대표와 대담하면서 “예전부터 교육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은 상당했다. 특히 입시제도 같은 경우 2~3년마다 바뀌었다. 행정 부서가 통제보다는 지원 역할을 하고 민간 영역을 강화하는 부분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육부의 통제 위주 정책은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캠프 측은 이처럼 사교육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것에 대해 “사교육 업계의 반응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도입했던 교육 정책은 대부분 실패해왔다. 성공하는 교육 정책을 짜기 위해서는 사교육 업계를 잘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교육정책 전문가 안선회 중부대학교 대학원 교육학과 교수는 “사교육계 전문가들은 사교육의 실태, 발생원인, 장·단점 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과학적·체계적으로 분석하면 올바른 대책이 나올 수 있다. 사교육계에서 왔다고 해서 무조건 비난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다만 현장 전문가라고 해서 대책 수립을 잘할 수 있다고 보진 않는다. 문제 분석과 대책은 개인 역량의 문제다”라고 말했다.
교육 및 입시 정책 전문가인 김호창 토마스 아카데미 대표는 “입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잘 알기 때문에 사교육 전문가가 입시 정책을 세우는 게 낫다고 본다. 오히려 입시 전문가들이 많이 참여하길 바란다”고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사교육으로 성장한 사람들에게 공교육의 미래를 맡기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교육업계 강사는 “사교육계 전문가가 공교육을 개혁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시장의 논리밖에 되질 않는다”고 비난했다.
일부 교육 전문가들은 이해관계에 얽혀 왜곡된 정책을 낳을 수 있는 가능성을 우려했다. 앞서의 안 교수는 “이해관계로 인해 엉뚱하고 왜곡된 대책을 내놓을 경우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 참모진의 경우 공직자만큼 엄격하지 않기 때문에 회사와의 이해관계 등도 논란의 여지가 될 수 있다. 공정한 것이 관건”이라고 조언했다.
김호창 대표 또한 “자신한테 유리한 정책을 낸다면 문제가 될 것이다. 가령 메가스터디의 경우 수능에 특화돼있다. 자칫 상업성을 강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이 전 부원장은 “사교육 업계를 떠난 지 10여 년이 됐다. 2003년 말에 사교육계에서 은퇴했고 2010년엔 메가스터디와 금전적인 이해관계를 모두 정리했다. 교육 정책 단위에 교수님들이 많다. 아무래도 입시에 대해서 날카롭지 못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보완이 된다고 판단해 영입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